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심장
 
정기옥/크리스찬리뷰
어느 날 한 청년이 동네의 번화가 한 가운데 서서 자기가 그 마을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심장을 가졌노라고 자랑스럽게 선포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청년의 튼튼하고 멋지게 생긴 심장을 보면서 경탄해 마지 않았다.
 
그의 심장에는 조그만 흠이나 점도 없이 건강미가 넘쳐나고 있었다. 청년의 심장을 본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평생 보아 온 심장 중에서 청년의 심장이 가장 아름답다는데 모두 동의해 마지 않았다. 청년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고 자기 심장이 사랑스러워서 더 큰 소리로 자랑했다.
 
그때 사람들 가운데에서 한 노인이 비집고 나오며 군중들 앞에 섰다. 그리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자네의 심장은 내 심장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결코 비교도 할 수 없네!”
 
놀라움과 호기심에 가득찬 군중들과 청년은 노인의 심장을 쳐다보았다. 노인의 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었지만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이곳저곳에 꿰맨 자국이 보였고 어떤 부분은 잘 맞지 않는 다른 조각들이 들쭉날쭉 붙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어떤 곳에는 깊은 골이 흉하게 패여져 있었고 또 어떤 부분에는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아름답기는커녕 오히려 흉하게 보였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그 노인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런 심장을 아름답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그것도 아무 흠도 점도 없이 아름다운 청년의 심장과 비교하면서 그것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을까!
 
청년은 노인의 심장을 자세히 살펴본 후 수많은 상처와 흉터로 보잘것없는 상태를 보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농담하시는 거예요? 제 심장과 비교해 보시죠. 제 것은 완벽하잖아요. 노인장의 것은 온통 상처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네요.”
 
“그렇지?”
 
노인이 인자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자네의 심장은 참으로 흠잡을 데 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네. 적어도 겉 모습만은 말일세. 그렇지만 나는 결코 내 심장을 자네 심장과 바꾸지 않을 걸세.
 
자네, 이거 알고 있나? 내 심장에 남겨진 상처 하나하나가 내가 내 사랑을 나누어 준 한 사람 한 사람을 나타낸다는 것 말일세. 상처입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예쁘고 순결한 내 심장을 조금씩 떼어 나누어 주었지. 그때마다 내 심장은 상처와 흠집이 생기고 여기저기 빈구석들이 생기기 시작했지. 그들은 때로 자기들의 슬픔과 아픔이 담긴 자기들의 심장 조각을 떼어 내게 주었지.
 
나는 그 심장 조각들을 소중하게 받아 내 심장의 빈 구석들을 채워 나간 거야. 그 조각들은 내가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준 내 것과 너무 다른 것이어서 거칠고 더러웠고 모난 것들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매우 귀하고 아름답게 여기고 내 심장에 갖다 붙힌거야.
 
왜냐하면 그걸 볼 때마다 나는 우리가 나눈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기억나기 때문이지. 때때로 내 심장의 일부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내게 그들의 심장 조각을 주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 그래서 내 심장은 골이 패이고 흉한 빈 공간들이 많이 있는 것일세. 
 
고통과 상처가 담긴 그들의 심장 조각과 사랑을 담은 내 심장 조각들과 서로 맞바꾼 거지. 비록 내 심장의 모습이 아픔을 주고 슬픔을 주는 때도 있지만 그들을 향한 나의 사랑의 마음도 생각나게 해서 항상 마음이 흡족하고 평화롭지.
 
나는 그들이 언젠가 그들의 심장에 사랑과 행복을 담아 자신들의 심장 조각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는 소망을 꿈꾸며 기쁨으로 살고 있지. 여보게 젊은이, 이제 진정으로 아름다운 심장이란 어떤 모습인지 알겠나?”
 
젊은이는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서 있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뺨을 적시며 흘러 내리고 있었다. 젊은이가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서 자기의 싱싱하고 아름다운 심장을 한 조각을 움켜잡고 뜯어냈다.
 
그는 심장을 움켜진 떨리는 손을 노인을 향해 치켜들었다. 노인은 그것을 받아 자기의 심장에 소중하게 갖다 붙였다. 그리고 자기의 낡고 상처투성이인 심장 한 조각을 떼어 젊은이의 심장에 갖다 대었다. 이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이 울퉁불퉁한 모양새 그대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자기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상처난 모습의 심장이 보였다. 그러나 신기했다. 그 심장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랑이 그가 나누어 준 심장 조각을 통해 노인에게 전달되고 노인의 사랑이 그의 심장에 이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 안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군중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받은 은혜가 많다고 간증하는 겸손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신앙의 고백이다. 어떤 분은 자녀들이 말씀안에서 잘 자라 인정받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고 고백한다. 어떤 분은 물질의 넉넉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하는 분들도 있다.
 
또 어떤 분은 이제까지 큰 사고나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산 것이 감사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분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겸손한 은혜의 고백에 칭송을 보내고 나도 저런 아름다운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그 아름다운 은혜를 그저 간직만 하고 그 겉모습만 자랑한다면 과연 그것이 아름다운 것일까 하는 점이다. 그런 고백은 아마 젊은이가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심장을 바라보며 감사해서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 아닐까?
 
참된 아름다움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복과 은혜를 나누어 주고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을 감싸고 치유하는데 사용할 때 드러나는 것이다.
  
예전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대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렇다. 좋은 삶, 아름다운 삶이란 그 누군가에게, 특별히 아프고 소외당하고 외로운 누군가에게 자기의 심장 조각을 조금 떼어 정성을 쏟는 일을 할 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서로의 심장을 떼어 서로를 보살펴 주는 삶이 진정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이다. 내가 받은 은혜를 감사하는 것을 넘어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나 우연히 맞닥뜨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하나님이 연결해 주신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내 소중한 것을 조금 떼어 나누어 줄 수 있을 때 그 심장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이 세상은 신으로부터 과분한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참 많다.그러나 그들이 그 은혜를 감사하고 자랑만 하는 존재로 머문다면 세상은 더 아픈 세상이 될 것이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부여받은 사람들이 구경꾼과 자랑꾼으로 남는다면 세상은 더 소망없는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이다.
 
가슴 아픈 사연과 고통을 간직한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위로와 격려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원죄의 그늘 아래 살아가야 하는 삶은 그 자체가 아픔을 동반하지만 누군가의 가시 박힌 심장을 내 아름다운 심장과 조금씩 바꾸어 갖는 여유와 사랑을 실천한다면 아무리 힘겹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의 꽃은 피어날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사랑의 심장을 터뜨려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 주시고 죄로 얼룩지고 상처난 우리의 심장을 끌어안으셨다. 그분은 온 몸이 너덜너덜 찢기고 기운 옷처럼 남루해 지셨고 심장은 터져버렸지만 그것 때문에 그분의 심장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아름답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이룬 성취와 받은 은혜들을 자랑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일까?
 
아니면 아름답다고 자랑할 만한 심장을 한 조각 떼어 슬프고 고달픈 누군가의 심장과 맞바꾸는 삶을 사는 것일까? 〠   

정기옥|안디옥장로교회 담임목사, 시드니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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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28 [09:48]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