- 6월 말에 은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셨나요? 호주 장로교회는 몇 살에 은퇴를 하나요?
“세월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이렇게 물러날 나이가 되었네요. 저희 호주 장로 교단은 은퇴 연령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배 목사님들이나 동료들은 보통 65세 정도 되면 은퇴를 합니다.
- 안디옥장로교회는 목사님이 개척하고 그동안 시무해 오셨지요?
“사실 제가 개척했다기보다 제가 부교역자로 시무하던 호주인 교회인 Riverwood- Punchbowl 교회에서 개척한 교회가 안디옥장로교회입니다. 벌써 28년을 넘어 29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 안디옥장로교회는 어떤 교회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안디옥장로교회는 미래를 바라보며 대비하고 일하는 교회입니다. 실패가 있을 수 있어도 하 나님을 인하여 믿음의 모험을 할 수 있고 도전적이며 젊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창조적 공동체입니다.
성경적이며 영적인 것들을 제외한 세속적이거나 인본주의적인 것들을 과감히 배척하며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구원 공동체입니다.
성령 하나님의 주관적 역사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여 가는 모두가 참여하는 유기적 생명체이며 사랑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예배와 사랑의 섬김을 위해 흩어지는 선교 공동체입니다.
올바르고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함으로 지체들의 복음적 질을 향상시켜 전도의 사명을 이루어가며 입으로 고백된 신앙을 삶으로 구현하는 실천적 신앙 공동체입니다.” - 교단 (신학)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 주십시오.
“호주장로교회는 개혁주의적 복음주의 노선에 서 있는 성경적인 건전한 교단입니다. 호주에는 장로교단이 개혁장로교회와(Reformed Presbyterian Church of Australia) 극보수인 동부 호주장로교회와 (Presbyterian Church of Eastern Australia) 같은 교단들이 있지만 가장 큰 장로교단은 한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호주장로교단 (Presbyterian Church of Australia)입니다.
저희 교회를 비롯해서 각 주마다 다수의 한인 교회들이 소속되어 있고 영어권 교회에도 많은 한인 교역자들이 섬기고 계십니다. 1977년 호주 연합 교회가 생기면서 많은 장로 교회와 성도들이 연합 교단에 합류하고 자산과 성도들을 잃고 약세를 경험했지만 현재는 괄목할 만한 부흥을 경험하며 가장 건전하고 건강한 교회들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교단도 제가 맨 처음 가입할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견고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호주장로교단은 개신교회이고 복음주의적이며 개혁주의적입니다. (Protestant, Evangelical, and Reformed) 오직 한 분이신 창조주 하나님이 동시에 유일한 세상의 심판주이신 것을 믿는 것입니다.”
- 그동안 어떤 비전을 가지고 목회해오셨나요?
“아마 저희 교회 이름이 제 목회 비전과 교회 방향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초대 교회의 모델을 따라 그리스도께로 사람들을 인도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게 하며 체계적인 성서 교육과 역동적인 교제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변화와 성숙을 추구하며 실천적인 삶을 통하여 교회와 세상을 섬기는 예수 공동체가 되기를 목표로 삼고 목회를 해왔습니다. 지금 말씀 드린 것이 사명 선언문이라면 저희 교회의 영구 목표는 사도행전 2장 47절 말씀을 근거로 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은 선교 지향적인 교회입니다. 영혼 구원이 목회의 목표요 방향인 것입니다.”
- 목사가 된 동기, 그리고 호주는 언제 어떤 동기로 오셨나요?
“제 시대의 많은 한국인 가정이 그랬듯이 저는 원래 샤마니즘적인 불교와 유교적 조상 숭배 사상이 혼합 종교 형태로 자리잡고 있던 보통의 전통적 한국 가정 출신입니다.
제가 군복무 중 어머님이 먼저 믿게 되셨고 저는 어머님의 권유로 제대할 무렵 세례를 받고 일차 대학에 진학을 못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신학대학 진학과 더불어 (그리스도 신학 대학, 현 강서대학) 신앙과 신학을 함께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서를 넣은 것이 아니라 군대에서 시험을 본 제 점수를 가지고 어머님이 목사님과 의논해서 신학대학에 입학을 시켜 놓은 것입니다. 저는 그때까지 신학대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뒤돌아 보니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과 은혜의 음성이셨던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하나님의 훈련 과정을 거쳐 호주까지 와서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부르심에 순응하게 되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은혜요 모든 것이 감사한 일들 뿐인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목회하면서 어려웠던 일과 기억에 남는 보람된 일이 있었을 텐데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딱히 어려웠던 일은 없었습니다. 세속적 기준에서 보면 많이 있었겠지만 저는 목회하면서 겪어야 하는 당연한 일들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회하면서 겪게 되는 관계의 문제들로 인한 우울증 증세로 목회를 그만 둘까를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보낸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목회자가 안고 가야 하는 것들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보람된 일들은 많았습니다. 우선 호주교회에서 출발 된 30년이 넘는 목회의 과정 중에 675명에게 세례를 준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열매는 전도와 선교를 통한 영혼 구원에 초점을 맞추었던 저의 목회 방향과도 같고 안디옥장로 교회의 존재 목적과도 같아서입니다.”
- 특별히 호주 원주민 사역에 관심이 많으셨지요?
“일부러 관심을 갖고자 해서 호주 원주민 사역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아닙니다. 20여년 전에 시드니에서 열린 ‘진리의 깃발 컨퍼런스’에 (Banner of Truth Conference)에 참석했다가 당시 원주민 선교회 (Australian Indigenous Ministries, AIM)의 회장이었던 Trevor Leggott목사님을 만나면서 원주민들에 대해 듣고 원주민 선교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사위가 200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유명해진 <Birthday Boy>라는 만화 영화를 만든 박세종 감독이었고 컨퍼런스에 참석한 100여 명 중 제가 유일한 동양인이고 한국인이었던 이유로 그분이 저에게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분 부부와 저희 부부가 함께 26일간 약 1만km를 운전하며 원주민 선교지를 돌아보면서 원주민 선교와 접하게 된 것입니다.”
- 한인 호주 원주민 선교회를 창립한 목적과 현재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는 한인 목회자들을 모시고 Trevor 목사님과 함께 목회자 인식 여행이라는 것을 (Mission Awareness Trip) 실시했습니다. 몇 년 동안 인식 여행을 다녀 오신 목회자들이 40명 정도 되다 보니 그분들 중 성령의 감동을 받으신 분들이 제안을 해오셨습니다.
인식 여행을 다녀 온 목회자들의 의견은 한인 교회들의 모든 다양한 선교 노력들을 결집하고 일원화해서 중복되거나 낭비되는 자원이 없게 하고 원주민 선교를 원하는 한인 교회나 성도들에게 바른 선교 정보를 제공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0여년 전에 호주한인원주민선교회(Korean Mission for Indigenous Australians, KMIA)가 설립되었고 그후 CMMIA (Christian Mission and Ministries for Indigenous Australians)로 단체명을 변경했습니다.
저는 항상 총무(field director) 로 섬겨 왔습니다. 기본적인 구성은 여러 이사 교회들이 각 주마다 있고 이사 교회들의 담임 목사님들이 이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 그동안 원주민 선교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뒤돌아 생각해보면 말씀드린대로 목회자 인식여행을 비롯해서 많은 평신도 인식 여행을 인도했습니다. 매해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강의를 해왔고 교회에서 초청이 오면 강의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소위 단기 선교 인도라는 것은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 안디옥장로교회라는 제가 섬기던 든든한 선교지향적 교회와 많은 교민 교회들과 목사님들의 기도와 재정 후원으로 인해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 호주내 원주민 선교 단체는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 원주민들은 얼마나 있으며 그들의 종교와 기독교인들의 숫자는 파악되어 있나요?
“전체 원주민 선교 단체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등록된 선교 단체뿐 아니라 미등록으로 활동하는 선교 단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상당히 활동적이었는데 이제는 활동이 뜸하거나 정체 상태인 선교 단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주민들 자체 속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선교 단체도 많습니다. 그래도 역사가 꽤 오래 된 AEF (Evangelical Aboriginal Fellowship)나 UAM (United Aboriginal Mission) 같은 경우도 참석해 보면 처음 들어보는 많은 개인 선교 단체 이름들을 대곤 합니다. 그리고 호주 교회들 각 교단마다 원주민 선교를 표방하지 않는 교단은 거의 없습니다.
가톨릭을 포함한 모든 개신교 교단이 식민지 초창기 시절부터 원주민 선교를 표방해 왔고 나름대로 실천해 왔습니다.
호주 원주민 선교회 중 가장 오래 되고 활동적이었던 AIM은 교회 건물과 사택이 있고 사역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문을 열어 놓은 상태로 사역은 지지부진합니다. 원주민 선교 단체가 몇 개다라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호주 원주민 인구는 2021년 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81만 3천 명 정도입니다. 호주 전체 인구의 3.25%를 차지하는 숫자입니다. 그 중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하는 인구는 전체적으로 54% 정도입니다.”
- 가족 관계와 은퇴 후 계획을 알려 주십시오.
“아, 저희 가족은 아내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일하고 있고,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셋이 있는데 요즈음 이 손주들이 저희 가정과 모든 식구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역의 측면에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감사 가운데 은혜를 누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역보다 중요한 것이 자녀로서의 삶입니다. 목회 초년병 시절에는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불경건한 생각(?) 입니다.
그후에 중요한 것이 사역입니다. 첫 번째 사역은 원주민 선교 사역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풀타임으로 선교회를 섬길 사역자를 놓고 오랫동안 기도해 왔습니다.
풀타임 사역자가 헌신해야 선교회가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정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자비량 사역에 선뜻 지원자가 나서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동료 사역자들이 제가 적임자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권유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여러 가지 환경과 사건들을 통해 저로 하여금 결단하도록 이끄셨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언젠가는 원주민 선교에 헌신하기로 했던 기도에 대한 저의 결단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코비드를 거치면서 화석화된 목회를 더 이상 지탱하며 목양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위기감이었습니다.
전도도 안되고 변화가 없어 보이는 목회를 견뎌내야 하는 목회자로서의 자괴감이 죄책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하나님께도 성도들에게도 죄송했습니다.
물론 그런 가운데 자리를 지키며 목회를 하는 것은 참으로 기특하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일 수도 있지만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결단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상의하며 은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언제든지 선교에 헌신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너무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둘째 미래 사역의 장은 임상목회 교육입니다. 영어로 Clinical Pastoral Education인데 쉽게 말하면 원목이나 군목 같은 분들과 다양한 돌봄의 장소에서 영적 사역자로 일하는 분들을 가르치는 사역입니다.
시간과 힘이 허락하는 대로 계속해서 이 사역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교민 사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도 이 학문영역이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고 체계화되어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게 되면 좋겠다는 기도 제목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인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감사하다는 말씀 외에 무슨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함께 같은 시대에 같은 삶의 자리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부름 받아 순례의 길을 갈 때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깊이 인정하며 감사할 뿐입니다.
교민들께 감사하고, 성도들 한 분 한 분께 그리고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감사하지요. 특별히 안디옥을 거쳐가셨거나 현재 함께 하시거나 상관없이 그 모든 성도님들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친구가 되어 즐겁고 경쾌하게 나머지 길을 함께 감사하며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권순형|본지 발행인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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