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 크리스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양병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2/24 [14:30]

코로나19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정부가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을 봉쇄하자 미국과 일본이 전세기로 자국민들을 데려갔다. 이어서 대한민국 정부도 우한 교민들을 전세기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미국의 스필버그 감독이 1998년에 만든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내 마음 속에 스쳐 지나갔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로 미군에 참전한 네 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라이언을 구하라는 임무를 받은 부대원들의 구출작전을 생생하게 묘사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자국민을 보호해내는 미국의 국력과 군사력이 한없이 부러웠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도 우한에 있는 수백 명의 라이언 일병들을 구하기 위해서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혹시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데리러 올 것이라는 확신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를 갖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우한 교민들을 격리 수용할 장소를 충남 아산(경찰 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일부 주민들은 수용시설로 이어지는 도로를 농기계 등으로 봉쇄하면서 시위에 들어갔다.
 
이때 우한 교민들이 도착하기로 예정되었던 하루 전날 자신을 충남 아산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엄모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우한(교민) 격리지가 아산과 진천으로 확정되었음에도 한 쪽 기사만 보시고 각종 SNS에서는 아산과 진천을 비방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마음이 참 아프다”며 “저처럼 우한에서 오는 우리 교민들을 환영하는 아산 시민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손 피켓(손글씨 팻말) 릴레이를 시작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함께 동참해주신다면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에게 큰 힘이 될 듯하다”며 ‘우한교민 환영합니다’ ‘We are Asan’ ‘힘 내세요’ ‘손피켓 릴레이’ ‘동참해주세요#’ 등 해시태그 여러 개를 달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릴레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We are Asan 우리는 한민족!!’.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진천,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세요. 우한 교민 여러분 파이팅! 관련 지역민과 공무원 여러분 파이팅’ ‘우한 교민 환영’
 
아산과 진천 시민들의 환영 릴레이가 일어나자, 이를 반대했던 아산시민연대도 입장문을 통해 “우한 교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다. 중국에서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을 국가는 나서서 보호해야 하고, 그 권리는 교민들에게도 있다.”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서로 협력하여 의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일본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제국이 10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탱한 저력을 프랑스어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정의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은 ‘귀족의 의무’라는 뜻으로, 유럽의 귀족 사회에는 ‘지위가 높을수록, 지도층이 될수록 더 많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라는 좋은 전통이 전해내려 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사회를 지탱해온 정신적 뿌리였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좋은 예는 세계를 제패한 영국 해군(Royal Navy)에 대를 이어 복무하는 영국 황실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전통은 훗날 왕위에 오를 왕세자나 왕세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영국 역대 최장기 재위 기록을 경신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38년 세계 제2차대전이 발발하던 1945년에 20세의 나이로 여군 수송대에 자원 입대해서 차량정비와 트럭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장래에 여왕의 자리에 오르게 될 후계자의 몸으로 나이 어린 공주가 전쟁에 직접 참가한 것은 역사상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은 제2차세계대전 중 시실리 상륙작전 등 여러 전투에 참전한 후 중령으로 전역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장남 찰스 왕세자는 1971-1976년까지 해군 함선의 장교 및 파일럿으로 해군과 공군에 복무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 앤드류 왕자(요크 공, Duke of York)는 1982년부터 대잠수함 공격용 헬리콥터 조종사로 활약하다가 같은 해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포클랜드전쟁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 항공모함 임빈시블호의 헬리콥터 조종사로 근무했다.
 
당시 영국 내각(대처 수상)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였던 앤드류 왕자를 후방으로 빼려고 했지만, 엘리자베스 2세가 반대해서 결국 전투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앤드류 왕자가 맡았던 임무는 항공모함이 적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항공모함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사일을 자신의 헬기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윌리엄 왕자(엘리자베스 2세의 큰손자)는 영국 최고의 장교 양성기관인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2014년부터 민간 구조 헬리콥터 파일럿(에어 앰블런스 파일럿)으로 근무한다고 발표했으며 5개월간의 훈련을 마치고 2015년 7월부터 첫 임무를 시작했다.
 
해리 왕자(엘리자베스 2세의 둘째 손자)도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2007년에 보병 장교가 된 뒤 10년 동안 복무하면서 2013년에는 주로 공격용 헬기인 아파치 화기관제사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두 번 참가했다.
 
탈레반이 공개적으로 헨리 왕자를 죽이겠다고 위협했지만 그는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전통적으로 영국 황실의 남자들은 나라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누구보다 먼저 위험한 전쟁터로 달려 나가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행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와 같이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나 사회 지도층이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죽겠다는 정신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처럼 더 많이 가지고 누리는 사람들과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함으로써 사회를 유지해 주는 아름다운 미덕이다.
 
서구 유럽사회를 이처럼 지탱해온 정신적인 뿌리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솔선수범하신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천 년 전에 유대 땅에 살았던 한 목수 청년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셨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것도 가장 낮고 천한 몸으로 오셨다가 가장 비참한 십자가 형틀에 자신을 완벽하게 희생시키셨다.
 
예수님은 평생 절제와 희생이셨다. 자신이 아니라 형제와 이웃의 잘못과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자기 몸을 희생양으로 드렸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동양인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중국사람들을 대하는 자세가 혹 그러지 않은가?
 
부끄럽게도 나는 얼마 전에 여행을 떠나는 두 아이들에게 가급적이면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피하라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사전에 막는다는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돈이 넉넉하거나 생활이 풍족할 때는 주위에 친구가 많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거나 생활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어려울 때에도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소망이 전혀 없었던 우리들을 무조건 구원하셨다. 그런 주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로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이 이제 작은 예수가 되어 어려움에 빠져 있는 저들을 향해서 사랑의 손을 내밀 차례이다.
 
충남 아산 엄모 씨와 같이 ‘We are Christian’ ‘고통과 절망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힘내세요’ ‘우리가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쳐보자.〠   


양병구|골드코스트온누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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