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막 오른 AFC 여자 아시안컵 축구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6/03/20 [16:44]

▲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이 필리핀을 3:0으로 물리치고 2연승을 달렸다.©AFC     

 

▲ 웨스턴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 경기에 앞서 식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크리스찬리뷰     

 

2026 AFC 여자 아시안컵(AFC Women’s Asian Cup) 대회가 지난 3월 1일 호주 서호주 퍼스에서 개막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로, 3월 21일까지 약 3주간 열띤 경쟁이 이어진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필리핀, 베트남,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12개 국가대표팀이 참가했다. 각 팀은 조별리그를 거쳐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해 아시아 챔피언을 가린다.

  

경기는 퍼스, 골드코스트, 시드니 등 호주 주요 도시의 5개 경기장에서 총 27경기가 진행된다. 특히 2023 FIFA 여자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호주는 세계적 수준의 경기 인프라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또한 이번 대회 상위 6개 팀에는 2027 브라질 FIFA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주어져 각국 대표팀에게는 월드컵 진출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기도 하다.

 

파라마타 경기장에 모인 다양한 응원 풍경

북한 경기 열린 웨스턴 시드니 스타디움

 

▲ 호주 3개 도시 5개 구장에서 열린 2026 AFC 여자 아시안컵 대회 이모저모.©크리스찬리뷰     

 

시드니 서부 파라마타의 웨스턴 시드니 스타디움(CommBank Stadium)에서는 북한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에는 각국에서 온 축구 팬들이 모여 국제대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3월 3일(화) 열린 북한과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북한은 빠른 패스와 조직적인 공격을 앞세워 3대0 승리를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관중석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북한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동포 응원단은 100명 남짓이었지만 관중석 곳곳에서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이어갔다.

  

일부 관중이 한반도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다가 경기장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상징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장면도 이어졌다. 일부 호주 관중이 인공기를 흔들며 북한을 응원했고, 한 호주 여성 관중은 한국어로 ‘조선 승리!’를 외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중국전 패배에도 이어진 감동의 순간

  

3월 9일(월) 파라마타 웨스턴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중국의 경기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약 6천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대부분이 중국 응원단이었다.

  

경기 초반 북한은 전반 32분 김경영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중국이 곧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흐름을 가져갔다. 북한은 후반 동점골을 넣는 듯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과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취소되며 결국 2대1로 패배했다.

  

하지만 경기 후 감동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떠나기 전 한국 동포 응원단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고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 내리던 파라마타의 밤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든 순간이었다.

  

▲ 북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중국과의 경기를 마친 후 자신들을 열렬하게 응원해 준 한국 응원단에게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고 있다.©크리스찬리뷰     

 

▲ 한국과 호주 경기에서 한국계 호주 가수 임다미가 양국 국가를 부르고 하프타임에 한국 응원단 앞에서 2014년에 발표한 ‘Super Love’를열창했다. 임다미는 2013년 10월 호주 엑스팩터에서 최종 우승했다.©크리스찬리뷰     

 

6만 관중 몰린 한국 vs 호주 ‘빅매치’

역대 아시안컵 최다 관중 기록

 

3월 8일(일) 시드니 올림픽파크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Accor Stadium)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경기는 이번 대회 최대 화제였다.

  

이날 경기에는 6만 279명의 관중이 입장해 AFC 여자 아시안컵 역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경기장 밖에서는 한국 동포들과 풍물패가 전통 장단에 맞춘 공연으로 응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 시작 전에는 한국계 호주 가수 임다미(Dami Im)가 양국 국가를 무반주로 불러 경기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관중 대부분은 호주 대표팀 ‘마틸다즈’ 팬들이었지만 약 6백 명의 한국 응원단도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양 팀은 치열한 공방 끝에 3대3 무승부를 기록하며 명승부를 만들었다.

 

축구를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아시안컵은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남기고 있다.

  

비가 내리던 파라마타에서 북한 선수들이 응원단에게 인사를 건넨 순간, 그리고 6만 명 속에서도 울려 퍼진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임을 보여줬다.

  

1989년 시드니에서 남북 공동응원이 있었던 기억처럼, 언젠가 한국과 북한이 결승에서 만나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온다면 경기장에서는 다시 한번 ‘코리아’라는 이름이 함께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Ph.D)

권순형|본지 발행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