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퍼드립니다

글/김신일 사진/권순형 | 입력 : 2024/10/28 [14:22]

▲ 야엘 진미정 선교사(왼쪽)의 딸 이한별 양이 휴가 기간에 엄마를 찾아와 봉사의 손길을 펼쳤다.©크리스찬리뷰     ©

 

평신도 선교사 야엘 진미정

 

온화한 눈빛의 진미정 선교사는 프놈펜 다일에 입성한 지 3년이 되어가는 평신도 선교사이다. 자녀들을 다 키운 이후 그동안의 기도 제목이었던 선교사의 길을 찾던 중 KOICA(한국 국제 협력단)를 통해 선교사 지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선교사 파송 교육을 받게 된다. 평신도 선교사가 나갈 수 있는 선교의 문은 가히 넓지 않았다. 어렵게 지원한 코이카의 선교사 파송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무렵 터진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파송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우연히 만난 최일도 목사는 프놈펜의 다일로 길을 안내해 주며 다일 DTS의 1년 제자 훈련 과정을 소개했고 이후 프놈펜으로 정식 선교사 파송을 받게 된 것이다. 녹록지 않은 한국에서의 생활 속에서 마치 절벽에 내몰린 듯한 아찔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지만, 선교사 지원 이후 하나님께서는 크신 팔로 안아주시고 인도해 주시어 자녀들을 책임져주셨고 모든 앞길을 예비해 주셨음을 간증하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꺼내어 말씀해 주신 지난날의 눈물이 마치 천국의 보화처럼 눈부시게 기자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기자가 방문한 기간에 마침 진 선교사의 둘째 딸이 휴가 기간을 맞아 방문하여 어머니를 묵묵히 돕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늘 피곤함에 찌들어 지치신 어머니의 모습만 뵈어 저 오지의 나라에 가셔서 잘 해낼 수 있으실지 걱정이 앞섰던 딸이었다.

  

▲ 언동마을에서 도시락을 전달하는 진미정 선교사.©크리스찬리뷰     

 

그러나 막상 프놈펜의 현장에서 어머니를 뵈니 오히려 건강하시고 생기가 넘치시고 웃음이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을 뵈었다는 둘째 딸. 프놈펜에서 묵묵히 사역하시는 어머니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는 딸의 고백에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오히려 둘째 딸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참으로 대조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 도시락을 오토바이에 싣고 빈민촌인 언동마을로 출발하는 야엘 진미정 선교사와 본지 김신일 기자가 뒤따르고 있다.©크리스찬리뷰     

 

찾아가는 밥퍼

 

드디어 준비된 3백 명분의 밥퍼 도시락은 오늘 이동 밥퍼로 전달될 예정이다. 도시락을 센터의 차와 오토바이에 나눠 싣고 기자도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언동마을로 이동하였다. 사뭇 긴장된 순간이다.

  

밥을 준비해 오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사역도 귀하지만 그 식사를 안고 벅찬 가슴으로 그들에게 찾아가는 것이다. 마치 우리를 위해 복음을 들고 이 땅에 내려오시어 우리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신 예수님의 심정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사역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나눔 사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미 수많은 아이들을 포함 청년들과 노년 세대 분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긴 줄이 질서정연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진미정 선교사의 간단하지만 간절한 식사 기도가 이어지자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어린 표정은 이미 한 끼 식사 거하게 한 듯한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밥퍼의 형식은 시엠립과 동일했다. 도시락을 나눠주는 섬김이는 무릎을 꿇고 한 사람 한 사람 웃는 얼굴로 마주한다. 무릎을 꿇었기에 섬김이의 시선은 위를 향하고 도시락을 받는 아이는 아래를 향한다.

  

우리의 섬김이라는 나눔의 행위는 마치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은혜를 베풀 듯,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하해와 같은 은혜를 연상한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내림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다일의 나눔은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이다.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아 당연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생명들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은혜에 빚진 섬김이는 마치 예수님 대하듯 그들에게 ‘어쿤 쁘레예수’를 기도하듯 외치며 그들의 손에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들려준다.

  

▲ 휴가 기간에 어머니가 사역하고 있는 프놈펜 다일공동체를 찾은 이한별 양이 빈민촌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나누고 있다.©크리스찬리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밥퍼 나눔의 행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준비한 시간은 장을 본 시간을 제외하고도 3~4시간 이상이지만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났다.

  

그러나 참사랑을 맛본 기자의 마음엔 세 달이 지난 지금의 시간에도 오히려 더욱 벅차 오른다. 그때 정신없이 찍어두었던 사진을 펼쳐보고 연신 감사의 기도를 드려본다.

  

시엠립에서도 그랬지만 여전히 3백 명분의 도시락은 그들 모두와 함께 나누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늦게 자리를 해 도시락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겐 라면도 쥐여주고 여분의 빵도 쥐어져 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더 많은 후원이 절실하다 싶은 순간이다. 아쉽고 죄송하고 속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받지 못한 아이들은 괜찮다는 듯 오히려 웃으며 그 자리에 함께한다. 이들은 여기에서 적은 경쟁심을 경험하지만 이내 이 경쟁심은 도전으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내일을 위해 오늘을 도전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캄보디아의 희망을 엿본다.

  

언동마을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

 

언동마을은 프놈펜에서도 가장 가난한 도시 빈민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언동마을의 쪽방촌엔 희망없이 3~4대가 3~4평가량의 쪽방에 모여 살고 있다. 시부모와 자녀 세대와 손자손녀가 좁디좁은 쪽방에서 함께 지낸다.

  

상식적으론 이해되지 않지만 이들에겐 이것이 일상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이들은 여전히 우리를 웃으며 맞이해 주었고 기도를 요청하기도 하였고 부끄럽지만 자신들의 쪽방을 내어주기도 하였다.

  

“단순히 먹는 것으로 이들의 지난한 삶을 크게 개선하고 해결해 줄 수는 없어요.” 긴장된 순간의 밥퍼 사역이 일단락되고 한숨 돌리던 진 선교사는 사역의 소회를 전하여 주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을 가지고, 비록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기는 한계가 있는 NGO 단체이지만 그런데도 아이들은 우리가 기독교 NGO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고 아이들은 밥 먹기 전에 찬양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며 밥을 먹는 행위가 익숙해요.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체험하게 되죠.”

  

아마도 한 끼를 전하는 사역자들의 진심 어린 몸짓에서 아이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진하게 확인하고 있을 터였다.

  

“아동 결연된 아이들을 우리가 관리해 주기에 그들의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우리에게 연락을 해와요. 달려가서 보면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사연들이 집집마다 왜 이리 많은지요.

  

가서 그들을 붙들고 기도해 주면 제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이 회상되며 공감되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눈물을 보고 제 진심이 전해지기도 하고 결국엔 교회에 나오는 분들도 계세요.”

  

▲ 진미정 선교사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노래와 리코더를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크리스찬리뷰     

 

▲ 진미정 선교사 ©크리스찬리뷰     

 

▲ 한국 동요를 유창하게 부르는 캄보디아 어린이들.©크리스찬리뷰     

 

진 선교사는 ‘야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였다. 사사기에 등장하는 야엘은 이스라엘의 대적, 야빈의 오른팔인 시스라를 죽임으로 이스라엘의 승리에 일조한 여인으로, 작은 일에 충성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룬 여인으로 평가받는다(사사기 4:17-22).

  

후에 사사 드보라는 야엘을 복 받을 여인이라고 칭송하기도 하였다. 프놈펜 다일에서의 사역을 잔잔한 음성으로 소개해 주는 진 선교사는 마치 사사기의 야엘처럼 하나님의 뜻을 위해 그녀의 손에 들린 주님의 사랑을 과감히 이 땅에 전하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가 캄보디아에 와서 제일 감사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어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에 중풍이 좀 심하셨어요. 그래서 시골에 계시다가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집에 머무시는 동안 기도 좀 해달라고 센터에 요청을 해오신 거에요.

  

그래서 달려갔죠. 할아버지는 아이들로부터 하나님을 전해 들었지만 믿지는 않았던 할아버지였어요. 그래서 제가 손을 잡고 복음을 전해드렸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할아버지는 마침내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이기로 하셨어요. 그리고 저희와 함께 영접 기도를 드렸지요.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할아버지의 영접기도 첫마디가 바로 이거였어요.

  

“하나님 저는 죄인입니다.”

  

그 순간 할아버지도 눈물이 터지고 저도 눈물이 터진 거에요. 저의 눈물은 할아버지가 죄인이어서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죄인이라고 고백하신 그 순간에 내가 얼마나 더 큰 죄인인지 확 깨달아지면서 눈물이 쏟아지는데 성령님께서 그때 제게 복음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셨지요.”

  

이 땅에서 필자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본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죄인일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 밥퍼에서 밥을 먹고 자란 ‘라’는 진 선교사가 기도하며 정성을 다해 양육한 차세대 리더로서 현지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강사로 헌신하고 있다.©크리스찬리뷰     

 

하나님 곁으로 가신 할아버지를 통해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은 이곳 프놈펜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인 언동마을에서 복음의 줄기로 힘있게 자라고 있었다.

 

방과후 학습

 

프놈펜의 밥퍼 행사 이후 오후엔 방과 후 학습이 진행된다. 노래 교실과 리코더 교실에 참여한 아이들이 방문한 기자 일행을 위해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캄보디아의 공립학교엔 음악 수업이 없다. 그래서 음악을 배우며 노래하는 이 시간이 아이들에겐 한없는 기쁨이 가득한 시간이 된다.

  

시엠립 다일에 비하면 프놈펜 다일의 규모는 사뭇 작았다. 섬기는 자원봉사자도 턱없이 부족한 듯 보였고 시설도 열악해 보였다. 그러나 섬기는 분들의 얼굴엔 피곤함이 아닌 생동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듯하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현지인 지부장과 평신도 선교사의 섬김으로 프놈펜 다일은 여전히 그리스도의 참된 사랑을 몸으로 증거하고 있는 것이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프놈펜의 내일 ‘라’

 

프놈펜 다일의 한글 교실은 참으로 특별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는 다름 아닌 밥퍼의 밥을 먹으며 자란 ‘라’라는 현지인 학생이다. 진 선교사가 기도하며 정성을 다해 양육하여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만한 학생인 것이다. 진 선교사가 라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라’는 현지인 아이들에게 캄보디아어로 한글을 가르친다.

  

진 선교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고, ‘라’는 그 하나님의 사랑을 캄보디아 어린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준다. ‘라’가 어려움 없이 신앙 안에서의 신실한 청년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캄보디아 다일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캄보디아 국왕이 친히 최고 훈장까지 내릴 정도로 지난날의 사역은 괄목할 만한 발걸음이었음을 확신한다.

  

기자가 만나본 다일의 열매로 시엠립의 총무였던 리비다와 프놈펜의 분탄 지부장은 캄보디아의 소중한 오늘이다. 또한 시엠립에서의 쏘타이와 프놈펜에서의 라는 밥퍼가 길러낸 아름다운 청년들로 희망에 찬 캄보디아의 내일이다.

  

앞으로 이들을 통해 캄보디아는 더 이상 킬링필드가 아닌 힐링필드가 되고 리빙필드가 되는 소중한 땅이기를 소망한다.

  

기자는 이번 취재에 사진기자의 역할로 동행하며 캄보디아 다일에서의 사역의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의 20년은 또 어떤 모습일지 겸허히 캄보디아의 하늘을 바라보며 묵상해 본다. 그리고 카메라의 전원을 조용히 내렸다.〠 <끝>

 

[밥퍼와 일대일 아동결연 후원 문의 = 크리스찬리뷰]

 

 

글/김신일|크리스찬리뷰 사진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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