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 주일학교 갱신 지상 세미나 (1)

주일학교 갱신의 네 가지 출발점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4/30 [14:43]
▲ 김석원 강도사     ©김석원
이 글은 숨쉴 틈도 없이 쫓기던 한인 사역에서 벗어나, 제3자로서 한인 목회자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시작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강단에 선지 18년이 지났지만, 교회교육에 대한 관심을 놓은 적은 없었던 같다. 그러나 최근의 담임목회 경험과 세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되면서, 전에 느끼지 못하던 절박함으로 다시 묻게 되었다.
 
내 아이를 어떤 신앙인으로 키우기 원하는가? 이를 위해 실제로 뭘하고 있는가? 정말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녀를 키워내는 교회를 세워나가고 있나? 그리고 호주교단 사역자문역으로 일하면서, 이 문제의 답이 한인교회뿐 아니라 호주교회 전체를 살릴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주변 동역자들의 진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격려에, 실제로 시작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연합프로그램과 대안해결의 장을 시작했다. 여기에 연재되는 글도 이런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이 글은 호주교육의 장점을 많이 누려온 필자의 노하우가 담겨있지만, 동역자들과 논의 내용도 반영할 것이다. 바라기는 이에 자극받아 다른 대안이 제시되든,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동역자를 더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민교회 주일학교 갱신을 위한 몇 가지 전제
 
이제는 너무 많은 교육프로그램과 교제 탓에, 따로 전문분석가가 필요할 정도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프로그램은 출발점이 다르기 원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고, 확인하며 나갔던 부분도 이점이다. 출발점이 다르면, 문제를 파악하는 눈도, 이에 대한 답도 다르기 때문이다.
 
1) 신앙이 말하는 변화의 원천은 오직 복음 자체의 능력에서 나온다. 성경은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람을 온전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딤후 3:16-17) 우리에게 성경이란 십자가의 복음의 관점으로 이해된 성경전체를 의미한다. 이 말은 복음을 중심으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교회학교의 사명을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닫는 것이 현재 우리네 교회에게 가장 시급한 전제라는 뜻이다.
 
우리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회개의 도전보다는 흥미위주의 프로그램을, 성령의 숨겨진 손길보다는 업적을 짜내는 지도자의 개인기로, 성경의 내용보다는 엄마 말 잘들어식의 도덕교훈으로 채워지는 것이 교회학교의 현실이다.
 
교회학교의 위기는 한국교회 강단이 겪고 있는 위기와 흡사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와 사회를 살리는 복음에 초점이 흐려지고, 성경에 철저히 의지하여 세상과 거스르는 싸움을 하는 대신 스타지도자와 마켓팅적 프로그램에 의지해서 당장의 요구들을 채워간다.
영어권 교사를 확보하고, 더 효과적인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내용이 실종돼 가는 데 방법적인 기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때문에 복음의 원리를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경의 권위를 제대로 강조하고, 조각난 성경지식이 아니라 성경적 논리를 무장시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계속적으로 성경의 논리로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2) 성경적 주일학교는 학생, 교사, 가족의 파트너쉽을 통해서만이 이뤄진다. 주일학교는 중요하지만, 결국 자녀의 신앙을 포함한 양육은 부모의 책임이다.(시 128:3) 이 때문에 주일학교 갱신은 가정이 신앙교육의 주전장이 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앙이 성경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면 결국 가정이란 모델을 통해익혀가야만 한다.
 
주일학교의 갱신도, 자료구입, 프로그램, 행사가 보다 아이들과 직접 접촉하는 현장교사의 영성과 자질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일학교 갱신은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삶의 본이 되게 하도록 돕는 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파트너쉽의 일부인 학생을 보는 눈도 바뀌어야 한다. 교회학교는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 하에 있는 나이와 독립된 인격으로 자기 결정을 하기 시작하는 때를 분명히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 가정 중심의 교육을, 후자의 경우 학생을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같이 성숙해가는 신앙동지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인간의 모습으로 자기를 비워 우리 곁에 오신 하나님처럼, 우리도 그들 곁에 더 겸손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3) 성경적 다문화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문화만을 배타적으로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예루살렘공회가 지역과 상황에 맞게 복음을 적용하게 한 것처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는 복음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행 15:10-11) 이를 위해서 특히 호주영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한인교회들은 여러 핑계로 가장 가까이 있는 호주기독교에게서는 별로 배우려 하지 않았다. 호주 영성은 호주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더 자연스럽고, 가장 가까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더 나가서 그냥 보면 늙고, 지루하고 나약하게 보이는 호주영성 뒤에는 놀라운 저력이 실재한다.
 
이 말은 호주 것이 답이란 뜻이 아니라, 호주 것을 잘 이용해서 제 3의 다리를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인교회를 등지는 다수의 아이들 외에도, 한국교회에 남은 많은 아이들은 한국영성을 흉내내다, 결국 깊은 열등감을 안은 체 방황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한국적 유산을 부정하며 호주영성을 우상화하는 반동이 나타나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이기 때문이다.
 
2세대들의 정체성은 그들이 속한, 그들이 편하게 느끼는 문화 속에서 영적인 장점을 발견해 주고, 계발해 줄 때만이 비로소 자신감과 활력을 회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적 장점을 평가하고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할 때만이, 한국과 호주영성을 뛰어넘는 제삼의 정체성도 가능해진다.
 
4) 진단- 해결책 모색- 검증의 전략적 사고를 정착시켜야 한다. 주일학교가 체계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쓰든, 모든 참여자들이 나누는 분명한 상황진단, 원칙에 근거한 해결책모색, 결과에 대한 검증과 축척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문제인지 뭘 또 따진다는 말인가? 너무 부정적이 아닌가?
 
그러나 문제 파악이 없이는 답도 답이지만, 능동적으로 같이 움직일 팀을 만들 수 없다. 교회의 부족한 자원은 몇몇 지도자들의 즉흥적인 결정에 의해 낭비되기 십상이다. 다음단계인 해결책 모색은 복음의 원리를 우리가 진단한 문제해결을 위해 복음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를 찾는 것이다.
 
험한 세상을 살아온 한국교회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드는데 너무 민감하지만, 여기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교사는 감당할 수 없는 기대치에 계속 절망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단계인 검증 단계는 교육의 장기적 효과를 위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여기서 평가는 정죄의 기준이 아닌, 참여자들의 자기진단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
 
성경은 주일학교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좀 더 복음적, 다시 말해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모순을 다시 깨닫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자신을 고치고 완성해 나가기를 요구한다.
 
최근 들어 거세지는 한국교회에 대한 비난은 이점에서 선지자적 도전이다. 성경적으로도 합리화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교회운영과 질서에 환멸을 느끼고, 공동체는 교회라는 기관과 개인의 부와 욕심을 더 채워주는 도구로 타락하고, 인간의 깊은 영적 욕구와 갈증을 체우긴커녕, 피상적이고 유치한 억지나 쏟아 놓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이 속에서 개인과 세상을 완전히 변혁시킬 실제적인 힘이자, 놀라운 비전으로 복음은 점점 더 교회와 신자들 사이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동안 급격한 성공에 취해, 복음의 능력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성경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보며 복음으로 다시 출발하기를 원하신다.
 
이점에서 이민교회는 보다 순수한 한국적 영성을 증류해서, 더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최상의 자리에 있다. 현재 한국교회를 휘도는 권력의 유혹과 물질적 타락에서도 좀 더 벗어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더 다양한 영성을 내 자신을 반성하고 대안을 만들기 쉽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점에서 이민교회의 갱신은 호주교회의 갱신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갱신에까지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다음 호에는 문제 진단에 해당되는 이민교회 주일학교의 구체적인 상황분석으로 들어갈 것이다.<계속>
 
 
 
김석원/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빅토리아주 장로교회 사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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