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캥거루, 코알라. 새파란 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 넘실대는 파도와 해변.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 호주를 검색하면 나오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진짜 호주는 어떤 곳일까?
‘내 마음에 담은 호주의 사람과 풍경’ 사진전시회가 지난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서울특별시의회 중앙홀 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된 사진들은 권순형 작가(본지 발행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가 그동안 호주의 전역을 돌아다니며 틈틈이 카메라에 담은 40여 점이다.
권순형 작가는 “잠시나마 삶에 감사하고 반성하며 나눔의 소중함을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사진전으로 호주와 한국 양국간 우호 증진은 물론, 문화교류의 장을 더욱 열어가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호주사람들의 숨결과 숨소리,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자연풍물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위로가 되고 행복했다”라며 “내가 위로받았던 순간들이 사진으로 남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행복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라고 말했다.
사진전 개막식에는 권 작가와 최승일 목사(호주 맥켄지 의료선교회 이사장), 신효헌 전 호주대사, 김창수 전 시드니총영사, 이휘진 전 시드니총영사, 김완중 전 호주대사, 남창진 서울시의회 의원, 유수찬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백만종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이사장, 이용재 호주한인복지회 회장, 신광철 회장(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 김홍식 교수(코리안 크리스찬 필하모닉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 황명하 회장(전 광복회 호주지회장), 변상욱 전 CBS 대기자, 종교학자 지강유철 작가, 메리재인(CCM 가수 조수아, 송문정, 신현진, 김형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최승일 이사장은 “오늘 국군의 날 공휴일에 서울시내 교통편도 불편한데 사진전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개막식 진행에 대해 설명했다.
테이프 커팅에 이어 축사에 나선 김완중 전 호주대사는 "한국과 호주는 피로 맺어진 역사관계에 더해 경제, 통상관계는 물론 육해공군 등 주요 국방 안보에 전략적 파트너이다"라며 "이번 전시회가 문화적인 면에서도 양국 간의 관계를 격상시켜나가는 다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사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는 이번 사진전시회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남창진 시의원은 “지난해 “가평 다큐맨터리 사진전에서 만나 인연이 됐는데 앞으로도 서울시 의회에서 열심히 돕도록 하겠다. 오늘 사진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유수찬 이사장은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에 감사한다"며 "한 작품 한 작품 훌륭한 작품으로 앞으로도 일취월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호주한인복지회 이용재 회장은 호주의 역사, 호주한인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뻤다”라며 “이런 계기를 통해서 호주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특히 양국 젊은이들이 문화적인 면에서도 서로 배워서 더욱 밀접한 한.호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축사했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는 “권 작가님하고 저널리스트 선후배로 기독교 선교문제로 서로 만나 교류하고 있는 사이다”라며 “저도 기자생활 4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기독교 잡지를 35년 동안 취재하고 발간하면서 버틴다는 것은 참 대단한 끈기와 열정 그리고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사실 사진을 보면 그 끈기와 애정과 열정이 그대로 살아 드러난다”라며 이번 전시회를 축하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즐거운 재주꾼’이란 뜻을 지닌 여성 4인조 보컬 ‘메리 재인’이 해바라기의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며 사진전을 축하했다.
이어 권순형 작가는 인사말을 대신해 참석자 한 분 한 분을 소개했으며, 특별히 크리스찬리뷰 편집진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소개하는 한편 함께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편집진은 편집인 김명동 목사, 아트디렉터 박성남 화백, 편집자문위원 문광식 목사(SA), 사진기자 맹찬영 장로, 한국 주재기자 정윤석 목사 등 5명이 참석했다.
이어 권 작가는 여동생 권순인, 이구범 내외를 소개했다. 권 작가는 “한국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들 부부가 도와주어서 일이 진행된다”라며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권순인, 이구범 부부는 우성재단 거주시설(장애인 자립센터)에서 25년간 봉사한 공로로 최근에 LG 의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권순인 단장(숙명여대 점역봉사단)은 장애인 재활지원에 앞장선 공로로 보건복지부 ‘이달의 자랑스러운 복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점역 봉사단은 과학, 수학 등 분야별 점자를 익혀 점자편집기에서 점자로 직접 입력한 후 학습교재를 제작해 보급하는 단체다. 점역봉사단은 숙명여대 이과대학동문회와 재학생으로 구성됐다.
이들 부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시장에 나와 안내를 할 때나 접대를 할 때나 청소를 할 때나 궂은일을 도맡아 할 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넌 누구니?
다음날에는 김우정 이사장(캄보디아 헤브론의료원), 김병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대표), 김경숙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회장, 최원식 전 서부호주(퍼스) 한인회장, 이진길 회장(대한민국 호주재향군인회), 주한 호주대사 제프 로빈슨(62. Jeff Robinson) 등이 전시장을 찾았다.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는 “이 전시회를 통해 한·호 간의 문화교류와 우정을 더욱 쌓을 수 있는 아주 멋진 이벤트다. 사진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외교관 37년 경력의 제프 로빈슨 대사는 한국 부임이 세 번째다. 그는 2023년 12월에 주 대한민국 호주대사로 임명되었다.
전시장 분위기는 굉장히 훈훈했다. 사진을 따라 걷다 보면 두루마리 편지처럼 호주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작품마다 작은 아포리즘(잠언)같은 제목이 어우러지고.
그는 홀로 걸으며 호주 곳곳의 소리를 담아오고 순간을 적어왔다. 인생을 읽고 문화를 듣고 순간을 보았다. 울려 퍼지는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 음악은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풍요로운 자연,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부시게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 본래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경이롭게 걸린 사진들이 말을 걸어온다.
‘넌 누구니?’
호주의 아웃 백에 놓인 ‘우편함’이 기다림으로 표현되고, 익숙한 해변, 풍경이 결코 반복될 수 없는 고유한 순간으로 포착되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웃는다. 손녀와 할아버지가 함께 웃고, 노인과 애견이 함께 웃고, 한국인과 호주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사진의 이면에 담겨 진 역사를 읽어내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NSW주 마니올 크릭에서 담은 전통 춤을 추는 원주민. 아름다운 풍경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원주민 아보리진 학살의 역사를 끄집어 낸다.
작가가 잡아낸 아보리진들의 표정은 ‘우리들’에서 ‘당신들의’ 시선에 책임을 묻는다.
권 작가는 “백인들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교회들이 앞장서서 ‘추모의 길’을 만들어서 매년 순례를 해오고 있다”라며 “그 길을 따라서 이 원주민들이 자기 조상들의 아픔을 달래는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특별한 작품도 있다. ‘협동하는 가족’과 ‘잘했어!’라는 작품이다. ‘협동하는 가족’은 1968년 고교시절 첫 출품한 사진으로, 대상을 받았다. 이것이 일대의 전환점이었다. 사진에 눈을 떴고, 사진에 푹 빠져 지금껏 손에서 카메라가 떠나지 않았다.
‘잘했어!’는 ‘제2회 재외동포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권 작가는 “김철기 교수와 호주인 제자가 열정적으로 사물놀이를 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찍어 출품했다”라며 “해외에서 외국인이 우리 전통악기인 장구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고 이것이 세계인들을 울고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담았다는 측면에서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평가를했다.
밤새도록 꼼작 않고 바라본 적이 있는가
권순형 작가는 1986년 8월, 시드니로 여름 휴가를 갔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매료돼 촬영한 작품으로 ‘호주 시드니 풍물사진전’을 주한호주대사관 후원으로 개최했다.
이듬해 호주에서의 작품활동을 꿈꾸며 사업을 접고 가족과 함께 훌쩍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 시드니에서 사진 작품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동호인들을 모아 사진클럽을 운영해왔고, 2011년 한국사진가협회 시드니지부를 설립하여 초대 지부장을 10년간 역임했다.
그동안 시드니장애인올림픽선수단 후원사진전(2000. 6), 아름다운 한국동해의 섬 사진전(2011), 경남 근대사진전(2013), 한국근현대사진전(2014), 헤브론병원24시 사진전(2017), 한호수교 60주년 기념사진전(2021), 가평 다큐멘터리 사진전(2023) 등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개최해왔다.
권순형 작가는 “사진작가의 꿈을 안고 호주에 온지 37년이다. ‘크리스찬리뷰’를 발행하는 일을 35년째 해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은퇴를 못하고 현역에서 일하고 있다”라며 “노년기에 접어든 나는 이제 사진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이제까지 내세울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찬란하게 빛나는 찰나의 순간과 그 안의 선율을 담아내기 위해 끝없이 인내하며 무수한 날을 지새워야 했다”라며 “드라마틱한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호텔방을 잡아놓고 최적의 순간을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고단함 속에서도 보람이 묻어났다. 그의 카메라는 앞으로도 수많은 ‘역사’와 ‘희망’을 쓰기 위해 그와 함께 할 것이다.
‘찰칵!’〠
글|김명동 본지 편집인 사진|맹찬영 본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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