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을 헤치며 다녀 온 신비의 섬 울릉도

글ㆍ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1/28 [11:29]
한강도 꽁꽁 얼어

한국은 최근 대설주의보와 함께 한파주의보가 내려 지는 등 살을에는듯한 한파의 기세가 워낙 드세어 영하 10도 안팎의 매우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서울의 기온이 영하 17도, 체감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며 1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월 16일에는 한강도 꽁꽁 얼어 붙었다.

지난 1월 4일부터 16일까지 ‘아름다운 한국 동해의 섬’ 사진전 준비를 위해 울릉도에 다녀왔다. 나는 호주에 이민 온 이후 23년 동안 겨울철에는 한 번도 한국에 다녀오지 않았고,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다 보니 매서운 칼바람 부는 겨울철에 한국을 다녀온다는 것은 추위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 거북바위 설경     ©권순형

그런데 이번에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쟁터로 나서는 군인처럼 완전무장을 하고 용감하게 겨울 촬영 여행을 떠나겠다 결심하고 카메라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번 사진전은 국민일보 사진부 강민석 기자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울릉도·독도를 취재한 사진들을 모아 독도사진전을 개최할 계획이었는데 NSW국회 전시장 사용 승락을 받고 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정치적 문제가 있는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는 규정과 호주시민이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들로 인해 필자가 작가로 신청하고 정치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진들은 배제하고 아름다운 동해(울릉도·독도)의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

사실 처음 계획은 금년 4월에 일 주일 정도 사진전을 갖기를 희망했으나 NSW국회 전시장은 2012년까지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있어서 전시 장소를 물색하던 중 NSW국회로부터 다른 신청자가 전시를 취소함에 따라 1월 31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시가 가능하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고 전시 일정을 잡게 되었던 것이다.

▲ 경북 울릉군 주재원 김철환 계장의 찬조 출품작 ‘갈매기의 사랑’     ©김철환

그래서 나는 울릉도 촬영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독도 사진은 대부분 여름에 촬영한 작품들이어서 겨울 울릉도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하면 서로 대비되는 면들이 있어서 전시 효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울릉도 출발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는 짧은 기간 내에 최대한의 결실(작품)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안내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드니총영사를 지낸 후 경북 자문대사로 일했던 김창수 장로(현 국제교류증진협회 회장)를 통해 경상북도(도지사 김관용)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상북도는 금번 사진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울릉군과 협조하여 차질없이 촬영 일정을 적극 지원할 것을 권오영 독도수호과장 통해 알려 왔다. 그리고 경상북도에 울릉군 주재원으로 파견나온 김철환 계장이 안내를 맡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울릉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 포항 북부해수욕장 해변의 일출     ©권순형

포항 일대 엄청난 폭설 쏟아져

그러나 겨울철에 울릉도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러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육지인 포항에서 2백 킬로 이상 떨어진 외딴 섬에 겨울에는 심한 풍랑과 기상악화로 인해 정기여객선의 입출항이 어려워 막상 울릉도에 들어간다 해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짧은 일정의 여행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다소 무모한 행동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었다. 오랜만에 사진 작품을 위해 떠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설레이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우선은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옷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하여 두터운 방한복 2벌을 지원받았고, 1월 4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김포공항 아웃렛 매장으로 달려가 필요한 겨울장비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강민석 기자와 함께 동북아역사재단을 방문하여 사진전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날 오후 포항으로 향하면서 숙소인 청룡회관에 연락했더니 전날 엄청난 폭설이 쏟아져 공항이 폐쇄되고 도로가 막혀 교통편이 없으니 울릉도에 가려면 부둣가 인근 호텔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김철환 계장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청했더니 터미날로 마중을 나와 호텔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 오징어잡이 배들이 만선을 꿈꾸며 울릉도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     ©권순형

저녁 무렵 포항 시내로 들어서니 큰길은 대부분 제설작업이 이루어져 도로가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길가에 쌓여있는 눈더미들을 보니 50cm이상의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실감났고, 빙판길 시내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예정 도착시간보다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었다.   

고속버스 터미날에서 김철환 계장과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눈 후 동해바다가 보이는 포항 북부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하루를 마감하며 다음날 아침 울릉도 출항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입·출항 어려워 포항에서 3박 4일 

6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울릉도 선박 출항에 대해 문의하니 풍랑이 심해 결항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려와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지낼까 생각에 잠겨있는데 동쪽 바다 수평선에서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 오르고 있어 망원렌즈를 꺼내들고 몇 장면 촬영했지만 큰 기대되는 작품은 얻지 못했다.

이날은 하루종일 호텔 방안에서 강민석 기자에게 받은 500여 점의 독도 사진 중에서 전시를 위해 필요한 작품 30여 점을 선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진들은 제외하고 5개의 주제별(항공 촬영한 독도 전경, 동·식물, 해저, 시설물, 자연경관 등)로 나누어 100여 장의 사진을 1차적으로 골라냈다. 그리고 사진심사하듯 60점을 추려내고 나니 어느덧 하루가 지나 밤이 깊었다.     

▲ 오징이 건조장(저동항)     ©권순형
 
7일 아침, 출항이 가능한가 선박회사로 전화했더니 오늘도 결항되었다는 메시지가 귓전을 때린다. 수평선을 바라보니 일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방한복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해변가로 나섰다. 

쌀쌀한 아침 기온이 상쾌함으로 느껴지며 발걸음도 가볍다. 꽁꽁 얼어버린 해변은 아스팔트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지만 이미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뛰거나 걸으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폭설로 인해 바닷가에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지만 걷거나 운동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나도 오랜만에 바닷가를 산책하며 일출을 기다렸다.

수평선 넘어 동녘에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하면서 젊은 연인들의 모습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태양을 주제로 고깃배와 갈매기를 부제로 삼고 결정적 찬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태양이 떠오를 시간에 수평선 위쪽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면서 내가 구상했던 장면을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내일 아침에 다시 시도해 볼 것인가, 아니면 울릉도행 배를 탈 수 있을 것인가....!

아침 일찍 김철환 계장과 대구로 향했다. 울릉도에 들어갈 시간이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어 서울에서 제작할 전시용 액자를 김 계장이 소개하는 공장에 맡기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한국은 값싸고 빠른 택배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좁혀져 있어 어디에서 주문하든 1-2일이면 다 받아 볼 수 있기에 대구에서 액자를 제작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대구로 향한 것이다.


▲ 울릉도의 일몰     ©권순형

대구시 중구에 있는 보보갤러리 액자공장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젊은 직원들이 열심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액자 재질과 제작 방법 등에 대해 김건오 실장과 미팅을 갖고 의견을 나누었지만 아무래도 실수하면 안될 것 같아 실물액자를 만들어보면 확실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샘플 액자를 제작하기로 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샘플 액자 하나가 만들어졌는데 자동화된 기계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직원들의 솜씨에 믿음이 갔고 가격도 서울보다 저렴하여 액자를 이곳에다 맡길 것을 구두로 계약하고 포항으로 돌아와 내일의 출항 일정을 확인해 보니 출항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울릉도행 썬플라워호 출항 

울릉도행 배를 탈 것을 생각하니 3박 4일간 포항에서의 대기생활이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멀미에 대비하여 승선 4시간 전에 귀밑에 패치제를 붙이고 30분 전에 알약 두 알을 먹고 김철환 계장의 승용차로 두붓가로 향했다. 오랜만에 출항이 결정되어서인지 선착장엔 발디딜 틈조차 없이 많은 사람들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계장은 일부 울릉도 주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등산객과 관광객들인데 오늘 승선 인원이 700여 명이라고 귀뜸한다. 김 계장은 나와 동행하여 울릉도까지 가되 언제 배가 들어올지 모르니 내일이라도 배가 들어오면 그 편에 육지로 나오기로 약속하고 포항과 울릉도(217km)를 왕복하는 썬플라워호 트랩을 밟았다. 속력 47노트, 승선 정원 920명, 2,394톤의 이 배는 1월 10일부터 말일까지 22일간 선박검사를 위해 운항이 중지되고 오션플라워호(40노트, 445명)로 대치된다고 한다.   

 
▲ 폭설로 막힌 나리분지 도로를 제설차가 뚫고 있다.     ©권순형

선실에 오르자 좌석은 이미 가득찼지만 김 계장은 편안하게 모시겠다며 2층에 있는 VIP룸으로 안내했다. 왜 서둘러 승선하지 않았었는지 그때서야 깨닫고 짐을 내려놓으며 편안히 자리에 누웠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3시간여 걸린다니 한숨 자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눈을 감았다. 멀미는 나지 않았지만 심한 풍랑으로 인해 뱃길을 돌아가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내일이라도 배가 들어오면 육지로 나올 것을 약속했기에 오후 12시 40분경에 도착하면 점심은 굶더라도 부지런을 떨면 몇 점의 작품이라도 만들 계산이었는데 뱃길이 늦어지고 있으니 그 답답한 심정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아무튼 4시간여 지나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 2시경 도착했다.

전국이 구제역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청정지역인 울릉도는 예방차원에서 항구에 구제역 발판 소독조와 분무 소독기를 설치하고 그곳을 통과해야만 울릉도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방제요원들이 철저하게 승객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어업전진기지 저동항 

울릉군청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점심식사도 거른채 바로 울릉군청에서 제공한 4WD를 타고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으로 향했다. 저동항은 울릉군 내 선박의 90% 이상을 수용하는 울릉군에서 가장 큰 항구이며, 해마다 8월이면 저동항 일대에서 5일 동안 오징어 축제가 열리는 등 저동어화(저동 야간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는 울릉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항구 방파제 바로 앞에 서 있는 촛대바위 앞으로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북저바위와 멀리 죽도도 보일 정도로 날씨는 쾌청했다. 그동안 기상악화로 오징어 조업 출항이 통제되었는데 통제가 해제되자 만선을 꿈꾸며 어선들이 힘차게  출항하는 모습과 항구 입구에 오징어 건조장 풍경들을 부지런히 렌즈에 담았다. 

 
▲ 눈속에 묻힌 자동차 (나리분지)     ©권순형

점심 겸 저녁을 울릉도 별미 홍합밥으로 때우고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일몰 촬영을 하기 위해 서둘렀다. 가는 길에 일명 88대교라고 불리우는 무령대교를 배경으로 설경을 촬영하고 석양에 붉게 물든 하늘과 태양, 그리고 거북바위를 배경으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이럴 때 갈매기 떼라도 날라 주었으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텐데 멀리 2~3마리의 갈매기가 점처럼 파인더에 꽂힐 뿐이었다.

일출과 일몰은 순간적으로 해가 뜨고 지기 때문에 그 순간을 놓치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날을 기약할 수 없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숙소로 돌아와 촬영한 사진들을 다운로드 받고  과연 내일 배가 들어올 것인가 생각하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하루의 일정을 주님께 맡긴다’라고 기도하고 출항 일정을 확인했더니 결항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일 아침 일찍 인터넷 예배를 드리고 김 계장이 숙소로 찾아와 결항되었으니 나리분지로 가자고 서둘렀다. 나리분지는 해마다 2미터가 넘는 눈이 내리는 지역인데 금년에도 눈폭탄이 쏟아져 1.6미터 적설량을 보이고 있었고, 체인을 감은 4WD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힘들 것이라며 북면사무소에 제설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설차 타고 나리분지로 
 
북면사무소에 도착하니 독일에서 수입했다는 5억 원짜리 4륜 구동 다목적 제설차가 체인을 감고 시동을 건채 대기하고 있었다. 일반 제설차와는 달리 경사도 40도의 오르막길도 거뜬히 제설작업을 할 정도로 동력이 뛰어난 제설차라며 김 계장은 자랑이 한창이다. 제설차 뒤에는 물통이 실려 있었는데 바닷물 제설로 환경오염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염화칼슘 사용비용(연간 5000만 원)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리분지 설경     ©권순형

아이젠과 스패치로 무장하고 제설차에 실려 나리분지로 향했다. 제설차가 한 차례 작업을 해놓았지만 계속 내리는 폭설로 인해 허리까지 빠지는 도로는 통행이 불가했고, 제설차가 도로에 쌓인 눈을 양쪽 길가로 치우며 눈길을 뚫고 정상을 향해 달렸다. 나리분지에 도달하니 그곳은 설국이었다. 그곳에는 울릉도 전통가옥인 투막집과 너와집이 있는데 눈 속에 파묻혀 형체조차 알아 볼 수 없어 촬영을 포기해야 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식당들이 눈에 띄였지만 폭설로 인해 대부분 문을 닫았고 처마밑에는 대형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옥수수 묶음을 보고 진한 향수를 느끼면서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야영장쪽으로 향했다. 식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 봉고차는 허리까지 눈에 파묻혀 있었는데, 야영장 식당 주인은 이곳에서 겨울 장사를 하기보다는 설경을 즐기며 겨울 한철을 지낸다며 자랑한다.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고 오후 촬영을 하자며 카메라 장비들을 풀어 놓고 산채비빔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오전내내 쾌청했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쳐  도저히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런 환경에선 제설차를 타고 북면사무소까지 내려가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데 앞서 나간 김 계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보라 속을 뚫고 찾아볼 수도 없고 도로변에서 제설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옥수수 묶음 (나리분지)     ©권순형

제설차를 타고 눈을 길가로 치우며 김 계장을 기다렸지만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척도 없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엄습한다. 혹시, 눈 속에 빠진 것은 아닌지...! 그런 염려 속에 눈사람이 된 김 계장이 제설차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린 촬영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제설차에 앉아 있어도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제설차 운전기사는 곡예하듯 눈을 치우면서 전속력으로 달리며 내려간다. 오랜 경력이 눈을 감고도 나리분지를 오르내릴 수 있는 실력자로 보였다.     

북면사무소에서 4WD를 다시 갈아타고 도동으로 향하면서 송담실버타운에서 잠시 멈췄다. 이곳은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인데 옥상과 마당에 수 백 개의 대형 항아리들이 즐비했고, 눈 속에 묻혀있는 항아리들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셔터를 누르면 무조건 작품이 만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태하등대와 거북바위  
 
10일(월) 아침 일찍 출항이 가능한가 전화했더니 오늘도 결항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린다. 배편 사정상 하루만 있을 것 같았는데 벌써 울릉도에서 삼 일째 지내고 있다. 오늘은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로 향했다. 이날 모노레일은 우리 일행의 촬영을 위해 특별히 운행되었는데 동백나무, 후박나무, 대나무 숲길을 따라 등대에 이르니 천연기념물인 대풍감 향나무자생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편에는 바다 절벽 아래로 송곳봉과 공암(코끼리 바위)이 손에 잡힐 듯 가물가물하다.


▲ 태하등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해변     ©권순형

태하등대를 뒤로하고 통구미 마을에 있는 거북바위로 향했다. 거북바위는 바위 위로 올라가는 거북이와 내려가는 거북이가 보는 방향에 따라 6~9마리 정도 있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의 중요한 사진촬영 대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오전에 광선이 좋지 않아 오후에 재촬영을 구상하고 있었기에 해가 떨어지기전까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북바위 주위는 온통 백설이다. 동네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며 놀고 있고 맑은 하늘엔 구름도 적절히 펼쳐져 있었다. 눈 위엔 바다로 향하고 싶은 작은 배 한 척이 묶여있고, 잘만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 충만했다. 아이들에게 연출을 시키려 했으나 차라리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하고 찬스를 포착하는 것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니 풍랑경보가 해제되어 내일은 육지로 나갈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오징어잡이 어선들도 출항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동항으로 향했으나 이미 대부분 어선들이 출어했기 때문에 차라리 내일은 일찍부터 서둘러 저동 어판장을 촬영하고 오후엔 육지로 나갈 계획을 세우며 짐을 챙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오징어잡이 배가 저동항을 뒤로 하고 출어하고 있다.     ©권순형

울릉도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울릉도 오징어잡이 1번지 저동항은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일자리이기에 새벽부터 분주하기만 했다. 밤새 잡은 오징어를 어부들이 청색 박스에 20마리씩 가지런히 담아 입항하면 배에다 막대를 걸쳐놓고 박스들을 내려 놓기 무섭게 경매사에 의해 판매되고 판매된 오징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손질하여 대나무 막대기에 꿰어 건조장으로 옮긴다. 나는 울릉도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숨쉬는 이런 과정의 생생한 현장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리고 울릉도에서 마지막으로 건조장을 촬영하고 서둘러 가방을 챙겨 오션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3박 4일간 정들었던 울릉도를 무사히 탈출(?)했다.


▲ 울릉도 오징어잡이 1번지 저동항은 울릉도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크리스찬리뷰

어둠이 깃든 저녁, 포항에 도착하여 김 계장과 간단히 식사를 나눈 후 마산행 버스를 타고 숙소인 사보이호텔에 도착, 포항과 울릉도에서 현상소에 맡겼던 사진들을 호텔 프런트에서 택배편으로 받아 밤새도록 사진 선별작업을 진행했다. 16일 귀국 전까지 대형사진 프린트와 액자제작을 맡겨야 하는 일정 때문에 서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경남성시화운동본부 임원들과 조찬을 나누며 경남성시화가 추진하고 있는 ‘크리스찬 경남’ 주간신문 발행과 관련, 기사교류 및 상호협력할 것을 협의하는 한편 8월 초 멜본 스카츠교회에서 개최되는 창신싱어즈 공연에 대해 창신싱어즈 리더인 김병호 교수와 의견을 교환하고 오후 3시 30분 마산에서 출발하는 KTX편으로 서울로 향했다. 

 
밤샘하며 사진 선별작업 

서울에 도착하여 숙소인 해군호텔에 여장을 풀고 본격적으로 사진 선별작업에 들어갔다. 울릉도에서 촬영한 1,500여 장의 사진 중에서 1차적으로 선별한 100여 점의 작품들을 현상소로 보내 프린트를 부탁했고, 서울에 도착하여 해군호텔 프론트에서 찾았는데 참으로 한국의 택배 시스템은 환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시회 준비 일정은 14일(금)까지 작품 선별을 마치고 60점 작품(울릉도 30, 독도 30)의 대형인화를 맡긴 후 테스트 인화를 거쳐 18일까지 대구에 있는 액자공장으로 사진을 보내면 21일까지 액자를 제작하여 서울에서 받아 25일 시드니로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 울릉도 여인의 삶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15일 아침에는 한기총 3대 대표회장에 당선된 길자연 목사를 만나 조찬을 나누며 단독 인터뷰를 가졌고, 노정언 장로 부부와 시드니성시화대회 주강사로 초청한 박종순 목사를 만나 성시화대회 일정에 대해 협의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해군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후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이번 울릉도 촬영 여행 길이 한파와 폭설 그리고 심한 풍랑으로 오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보람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금번에 개최되는 ‘아름다운 한국동해의 섬’사진전은 한·호수교 50주년을 축하하는 전시회로 ‘조국사랑독도사랑’(회장고동식장로)이 주관하여 1월 31일부터  2월 25일까지 NSW 국회전시장에서 열린다. 호주교민들의 깊은 관심과 많은 관람있기를 기대한다.

▲  NSW국회전시장에서 개최될 '아름다운 한국 동해의 섬' 사진전에는 크리스찬리뷰 권순형 발행인, 국민일보 강민석 선임 사진기자, 울릉군 주재원 김철환 계장의 사진들이 전시된다. © 크리스찬리뷰
▲  독도와 울릉도 영문 설명서 © 크리스찬리뷰
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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