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집사는 죽어서 천국에 왔다. 아니 본인이 그렇게 생각을 했다. 세상 살면서 여러 황당한 일들로 시달리자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꿈 같은 삶을 살자'며 늘 그 소망을 바라고 살았었다.
특히 암에 걸려서 고통받을 때는 인생 끝내고 싶었으나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들은 바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가 다행히(?) 죽게 되었던 것이다.
기대했던 대로 역시 천국은 밝은 빛에 푸른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멀리 보이는 야트막하지만 눈덮힌 산이 한껏 정취를 뽐내고 있었다.
예수님이 마중 나오시지 않아 약간 섭섭했지만 워낙 바쁘신 분일 텐데,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자, 이제는 맘껏 즐겨보자!"
그는 소리치며 뜀박질해 보았다. 숨도 안 차고 몸은 가벼웠다. 기분도 상쾌하고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또 다시 소리치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천국이야, 하하!"
그때였다. 무언가가 뒤통수를 쳤다. 여기도 새가 있나 하며 뒤돌아보니 어떤 인상이 험악한 인물이 씨익 웃고 있었다.
깜짝 놀란 김 집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아 생전에도 이런 꼴 당하는 게 무엇보다 싫었었는데 천국에 와서까지 이런 꼴을 당하다니! 김 집사는 인상을 팍,쓰며 앙칼진 소리를 냈다.
"당신 뭐야?"
외치면서도 천국에도 뭐 이런 놈의 악당이 있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내는 히죽거리며 씨부렁댔다.
"여기가 천국인 줄 알았지?"
"아니야? 그럼 어디야?"
"나도 그런 줄 알고 당황했었지. 여긴 대기소야. 심판받기 위해 기다리는 장소."
그때 누군가가 또 김 집사의 뒤통수를 쳤다. 이런 어이없는 가격에 김 집사는 분노가 솟구쳤다. 주먹을 움켜쥐며 뒤를 돌아보니 거구의 사내가 버티고 있었다. 인상도 먼저 뒤통수 친 놈보다 더 흉악스러워 보였고 키도 족히 2미터는 넘어 보였다. 김 집사는 슬그머니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이곳 최고참한테 전입 신고를 해야지. 저 분한테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인사드려."
그는 먼저 뒤통수 친 놈을 가리켰다. 김 집사는 이곳이 대기소라기보다는 무슨 교도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고참이라는 자가 말했다.
"적당히 잘 지내자구. 지옥 가서 고생들 할 텐데."
김 집사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은 그곳에 갈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지."
덩치 큰 사내가 바로 맞받아쳤다.
"무슨 수로 천국에 간다는 거냐?"
"난 오래 전부터 교회 다녀서 당당한 집사였다구."
두 사내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덩치가 다시 말했다.
"여긴 지옥 가기 위한 대기 장소야. 천국 가는 사람들은 기다림 없이 간단한 면담으로 상급에 따라 살 곳을 배정 받아 간다구."
김 집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신문을 보고 알지. 천국일보와 지옥신문 두 가지가 이리로 배달돼. 천국일보 새 시민 환영란을 보면 늘 몇 명 안 되는데 인상들이 다 좋아. 반대로 지옥신문의 많은 신참들 얼굴은 한결같이 당신이나 우리 모습과 똑같이 쳐다보기도 싫어. 언젠가 집사 당신의 면상이 지옥신문에 나게 되겠지."
"애써 믿어온 게 다 헛수고였네?"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웃으며 최고참이 빈정거렸다.
"아예 우리처럼 즐기다가나 오시지. 괜히 애만 쓰셨구만. 흣흣."
"아, 절망적이네. 잘 믿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통 되지를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쇼. 여기엔 목사뿐 아니라 장로에 권사에, 여러 종교의 높으신 분들도 꽤 되니까 말 통하는 사람들이 좀 있을 거요."
덩치가 비꼬듯이 말했다.
"실망이 크겠네? 하지만 이게 현실이야."
김 집사는 대기동에 머무르는 동안 신입이라 화장실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특히 최고참과 덩치가 김 집사를 종처럼 부려먹었다.
그는 하도 고생스러워 차라리 빨리 심판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옥 같은 이 생활이나 가게 될 그곳이나 매한가지처럼 여겨졌다.
드디어 심판 날이 왔고 그는 재판관 앞에 서게 되었다. 이름과 생년월일, 살던 주소 등 인적 사항을 대자 재판관이 물었다.
"기록에 의하면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믿음이 없었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본이 되는 대신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었구만."
김 집사가 항변했다.
"내 생기기는 이리 생겼어도 속은 비교적 온화하고 착합니다. 더군다나 하나님께선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신다고 말씀 하셨잖아요. 또 주일 성수 꼬박 했지, 십일조 등 때마다 절기 헌금도 잘 했지, 차 없는 교인들 픽업 서비스도 많이 했습니다. 제발 천국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대기 마을의 저 못돼먹은 최고참이나 골리앗 같은 빌런들을 다시는 만나지 않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재판관은 김 집사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 집사의 믿음을 저울에 달아보니 천국 가긴 너무 가벼운데 어쩌지?"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생명의 부활로,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리라.”(요 5:29)〠
손성훈|골드코스트 영광교회 장로, 크리스찬 작가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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