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적자
 
정기옥/크리스찬리뷰
며칠 전 책장을 살펴보다가 오래 전에 읽었던 책 중에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저자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책을 정리 할 때마다 버리지도 못하고 다시 꽂아 두었던 별로 관심도 두지 않던 사랑받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버려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펼쳐 보다가 새삼 흥미가 발동해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변화
 
서문을 쓴 해가 1997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20년도 더 지난 소위 한물간 책이었습니다. 책은 다 소중하고 많은 경우 장기적 가치가 있지만 기업가가 경영적 사고를 가지고 쓴 시대적 글의 제한적 생명력을 고려할 때 현실적 적용 가능성이 없는 글일 것이라는 속단을 하며 살펴 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그분이 병상에 누워있는상태라는 소식이 들려온지가 오래인터라 평생 큰 기업을 이끌어 온 그분의 평소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병상에 있는 그분이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게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들의 구속과 석방, 현재 삼성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생각하자 갑자기 버리기 전에 한 번 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페이지 살펴보고 덮으려던 것이 그만 책상에 앉아 전체를 다 읽게 되었습니다. 주제마다 그분이 가지고 있었던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한 통찰과 혜안, 나름의 논리와 처방이 제 생각과 흥미의 샘을 자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약간 진부하고 당연한 일반적 논리이지만 미래는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하는 지혜를 갖추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질서에 대한 도전 때문에 생길 반발과 기득권에 대한 수구적 보전 의식을 극복하며 변화를 추구할 때 급변하는 미래의 흐름에 대비를 하면서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 보자!”는 그의 유명한 말에 담겨 있는 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쇠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주제마다 강하게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미리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타고 승리와 성공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변화와 함께 다가옵니다. 게다가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미래는 결코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상과 생활에서 변화를 읽고 이해하며 실제 행동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래의 변화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내포하면서도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잉태하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한 가지가 ‘이미지 적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기업이 아무리 잘 해 봐야 정치, 행정, 국민 수준 등이 낮으면 세계 경쟁시장에서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지 수준이 낮으면 적자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세계 시장에서 어느 나라의 제품은 초일류 국가의 제품보다 엄청나게 싸게 팔리는데, 그 이유가 국가 이미지, 기업 이미지, 제품 이미지가 종합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능과 품질이 다른 나라 것과 동일한데도 그 나라 제품이라면 가격을 낮추어야 겨우 경쟁에 뛰어 들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가 이미지가 이류이고 국민 이미지가 이류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도 이류 취급을 받는 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미지 적자입니다. 굳이 이름을 대어서 미안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구 수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맞짱을 뜨는 소위 G2이면서도 국가나 국민이 세계에 보여주는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큰 모습의 폭 넓은 지도자적 국가의 모습과 국민의 문화적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와 물질이 주는 힘의 논리에 의해 할 수 없이 자리를 내주기는 하지만 전혀 존경의 대상이나 배우고 따를 모방의 대상이 못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 속에서 흩어져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별히 조국과 세계 각 곳에 흩어져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들 모두를 포함한 한국인 그리스도인들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경쟁력이 있는 그리스도인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누구나 인정하며 일부러 찾고 골라서 사는 이미지가 좋은 제품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류 최고의 보배인 예수와 복음에 합당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류 같은 삶의 이미지 때문에 예수님의 복음도 이류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닌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대를 넘어 이미지와 문화까지 함께 파는 시대가 된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제는 복음이 삶으로 드러나는 일류의 삶을 통해 이미지와 문화를 함께 팔아야 합니다. 실추된 그리스도인의 삶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고는 쇠퇴해 가는 교회와 복음에 대한 부정적 시각 수정과 근본적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복음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지금부터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이미지 전쟁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실추된 이미지를 향상시킴으로 보배인 복음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적자를 메꾸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용서받고 의인이 되었지만 세상에서 여전히 회개하는 마음을 한순간도 접을 수 없는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완전히 선하고 아름다운 요정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저 그리스도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상의 삶 가운데 행위로 세상에 이미지를 보여 준다는 말입니다. 세상 속에 살아가는 매일 매순간의 행위 하나 하나가 성도의 본질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습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교회의 모습이 바로 세상이 복음과 복음 자체인 예수님을 이해하는 이미지입니다.
 
요즈음은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유통되는 가상 공간의 사회가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가상 공간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며 소통하게 됩니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편집합니다. 소위 말하는 포토샵 (Photoshop)입니다.
 
이런 편집된 모습은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거짓 이미지입니다. 위장되거나 곡해된 가짜입니다. 가상 공간을 벗어나 실제를 보여 주게 될 때 상대가 경험할 실망과 당혹은 상상해 보면 금방 이미지 적자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교회 건물이나 화려한 종교 행사가 복음이나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의 진정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때때로 세상을 흉내 낸 멋진 외형이나 그럴듯한 세속적 축복 논리로 포장된 번영신학이나 성공주의가 진정한 복음의 정수를 왜곡시키는 이미지 적자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교회 지도자와 성도가 자본주의에 함몰되어 물신주의에 빠져 살아가면서도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만 붙이면 거룩한 것으로 받아줄 것으로 착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하나님 나라에 심각한 이미지 적자를 초래합니다.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세상은 이미 종교적 다원주의로 변했고 미래에는 더욱 더 급격하게 변해 갈 것입니다. 이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 이미지 적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의인이며 동시에 죄인이기에 완벽한 제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교회와 제자됨의 성경적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합니다. 그때 비로서 교회와 예수님은 이미지 적자를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정기옥|안디옥장로교회 담임목사, 시드니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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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3 [12:35]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