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有終의 美)

홍관표/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11/27 [14:54]
어느덧 이 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하게 되었다. 벽에 걸린 두툼했던 달력이 마지막 한 장을 남겨 놓고 있다. 2017년도 한 해를 시작했으니까 이 해의 끝이 온 것이다. 시간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우리 인생도 생의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는 것이다. 역사의 final goal이 있고 D-Day 가 있다. 알파와 오메가 point가 있다. 개인적인 종말이 있고 우주(宇宙)의 종말이 있는 것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명과도 같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시간을 멈추면 그것이 개인적인 종말이 되는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재림하는 그 날이 우주적 종말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가고 오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지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형편없이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 끝 마무리가 좋지 않았을 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한다.
 
성경 속에 사울 왕이나 삼손, 가룟 유다와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그들은 모두 처음에는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출발을 하였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잘못 되어서 인생을 파산하고 말았다.
 
사울은 왕은 되었지만 하나님 앞에 버림 받고, 길보아산 전투에서 비참하게 죽고, 삼손은 이성의 유혹에 빠져 두 눈이 뽑힌 채 연자 맷돌을 굴리는 짐승 노릇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가룟 유다 역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제자로 부름 받았지만 돈의 유혹으로 스승을 팔고 자살하여 멸망의 세계로 가버렸다.
 
그들의 생애 중에도 훌륭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를 잘 못하니 그들의 훌륭한 순간들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우리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최후를 보면 그들은 하나 같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사울 왕처럼 국내외 인사들과 국민에게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취임하였지만 마지막이 좋지를 않았다.

우리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주님의 부름을 받고 성실과 진심으로 사역할 것을 서약하고 출발했는데, 목회하는 동안 세속적인 타성에 젖어 점점 누추해지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어떤 분은 이성 문제로, 어떤 분은 돈 문제로, 어떤 분은 명예 문제로, 또는 세습 문제로 추해지는 모습을 본다.

내가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내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세워 주신 자리를 잘 지키지 못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나라의 지도자들이나 교회의 영적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탐욕과 교만이다.

나는 목회를 마친 원로의 입장에서 이 땅의 모든 후배 목회자들이 목회의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소원한다. 진정, 나 자신도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여생을 살고 싶다.

“세상 부귀 안일함과 모든 명예 버리고 험한 길을 가는 동안 나와 동행 하소서”아멘.〠

홍관표|크리스찬리뷰 편집고문, 시드니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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