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신학자 카토(CATO) 강연자로 참석
지난 7월 11일(목)부터 16일까지 제17차 호주연합교회 총회가 파라마타 노보텔에서 열렸다. 호주연합교회 총회는 매 3년마다 열리는데 이번 장소는 시드니 노보텔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번 제17차 호주연합교회 총회의 카토(CATO) 강연에 한국계 미국인 신학자인 그레이스 지선 김(Grace Ji Sun Kim, 이하 그레이스 김) 교수가 강연자로 초대되었다.
카토 강연의 기원은, 1932년 감리교회 자선가이자 평신도 지도자인 프레드 카토(Dr. Fred Cato) 박사가 종교와 교육을 통해 사회발전을 이루고, 호주와 다른 나라의 관련 교회들 간의 선의와 우호적인 관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카토 강좌를 설립했다.
오랜 전통의 카토 강연은 호주연합교회의 전통과 신앙을 반영하면서도 현대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며,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 왔다.
그동안 카토 강연은 신학, 종교, 사회 정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왔으며 세계적인 학자나 종교 지도자들이 초청되어 교회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리에 한국계 미국인 신학자인 그레이스 김 교수가 초청되어 온 것이다.
그레이스 교수는 ‘교차성과 사랑’(Intersectionality and Love)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녀는 강연을 통해서 백인 우월주의인 백인 예수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는 백인 남성 하나님을 믿으면서 성장했습니다. 그 누구도 이를 도전하지 않았고, 저 또한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이 홀에 있는 누구도 하나님을 본 적이 없지만 모든 그림과 표현에서 우리는 여전히 백인 남성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백인 하나님과 백인 예수의 신화는 세대를 거쳐 전 세계적으로 파급 효과를 끼쳤습니다. 우리는 예수의 백인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예수의 백인성은 백인 우월주의의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백인 예수는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고 성전쟁을 벌이며 노예제와 집단 학살을 강요하는 데 사용 되었습니다.
현대 교회는 식민주의, 인종차별, 여성혐오, 동성애 혐오, 폭력의 역사와 분리하여 이해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이 억압적 과거와 현대 교회에서의 지속적인 억압적 유산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차성’의 개념은 오늘날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불의 - 성별불의, 인종 불의, 기후 불의, 경제적 불의 - 이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형태의 불의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불의가 어떻게 충돌하고 교차하는지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불의는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내에서도 존재하고, 나이 차별, 동성애 혐오, 이슬람 혐오, 성 차별, 인종 차별, 능력주의 등 이러한 억압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권력에 의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교회는 이제 교회의 정의를 위한 새로운 렌즈를 착용하고 ‘백인 예수’를 버릴 것을 촉구했다.
아시아계 여성 신학자의 학문적 여정
그레이스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이민을 간 후 캐나다에서 성장했다.
“1975년 제가 5살 때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캐나다에 가셔서 거처를 마련한 후 가족을 불러서 엄마와 언니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식구가 두 달 후 캐나다로 갔습니다. 저희가 처음 살았던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이었습니다.
거기서 유치원부터 하이스쿨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10학년 때 토론토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토론토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론토대학에서 심리학(B.Sc)을 전공한 후 토론토대학 녹스 칼리지(Knox College)에서 신학(M.Div)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토론토대학 세인트 마이클 칼리지(St. Michael’s College)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이민자로서의 경험이 그녀의 정체성과 신학적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자란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녀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대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레이스 교수는 이민자이자 소수자로서 겪은 어려움이 그녀의 신학적 작업에 깊이 반영되었으며 이민자로서 북미에서 겪은 도전들, 특히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들이 그녀의 신학적 관점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사회에서 종종 ‘보이지 않음’(Invisible)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저서 <Invisible>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소외와 억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사회적, 영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평등과 공평을 무시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소외된 이들이 힘을 얻고, 용기를 내며,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얼햄대학교(Earlham School of Religion)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의 경험을 신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When God became White
그레이스 교수는 또한 자신의 연구에서 다문화 신학, 페미니스트 신학, 탈식민지 신학을 자주 다루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분야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교회가 이들 관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레이스 교수는 특히 <When God became White>라는 최근 저서에서 전통적인 하나님의 묘사에 도전하며 기독교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백인 남성’으로 묘사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신학적, 사회적, 문화적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또한 교회가 역사적으로 백인 중심의 신 이미지를 어떻게 지지해왔는지를 돌아보며 현대 교회가 이러한 전통을 극복하고, 보다 다문화적이고 정의로운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이 책은 백인 하나님 이미지가 교회와 사회에서 인종 차별을 어떻게 강화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가 백인 우월주의와 결합되어, 역사적으로 유색인 공동체를 억압하고 배제하는 데 사용되었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하나님을 백인 남성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반성과 더불어 성경 속 다양한 하나님의 이미지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여성적, 다문화적, 다인종적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권장하며, 이를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신앙을 제안한다.
“저는 이러한 신학적 탐구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고, 인종과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보다 포괄적이고 해방적인 하나님의 이미지를 제시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백인 하나님 이미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기독교가 인종, 성별,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신앙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교수는 기자에게 <When God became White>를 선물하며 한글로 번역해 주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기자는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When God became White> 책의 주제도 좋고 무엇보다도 출판사가 기자에게 친숙한 미국의 저명한 IVP(Inter Varsity Chrisitan Fellowship Press) 출판사이다.
한국에 있을 때 기자는 IVF 선교단체와 한국 IVP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에필로그
그레이스 교수는 세계 각지에서 강연자로 초청받아 많은 강연을 해오고 있고 24권의 저서를 저술하거나 편집한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여성 신학자이다.
2023년 기독교 매체 조직인 ‘Sojourners’는 그레이스 지선 김 교수를 교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여덟 명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녀는 현재 기후 변화, 젠더 불평등, 인종차별 등과 같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며 이 모든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녀는 교회가 젊은 세대와 더 잘 소통하고 그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레이스 교수는 한국교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여성 신학자이자 기독교 리더이다.
한국인으로 그것도 여성으로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신학자인 그레이스 지선 김 교수의 신학 작업들이 앞으로 세계 교회와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끼치기를 희망해 본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권순형|본지 발행인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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