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일은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개신교회들이 교회 개혁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우리는 개혁이라고 할 때 개혁이라는 말의 뜻을 알아야 한다. 영어로는 개혁을 reformation이라고 한다. 개혁은 혁명과 다르다.
혁명은 곧 revolution이라고 하는데 과거를 완전히 부정해 버리고 뒤집어 엎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다르다.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변질된 것을 없애고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다.
초대교회의 그 순수했던 신앙으로 다시금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종교개혁 주의자들이 부르짖었던 취지였다. 주후 4세기의 로마황제 콘스탄틴 (Constantine)이 예수를 믿게 되고, 그리스도의 교회가 로마의 국교로 변했다. 이에 따라 교회의 본질이 달라졌다. 본래 교회는 예수님을 본받아 종처럼 백성을 섬겨왔는데 (막10:45), 이제부터는 로마제국의 보호 밑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권력기관이 되었다.
교회가 행하는 예배는 휘황찬란한 국가 의식으로 변했다. 예배당의 모양은 하늘을 찌르는 듯한 큰 성당이 되었다. 울긋불긋한 옷, 금빛 찬란한 옷이 교직자들의 제복이 되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한 계단이 예배당으로 들어왔다.
교회의 조직도 로마 제국의 조직과 닮아졌다. 로마제국의 황제가 있듯이 교회는 교황이 생겼다. 로마 제국에 중앙정부가 있듯이 교회에도 중앙정부가 생겼다. 로마제국에 지방장관이 있듯이 교회에도 지방 감독이 생겼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던 교직자는 이때부터 신부로 변했다. 신부(神父)는 하나님 아버지의 대리자라는 뜻이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온 세상에 교회를 통치하는 임금이 되었다.
주후 13세기에 이르러 교황 인노센트 (lnnocent 교세, 1198-1216)는 이렇게 선포했다. "교황의 세력은 해와 같고, 세상 임금의 세력은 달과 같다." 이처럼 교회의 세력이 커지자 교회 안에 부패가 스며 들었다. 부패한 교직자 가운데 사치하고 오만한 생활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니까 교회의 신령한 면은 약해지고, 교회는 세상에서 권력을 행하는 권력기관으로 탈락되었다. 결국 로마교회는 중세기의 사회형태와 같았다. 교회는 사회 일부와 같았고, 사회는 교회의 일부와 같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따금 교회에 이단이 일어났다. 이단은 교회가 가르치는 교리에 어긋나는 논리이다. 그런 이단을 막기 위해 교회는 종교재판소 (Inquisition)을 설치했다. 종교 재판소에는 이단을 찾아내어 심문하고 처벌하는 검찰이 생겼다. 이단자는 교회의 교훈에서 어긋나는 사람이니까 고문하여 이단자라고 판결하면 그 재산을 몰수하고 반은 로마제국에 반은 로마교회가 차지했다. 그리고 이단자는 불에 태워 죽었다.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교직자들의 감독 밑에 많은 사람이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이때의 교회는 무섭고 악독한 기관이 되어 버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세워진 교회가 무섭고 악독한 기관이 되어 버렸다. 교회가 세상 권세와 합세하여 잘못되면 그렇게 되기 쉽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이 마틴 루터이다.(Martin Luther, 1483. 11. 10. 출생).
그는 1517년 10월 31일, 그가 섬겼던 위텐 버그 교회 정문 앞 계시판에 95개 조항의 항의문을 발표하므로 종교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게 되었다.
루터가 항의문을 발표한 직접적인 동기는 그 당시 교황이었던 레오 10세가 베드로 성당 건물을 짓는데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속죄표를 파는데 대한 부당성을 모두 95개 조로 나누어 항의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속죄표는 어떤 죄를 지었을 지라도 속죄표를 사기 만하면 면죄된다는 괴변인 것이다.
루터를 위시하여 개혁주의자들이 강조한 것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였다. 종교개혁은 이미 500년 전의 역사적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교개혁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 과제는 이 땅에 성도가 있고 교회가 있는 한 계속되어야 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관표|본지 편집고문, 시드니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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