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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사상가 C. S. Lewis는 현대인의 신앙 태도를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사람들은 하나님을 심판자로 두고 자신을 두려움을 가진 피고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대인은 오히려 하나님을 피고석에 세우고, 자신이 심판자가 되고 있다.”
하나님이 나에게 왜 이런 일을 허락했는지, 하나님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인간이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익숙했던 언어와 문화, 인간관계를 떠나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선택이었지만 그 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늘 뒤따른다. 특히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마음을 힘들게 하는 원망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원망의 특징은 겉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판단하는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 원망은 대개 큰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실망들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또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들이 어느새 원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세상은 공정한가?” 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마음 같지만 이 질문은 결국 하나님의 성품을 피고석에 세우는 질문이 되고 만다.
우리 이민자의 일상에는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지치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하나님이 모르시는 길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재판하는 자리에 서기보다 하나님 앞에 서는 자리로 돌아갈 때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원망을 넘어서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는 매사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삶이 우연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섭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감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감사는 상황이 좋아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믿음으로 선택하는 마음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일단 하나님을 믿어주는 마음이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어도 하나님이 결국 선하게 이끌어 가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이다.
신앙의 성숙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아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답을 몰라도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신앙의 성숙은 나를 찾아오는 모든 원망과 불편한 동거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먼 태평양을 건너 낯선 땅에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우리를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원망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그러나 동시에 그동안 견디기 힘든 순간마다 내게 곁을 내어주고 내 옆에 앉아주었던 그 고마운 사람들이 있지 않았는가?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그리고 그 열매 역시 오롯이 나의 몫으로 다가온다.
사순절에 베드로의 고백이 생각난다.
“욕을 당하시되 맛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벧전 2;23) 오늘도 내게 곁을 내어준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한다.〠
황기덕|본지 편집자문단장, 이스트우드연합교회 한인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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