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

양병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10/26 [15:48]

 

대면예배와 온라인예배에 대한 양극단의 시각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교회의 대응 방식을 놓고 그동안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대면예배를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예외적인 경우에서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것은 사회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덕을 세우기 위해서 당분간 대면예배를 삼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예배에로 복귀를 준비해야 하는 호주 한인교회들은 이 두 가지 입장에 대해서 응답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지난 9월 당회에서 당회원들이 9월 셋째 주일부터 부분적으로 주일 낮 예배만 대면예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때 필자가 성도들로부터 받았던 피드백 역시 두 가지 입장이었습니다.

 

먼저는 “대면예배를 기다려왔는데 이렇게 예배당에서 예배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반대로 대면예배에 나오지 않은 분들 중에서 “이런 시국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복잡한 방역규칙을 지키고 예배시간에 마스크까지 쓰면서까지 꼭 대면예배를 해야 하느냐?”는 말로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었습니다.

 

어떤 의견이든 교회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극단의 의견은 두 가지 교회론과 맞물려 있습니다.

 

모이는 교회로서의 예배

 

모이는 교회로서 대면예배를 강조하는 분들의 의견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대면예배는 하나님의 절대명령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 믿고 구원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명하신 절대 명령이 있는데 그것은 주님 부활하신 주일에 예배당에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약에서는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5).”라는 말씀에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면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 대면예배가 신앙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온라인 예배가 지속되면서 성례(세례와 성찬)와 같이 예배당에서 모이지 않으면 체험할 수 없는 영적인 차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신앙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 어려운 순간에 더 대면예배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기독교인들에게는 대면예배가 매우 중요한 신앙적인 행위라는 입장입니다.

 

3) 성도는 예배를 위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자발적으로 교회 공동체에 나아가 공적으로 예배하고 영적 가족으로 교제하는 것이 교회이며, 하나님께서 그렇게 예배하는 사람들을 찾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모양대로’(창 1;26) 지으시고 하나님과 예배하는 존재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전도, 봉사, 교육, 정의의 실현 등도 중요하지만 대면예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4) 대면예배는 성도들이 영적으로 훈련받는 도장이라는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태릉선수촌에서 지도자에게 훈련받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성도들은 반드시 영적인 훈련장인 대면예배에 출석해서 영적인 훈련을 잘 받아야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에 합당한 삶을 살며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온라인예배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온라인예배를 강조하는 분들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교회가 속한 사회 공동체에 덕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 대면예배를 축소하고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송출한 온라인예배를 경험한 성도들로부터 들려오는 피드백은 △대면예배보다 온라인예배가 집중이 잘된다. △온라인예배를 통해서 그동안 무너진 가정예배가 회복되었다. △예배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한 시간에 온라인예배를 선택할 수 있어서 주일 시간 활용이 더 용이해졌다. 특히 직업상 주일 낮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던 분들도 주일 저녁이나 주중에라도 예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교회의 멤버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성도들이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편한 마음으로 예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직업의 특성상 새벽기도회에 참석할 수 없었던 성도들도 온라인으로 함께 예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수의 의견이지만 한인교회가 없는 오지에서 거주하는 교인들이 온라인으로 주일 낮 예배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등등으로 모아집니다.

 

그동안 우리는 모이는 교회의 기능에 주력하느라 공적예배를 포함해서 교회 안에서의 모임에 주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삶의 예배에 소홀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사명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예배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짐에 따라서 온라인 예배가 주는 편리함과 온라인예배에 익숙해짐에서 오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라는 측면은 경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두 가지의 극단적인 생각과 균형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태에서도 충분히 예배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선제적’으로 대면예배를 폐쇄한 측과 전염병이 2-3단계로 격상되는 상황에서조차 바이러스의 감염을 무시하고 대면예배만 강행하려는 측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대부분의 진보적인 입장은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요4:23)를 강조하며 온라인예배와 흩어지는 교회를 강조한 나머지 대면예배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보수적인 입장은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5)”라는 말씀을 강조하며 대면예배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양쪽의 입장은 모두 극단의 해석으로 성경과 종교개혁자들의 생각을 왜곡하고 잘못 해석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가르치신 예수님과 사도들은 여전히 성전과 회당에서 대면예배를 지키며 존중하셨습니다.

 

반면에 히브리서 10장 25절의 말씀도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라고 했지 예외적으로 부득이하게 현장을 떠날 수 있는 것까지 비판한 표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이는 교회는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 할 때, 비로소 건강한 교회라고 말할 수 있고, 흩어지는 교회는 모이는 교회를 전제한 교회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면예배를 경험한 성도들은 하나님의 임재의 자리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과 같이 녹아지는 삶의 예배로 흩어져 나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흩어지는 예배는 모이는 대면예배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각 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어느 시점에 대면예배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당회나 그밖의 교회 의사결정 기구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보증하는 시기와 성도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기를 잘 맞춰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안전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대한 성도들의 이해의 차이로 인해서 대면예배와 온라인예배를 선택하는 분들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호주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성도들 모두가 온라인예배의 편리함에서 탈피해서 대면예배를 먼저 회복하고, 흩어지는 삶의 예배로 나아가 복음의 선한 영향력을 더 크게 발휘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양병구|골드코스트온누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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