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는 수사관은 정리해야

엄상익/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6/26 [11:43]
16억 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은 수사관을 통탄하는 사설을 봤다.
 
수사를 하면서 수사정보를 빼준 대가였다고 했다. 변호사를 하면서 수많은 수사관들을 보았다. 한번은 수사관에게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하루 종일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을 받아 적어야 하는 고된 직업이었다. 일반인들은 드라마 ‘수사반장’을 연상하는 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서기의 역할이다.
 
그 수사관은 방에 들어오는 어떤 사람도 자기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으니까 그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을질’만 하던 예전에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수사관 앞에 갔을 때 모멸감을 느끼는 이유가 분명 있었다. 진실을 바꿔도 된다고 착각하는 수사관도 존재했다.
 
최근 이런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직원 부부가 회장 일행을 맞게 됐다. 남편은 본사 임원들을 그리고 아내는 회장님을 안내했다. 어느 순간 남편은 속이 뒤집히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회장이 차 안에서 아내의 뺨과 귀를 어루만지는 걸 본 것이다. 목줄을 쥐고 있는 회장에게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들 부부는 용기를 내어 피해자로서 진술을 하기 위해 담당 수사관 앞에 갔다. 아내는 수치스럽지만 진실을 말했다. 남편도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알렸다.
 
담당형사는 그대로 조서에 기재하면 회장님이 성추행이 될 수 있으니까 남편 말은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수사관에 의해 성추행이 면죄부를 받는 순간이었다. 수사관이 진실을 왜곡하면 판결은 무의미한 휴지조각이 된다. 악과 직접 마주치는 만큼 수사관은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오랜 세월 변호사를 하면서 은밀한 수사의 암시장이 형성되는 걸 봤다. 돈 없는 억울한 서민들은 고소를 해도 문전에서 박대당한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담당자들은 조서에 적어 주지를 않는다. 쓰는 건 자기들 권한이라고 우쭐댄다. 그러는 사이에 거물 범죄인들은 세상을 비웃으며 거리를 활보했다.
 
수사를 부탁하려면 전관출신 특정 변호사를 쓰거나 법조 주변의 브로커라도 동원해야 한다. 기소되거나 감옥에 가는 걸 조건으로 도박판 같이 거액의 뒷돈이 걸리기도 했다. 돈이 걸리면 막말로 눈들이 돈다. 모함으로 가득 찬 조서가 작성되고 허위가 진실이 된다. 그 조서들을 만드는 수사관은 악마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뇌물 받은 수사관은 수사정보를 수시로 다른 그분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법을 가지고 노는 그런 악마급 거물들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수사관부터 검찰고위직까지 캐스팅했다. 머리도 비상했다. 단순한 뇌물이 아니라 포섭대상의 가족을 취직시켜 부하로 관계를 형성했다. 그래야 수사권을 언제든지 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절대 뇌물죄에 걸리지 않는다. 평소에 돈을 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몇 배 비싼 값으로 쓸모없는 땅을 사주었다.
 
수사관을 도구로 만든 후 그들의 연출이 시작된다. 공격대상을 죽이기 위해 횡령배임의 시나리오를 쓰고 여러 명의 가짜 증인도 만든다. 한 명이 고소를 하게 하고 가짜 증인들은 입을 맞추어 똑같은 소리를 지껄여 대게 한다. 내 사람이 된 수사관은 기계같이 받아 적는다. 거물 악마들은 검 판사들이 논리 쪽으로 도망하는 속성도 알고 있다.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 한 사람의 절규보다 여러 명이 입을 맞춘 그럴듯한 다수결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 공직자의 경우는 책임회피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판사들의 현미경 같은 눈은 가짜조서 속의 글짜만 확대해서 본다. 결국 그의 마수에 걸린 대상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 같은 운명이 된다. 
 
면죄부는 법관들이 아니라 모략한 연출가가 가지고 있었다. “돈을 내면 증인 말을 바꿔서 무죄로 해줄게” 라면서 그들은 실질적인 사법권을 행사했다. 증인 말을 바꾸는 건 판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조의 곳곳에 그런 늑대의 냄새를 풍기는 포식자들이 혀를 날름거리는 걸 보아왔다. 포식자들은 때때로 점잖은 회장인 경우도 있고 근엄한 고위공직자인 때도 있었다. 법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수사관이 악마의 노예가 되어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엄상익|변호사, 크리스찬리뷰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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