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시작, 수메르 문명과 성서 VIII

주경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0/28 [14:34]

▲ 인류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 문명과 성서

 

(지난달에 이어) 니푸르(Nippur)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는 수메르인들이 기록하고 있는 창세기 내용이 나오고 있다. 그것을 “에리두 창세기”라고 부르는데 이 점토판에는 물의 신 엔키는 바다의 신 남무와 출산의 신 닌마를 시켜 진흙으로 사람을 만드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창 1:26-27)

  

또한 ‘에리두 창세기’에는 원초적인 혼돈을 나타내는 바다의 여신 티아마트가 어둠에 쌓여있는데 육지의 남신 마르둑이 바다의 여신 티아마트를 잡기 위해 바람을 타고 떠돌고 있다.

  

이것은 창세기 1장 2절을 연상시킨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물론 창세기의 인간 창조 이야기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유대 전승이 영향을 받았을 지는 의문이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도 수메르 점토판에서 발견된 길가메쉬 대홍수 이야기와 흡사하다. 이외에도 에덴동산과 비슷한 수메르의 낙원 이야기가 있다. 수메르 욥기도 있으며, 바벨탑 이야기도 등장한다.

  

사무엘 크레이머가 소개하는 수메르 욥기의 한 부분을 소개한다.

  

<여기에 이름은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부유하고, 현명하고 의롭고 그리고 최소한 겉으로라도 그렇게 보이는데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축복받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질병과 고통이 그를 엄습한다. 그는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신을 욕했는가? 천만의 말씀! 그는 겸손하게 신 앞에 나아가 눈물과 탄식 속에 기도와 탄원으로 자기의 마음을 쏟아내었다. 그 결과 그의 신은 기뻐하며 연민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하여 그의 기도를 듣고, 그를 불행으로부터 구제해 주었으며 그의 고난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었다.>

  

이 내용만으로 수메르 욥기가 구약성서의 욥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티브와 이야기 스토리의 전개는 유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오래 전에는 구약성서에는 수메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고고학자들이 점토판을 해석하면서 발견된 것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시날’(Shinar) 지명이 바로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이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날’은 바로 유대인들이 수메르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창 10:10)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창 11:2)

  

그동안 수메르 점토판에서 발견된 수메르 기록들 중에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와 흡사하거나 성서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어떤 것은 그 줄거리와 전개 과정이 비슷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전개과정은 다르나 기본적인 소재가 유사한 것들도 있다.

  

앞서 보았듯이, 함무라비 법전도 수메르의 우르남무 법전의 확장인 것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첫 번째 문명이었던 수메르 문명은 그 후속문명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쳐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하여 성서학계에서는 수메르 문명의 영향이 유대인들의 토라에 영향을 주었는지 비평학자들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계속>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 주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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