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 「크리스찬리뷰」의 진심과 꿈

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5/12/22 [12:45]

 

▲ 발행인 권순형 ©크리스찬리뷰     

 

크리스찬리뷰가 창간 36주년을 맞았습니다. 36년의 여정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동행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걸음마 때부터 지켜보며 감싸주신 동반자들이 있습니다. 힘에 부칠 때 일으켜 세워 다독여주신 인정이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목을 축여주시고 정겹게 땀과 눈물을 닦아주셨습니다. 그 고맙고 따스한 손길과 마음들이 오늘의 크리스찬리뷰를 있게 하신 공로의 주인공들입니다.

 

‘빠짐없이 다 읽는다’는 분들 덕분에

 

발을 동동 굴리며 인쇄소 앞에서 걱정스럽게 창간호를 기다리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창간 때부터 앞길을 희망차게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진심어린 걱정과 우려를 표했고, 동종업계의 노골적인 비난과 무한경쟁, 이단들의 협박과 고소, 건강문제, 언론시장의 변화, 악화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때로는 의기소침해지고 주저 않고 싶을 지경에 이르기도 했음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이렇듯 ‘복음전파’의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가끔 “크리스찬리뷰를 빠짐없이 다 읽는다”는 독자들을 만납니다. “잡지가 벌써 바닥났어요”라는 전화도 주십니다. 어떤 분은 “칼럼이 정말 시원하고 명쾌하다” “크리스찬리뷰는 발로 뛰어 취재한 땀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현장성이 있는 잡지이다”라며 공감을 표해 가슴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애정 어린 ‘감시’덕분에 배달사고 한 번 없이 36년의 세월을 감사히 달려 온 것 같습니다. 

  

크리스찬리뷰는 한인교회와 한인사회의 역사를 기록하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한인교회의 역사를 알아보려면 크리스찬리뷰를 읽어야 한다’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크리스찬리뷰에는 한인교회와 한인사회의 수많은 역사가 세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크리스찬리뷰는 창간 후부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이웃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월드비전에서 전개한 ‘40시간 금식운동’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희망 나눔 운동’ ‘노숙인 협력사역’ ‘호주맥켄지의료선교회’를 통한 한센인 사역과 함께 지구촌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의료지원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재앙이 있는 곳이면 모금 캠페인을 벌여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아울러 세계 오지에 있는 선교사들의 활동, 헌신 등을 취재하여 상세히 보도해 왔으며 국내외 기독교계를 흔드는 이단들의 흐름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폭로해 기독교계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지키는 영적 전위대 역할도 해냈습니다.

  

교회행사와 문화행사 등 교계의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하여 정보와 읽을거리를 많이 제공하였고, 세계적 수준의 음악가와 예술인을 초청, 연주회 및 강연 등을 개최함으로 문화사업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해외 현장 취재’는 재정적인 면에서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한국사회와 교계는 물론 인류적 측면에서 취재해야 할 사건과 계기가 있을 때는 주저 없이 지구촌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시대의 거울이기를

 

돌이켜보면 보람도 많았습니다. 한·호 선교역사를 발굴하여 ‘한국 근·현대사진전’과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했습니다. ‘호주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열매’는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 총서로 한·호 선교 관련내용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어 한·호 선교역사의 자료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최초의 호주 선교사 데이비스 목사의 육필일기 전문을 발굴, 영어 원문과 함께 번역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출간된 ‘헤브론병원 24시’는 캄보디아 헤브론의료원에서 한국인 의료진들이 의술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손길을 펼치는 아름다운 장면들입니다.

  

숱한 특종기사들도 많았습니다. 캔버라 WCC 총회에 참석한 북조선기독교연맹 고기준 목사(서기장) 외 3명의 대표단 일행과 단독 선상 인터뷰, 본지 창간 1주년 특집호에 실린 기사로 40여 년간 헤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극적 상봉(국민일보에서 인용 보도), 한국 최초의 호주 선교사 데이비스 목사 여권과 비자(1890년 조선시대) 발굴 단독보도, 가평전투 70주년을 맞아 호주 지역 내 ‘가평 길’로 불리는 거리를 조사해 10개를 찾아 최초로 단독 보도하여 한국사회와 호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아울러 ‘가평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호주와 한국에서 개최했고, 호주 내에 있는 10개의 가평 길, 2개의 다리, 6개의 한국참전 기념비, 7명의 생존 참전용사를 만나 사진과 영상으로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보도 이후 한국의 연합뉴스를 비롯한 매일경제, 한국경제,  국민일보, JTBC, KBS 라디오 등에서 인용보도하면서 호주사회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또한 광복회 호주지회와 함께 1919년 3·1만세운동에 참여했던 호주 선교사들의 자료를 발굴, 독립유공자로 추서하여 한국 정부로부터 마가렛 데이비스가 애족장(5등급)을 벨레 멘지스와 데이지 호킹이 건국포장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큰 감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평가와 달리 독자들이 보기엔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분발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종이 잡지의 운명 “남의 일 아니다”

 

36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미련한 것 아닌가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전 세계 신문, 잡지계 전반에 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 신문, 잡지시장이 축소되고 인터넷 매체가 확장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민언론이 처한 상황도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인쇄소마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크리스찬리뷰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크리스찬리뷰는 페이지 수와 발행 부수를 줄여 적당한 인쇄소를 찾아 발행해 왔지만, 현재의 광고료만으로는 계속 발행하기가 쉽지 않아 잡지의 유료화와 함께 정기구독 회원, 재정후원회원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인쇄비 인상으로 크리스찬리뷰도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에 종이 잡지 시대를 마감하고 디지털 잡지로 전환해야 할까에 대해 저희 편집진이 모였습니다.

  

최종적으로 크리스찬리뷰는 종이 잡지 발행과 함께 디지털 잡지, 두 가지 전략으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번 일을 계기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잡으려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며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또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언제 종이 잡지 발행을 멈출지 모르지만 시대상황을 외면하고 뒷짐 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는 이제 다시 험곡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난 곡절을 초심으로 견뎌왔듯이, 앞으로도 기대와 사랑을 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원을 무기삼아 묵묵히 걸어가려 합니다.

  

환경이 비관적이라도 좌절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의 책무입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성경(갈 6:9)의 가르침입니다.

  

크리스찬리뷰의 36년은 우리사회 구석구석 역사와 함께 영광의 흔적을 심어 놓았습니다. 그 흔적들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혼자였다면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고 이뤄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을 기대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권순형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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