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대장이야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12/27 [12:19]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밤에 저는 부대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대학교에서 학군단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여름 방학 기간에 실제 부대에 들어가서 3주간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낮에는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이 우리를 엄청 괴롭혔고 밤에는 또 구대장이 심심하면 비상을 걸고 우리를 단잠에서 깨웠습니다.

 
▲ 김성두 목사     ©크리스찬리뷰


움직이지 마! 암호?

누구냐?

그날 밤 저는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보초를 서게 되었습니다. M1 소총을 들고 낮에 교관이 가르쳐 준 그대로 정확한 자세를 취하고 주위를 열심히 살폈습니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이라서 그런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거의 30분 흘렀는데 한 20미터 전방에서 하얀 물체가 움직이면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주위가 너무 깜깜해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하얀 물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교관에게 배운 그대로 전방 5미터까지 올 때까지 초긴장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  하얀 물체는 알고 보니 하얀 잠옷을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이 깊은 밤중에 잠옷을 입은 민간인이 부대에 들어왔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 것입니다.

저는 아주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낮에 교관에게 배운 대로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지 마! 암호? 누구냐?”  

깜깜한 그 밤에 온 부대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명령을 했지만 그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 그 무거운 M1 소총 끝으로 그 사람을 찌르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훈련받는 학군단 생도들에게는 총만 주었지 실제 총알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힘으로라도 그 사람을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너무 적극적으로, 저돌적으로 덤비니까 그 하얀 잠옷을 입은 사람도 한 순간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급하게 하는 말이 “나, 연대장이야“라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 부대에서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었던 육군 대령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근무 중 이상 무, 충성!“ 하는 구호를 아주 큰 목소리로, 절도있게 하면서 경례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하얀 물체는 사라졌습니다. 새까만 학군단 생도가 연대장을  M1 소총으로 찌르려고 했으니...

 
어떤 멍청한 놈이야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우리 부대 구대장이 또 전원 집합을 시켰습니다. 또 단체 기합을 받는구나, 오늘은 또 우리를 어떻게 괴롭히려고 저러나 하면서 재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에 우리들은 바빴습니다. 우리 모두는 구대장 입만 쳐다보았습니다.

“어젯밤 1시에서 2시 사이에 보초 선 사람 일보 앞으로!”

우리 모두는 ‘아, 오늘은 또 멍청하게 보초 선 놈 하나 때문에  단체 기합을 받는구나, 도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야’라는 생각으로 누가 일보 앞으로 나가는지를 긴장하면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오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시간이 얼마나 긴장이 되는 시간입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당사자가 바로 저인 것입니다.

‘오늘 나 이제 죽었구나, 연대장을 패 죽이려고 했으니.’

제가 일보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그 악랄한 구대장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저에게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런 인자한 표정을 그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다정하게 제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바로 너구나, 오늘 전체 구대장 모임에서 연대장님이 그렇게 칭찬을 많이 하셨던 생도가” 그러면서 구대장은 우리 부대원들 앞에서 제 칭찬을 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가르쳐 준 그대로,  배운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대로 보초를 선 저의 태도를 엄청 칭찬하시는 것입니다. 저 때문에 우리 구대가 연대장님의 큰 칭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별로 한 것이 없었습니다. 배운 대로 보초의 수칙을 지켰을 뿐이고, 하얀 물체가 무서워서 더 크게 소리를 지른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암호를 말 안 하니까 M1 소총으로 제압했던 것뿐입니다. 그가 연대장인줄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 덕분에 저는 그 살벌한 3주간의 지옥 훈련을 받는 중에라도 구대장의 따뜻한 눈길을 받으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배운 대로 하면...

새해가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이 새해는 깜깜한 밤중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얀 물체인지도 모릅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우리는 긴장이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올 새해 한 해 동안 우리는 어떤 일을 만날지 모릅니다. 깜깜한 밤중에 뭔가 하얀 것이 점점 가까이 접근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배운 대로 하면 됩니다.

어떤 초짜 보초가 배운 대로 보초 수칙을 그대로 시행한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을 들고 그대로 이행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얀 물체든, 그것이 잠옷 입은 어떤 사람이든 우리가 배운 그대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날 밤 연대장은 학군단 생도들이 어떤 자세로 보초를 서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잠옷을 입고 나와 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보초병 하나가 정말 수칙대로 제대로 하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암호를 말 안 하는 그를 향해 M1 소총을 들고 죽이려고 덤벼들었던 그 보초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올 한해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에 따라 제대로 살아가는지 어떤지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만약 그날 밤 제가 하얀 물체가 무서워서 부대 막사로 도망을 갔던지, 아니면 모든 수칙을 무시하고 “이봐요, 어떻게 민간인이 잠옷 바람으로 부대에 들어옵니까? 당신 부부 싸움했소? 당신 몽유병 환자요?” 하면서 시시껄렁한 말을 늘어놓았다면 “나 연대장이야”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저는 아마 그 다음 날 우리 구대장에게 엄청 기합을 받았을 것이고 또 나 때문에 우리 구대원 모두가 단체로 괴롭힘을 받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배운 대로 안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올해도 우리들을 찾아오실 것입니다. 연대장이 이마에 계급장을 단 모자를 쓰고 나타난 것이 아니듯이 하나님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제대로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대로 사는가 못사는가를 체크해보고 싶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나 하나님이야”라고 말씀 안 하십니다. “나 하나님이야”라고 말씀하시는데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을 안 지킬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 연대장이야”라고 말을 하는데 제대로 보초를 못설 멍청이 생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올 한 해 누가 보든 안보든,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인생의 깜깜한 밤이든 대낮이든, 그것들과 상관없이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순종하면서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나 하나님이야”하시면서 당신을 보여주시고 우리를 칭찬해 주시고 하늘 문을 여시고 귀한 복을 쏟아 부어 주실 것입니다.

 
나 하나님이야!

참으로 안타깝게도 많은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는 하나님께서 “나 하나님이야”하시기에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을 잘 지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회 밖을 나오면 그 어디에서도 “나 하나님이요”라는 말을 들을 수가 없기에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이 아닌 내 방법대로, 내 상식대로 내 편한대로 살아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보시면서 슬프신 것입니다. 내 자녀들이 어디서든지 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 되어주기를 바랐는데 이 세상에서는 그 소금이 맛을 잃어버려서 길가에 버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그 빛이 가려져서 세상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해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한해를 주시면서 올해는 나아지겠지, 올해는 뭔가 달라지겠지 하시면서 기다리시는데 우리는 여전히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꼭 보초가 잠옷 바람으로 사람이 나타나면 그냥 장난치고 놀려고 하고 보초 수칙은 다 까먹고 군인 정신은 다 팔아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성도들은 언제 어디서나 “나 하나님이야”라는 말씀을 듣고 있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든지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늘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을 따라, 수칙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하나님과 300년을 동행하면서 살았던 에녹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신실한 에녹이 너무 좋으셔서 아예 그를 산채로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 데리고 가신 것입니다.

 
사랑과 인내

오래 전 어느 교회 교사 헌신예배에 강사로 초청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주일 오후라 저도 우리 교회 예배 마치고 가느라 많이 바빠서 급하게 차를 몰고 그 교회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차가 많이 막혔는데 갑자기 어떤 차가 제 앞에 끼어드는 바람에 저는 급정거를 하게 되었고 제 뒤에서 바짝 따라오던 차와 제 차가 거의 부닥칠 뻔한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에 끼어든 차는 그냥 쌩하고  달려가는 것입니다.

저도 그 순간 화가 나서 그 차를 따라 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동차 레이스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곧 후회를 했습니다. 지금 제가 가는 길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가는 길이고 더구나 오늘 설교는 교사들에게 사랑으로 인내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차 속도를 늦추었더니 이상하게 앞차도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저와 똑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거의 교회에 다 도착을 했는데 그 차에서 양복을 잘 차려입은 남자 분이 내리는데 그의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그 교회 주일학교 교육 부장님이셨고 그날 교사 헌신 예배의 사회자였습니다. 저는 설교자이고 말입니다. 그 집사님도 헌신예배 사회자로 가야하는데 차는 많이 막히고 마음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셨던 것입니다.

만약 앞차의 급정거로 인하여 심한 다툼이 생겼다면 그날 교사 헌신 예배는 엉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회자와 설교자가 길바닥에서 심하게 다툰 다음에 함께 강단에 올라가서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날 저는 교사들에게 사랑과 인내를 가져야 된다는 설교를 힘 있게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 순간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참았던 그 일로 인해 무사히,  은혜스럽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10년이 지났습니다. 장로 임직식 때 축사를 하러 갔는데 그때 앞차를 탄 집사님이 그날 장로로 임직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했는지요. 그때 우리가 다투었더라면 제가 어떻게 기쁘게 축사를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하나님 말씀 앞에서 성실하게

그렇습니다. 우리가 다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하나님 말씀의 수칙대로 살기만하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시고 아름다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강단에서 너무나도 많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왔고 각종 성경공부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많이 배우고 아는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 속에서는 실제로 적용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내 마음과 손과 발이 따라 주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함께 사랑하면서 살아야할 같은 성도님들과의  다툼에서 내가 그  중심이 되어서  서있기도 하고 하나님의 말씀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엉뚱한 선택을 하여서 안 할 고생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세월들이 지금까지 참 많이 흘러갔던 것입니다. 그 많은 하나님의 축복들을 놓치면서 말입니다.

2011년이 다른 해와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말입니다. 올해는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배우려고만 하지 말고 실제로 단 한 가지라도 실천하면서 살아 봅시다. 사실 하나님은 달라지실 것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을 바꾸려 하지말고 내가 바뀌면 됩니다. 내가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들을 하나씩 하나 씩 지켜 나가기만하면 하나님은 “나 하나님이야”하시면서 그분의 능력과 역사를 우리들에게 실제로 보여 주실 것입니다.

어느 초짜 학군단 생도 하나가 교관에게 배운 그대로 보초 수칙을 지키면서 보초를 선 결과 연대장의 칭찬과 구대장의 인정을 받고 같은 동료 생도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다 받았습니다. 그 힘든 3주간의 훈련을 행복하게 꿈같이 보냈습니다.

연대장이 잠옷을 입고 자신을 숨기고 나타났듯이 하나님은 올 한 해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 역시 하나님의  말씀의 수칙대로 정확하게 순종해 나가기만 하면 우리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에게 큰 축복의 결과물들을  나타내 보여 주실 것입니다.

자기 책임을 성실하게 다했던 그 보초에게 그 연대장은 흐뭇한 마음으로 “나 연대장이야”라고 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나하나님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는 놀라운 축복들을 우리 모두가 다 올 한해 동안에 체험해 보실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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