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송영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7/20 [14:49]
©Nareeta Martin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 나오는 시의 일부이다. 꽃이 피는 평범한 자연현상을 인간의 삶에 접목하여 인생의 진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흔들릴 때가 있다.

 

바울과 실라를 감옥에 가두고 지키던 간수의 이야기다. 간수는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어느 날 절망이 소리없이 다가왔다.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터전이 흔들리는 사건이다. 갑작스런 사건으로 모든 감옥문이 열리고 죄수들의 차꼬가 풀렸다. 간수는 감지했다. 살 소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

 

터전이 흔들리는 사건이 누구에게는 구원 사건인데 누구에게는 심판의 사건이 된다.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에게는 구원의 사건이 되었지만 감옥을 지키던 간수에게는 심판의 사건이 된 것이다.

 

간수는 검을 빼어 스스로 자결하려고 하였다. 하나님 없는 인생의 모습이다. 이 모든 사건 뒤에 하나님의 손길이 있음을 알지 못하기에 육신의 고통만 사라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결하려는 순간, 바로 그때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모두 그대로 있소~”

 

간수에게는 희망의 소리이다. 모두 그대로다. 감옥에 갇힌 자들이 한 사람도 도망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바울과 실라가 큰 소리로 외쳤을 때 감옥에 같이 갇힌 죄수들도 구경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 외쳤을 것이다.

 

“죽지 말아요. 우리도, 나도 여기 있소~~”

 

우리는 세상의 절망 가운데 소망 없이 죽어가는 이들 위해 죽지 말라고 외친다. 이것이 신앙 공동체의 힘이다.

 

얼마 전 “핏덩이라도 살라”는 말씀으로 간증했던 여가수가 생각난다. 그녀는 발라드의 여왕으로 잘나갔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인기도, 재산도, 명예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우울증과 공황장해 정신과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었다.

 

실낱 같은 신앙으로 예배에 참여하지만 자기 연민으로 울기만 했다. 그때 그녀를 살린 것은 죽지 말라고 함께 외친 목장 공동체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 이들이 목장에서 인생의 터전이 흔들린 사건을 나누며 당신도 살라고 함께 외친 것이다.

 

인생의 터전이 흔들린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인생의 터전이 흔들려 보지 않고는 이런 공동체의 힘이 와닫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인생이든 살다 보면 삶이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답을 찾는 질문

 

인생의 터전이 흔들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더 이상 어떻게 성공하는지? 어떻게 돈을 많이 버는지? 어떻게 인기를 얻는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묻지 않는다.

 

인생의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해보면 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생의 터전이 흔들려 보지 않은 인생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쾌락과 성공에 중독되어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왜 중독되는지 알 수 있다.

 

오늘이 불행하니까 그런 것이다. 살아갈 갈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깊은 고난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지 않고는 철든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간수는 바울에게 질문을 한다.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얻겠습니까?”

 

그의 인생의 최고의 질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간수와 그의 가족은 모두 구원을 받았다.

 

어느 날 한 자매가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위해 병상 세례를 줄 수 있냐고 요청해 왔다. 자매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사도행전 16:31)는 약속의 말씀을 믿고 기도해 왔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래 전 하나님을 떠나 방황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터전이 흔들린 사건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죽음 앞에서 수없이 많은 인생의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결정해야 하는 인생 최대의 질문이 딸을 통하여 주어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영접 후 세례를 받았다. 가족들에게도 구원이 임하였다.

 

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 한해 동안 많이도 흔들렸다. 터전이 흔들리고 삶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구원의 사건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심판의 사건이 되었다.

 

하나님은 한 사람 간수를 구원하기 위하여 바울과 실라가 모함당하고 매맞고 감옥에 갇히게 되는 희생을 치루게 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 믿으면 복을 받아야지 왜 그리 지지리 궁상이냐고 하였을 것이다. 그런 하나님 너나 잘 믿으라고 했을 것이다.

 

바울과 신라는 우리와 한끝이 다르다. 인생의 터전이 흔들리는 한밤중에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이다. 역경과 시련속에 무너지지 않고 감옥에서도 구원받아야 할 영혼들 위해 기도했다. 노래했다. 자신의 신세를 타령을 위한 유행가가 아니었다.

 

한밤에 부른 노래는 하늘을 진동하고 땅을 진동시켰다. 밤중에 노래하게 하는 소리를 죄수들이 듣게 하시고, 감옥의 죄인들이 다 한 공동체가 되어 복음을 외치게 하셨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한 생명을 꽃피우기 위해서이다.

 

올해 시드니의 겨울은 비바람이 거세게 분다. 유난히 흔들어대는 바람에 아직 피지 않는 꽃들이 꽃대를 곧게 세운다.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곧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을 기대한다.〠

 

송영민|시드니수정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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