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열어 말하라!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5/29 [14:36]
▲ 어린이를 진료하는 의료팀 ⓒ샘오세아니아

 4월 11일(토)  백산→ 장백 

차 안에서 바라 본 압록강 사이로 북한이 보였다. 그 추운 날, 살이 떨어져 나갈 듯한 날씨 속에 강물에서 빨래하는 아줌마의 모습.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땅. 드문드문 남겨진 나무가 애처럽게 보이는 민둥산. 이 모든 것을 바라 보는 우리들은 마음 또한 안타까워 절로 기도가 나왔다. 

▲  살이 떨어져 나갈 듯이 추운 날 압록강가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인. ⓒ샘오세아니아

가는 중간에 불시 검문이 있었다. 북한에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라 분위가가 얼어있었다. 총을 든 중국 군인들이 차에 올라 여권을 검사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신분을 조사했다. 안내자의 말로는 요즘 들어 처음 있는 일이란다. 우리도 검문하는 그들로 인해 다소 긴장했으나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했다. 할렐루야~^^ 

오후 1시 30분쯤 드디어 장백에 도착했다. 장백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김 장로님과 권사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함께 식사를 한 후 우리들은 탑문 공원 꼭대기에 올라가 맞은편에 놓인 북한을 보며 한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호텔에 가서 대충 짐을 풀고 장백병원으로 향했다. 그간 샘 의료선교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헌신하시고 기도하고 계시는지 안주한 삶을 살다 온 내가 참 부끄러웠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했다. 주면 다 맛있게 잘 먹는 우리 샘 의료 선교회 팀. 저녁기도회 후 피곤한 몸이지만 내일부터 있을 진료 선교를 위해 취침 시간을 뒤로 미루고 그룹별로 가지고 온 약과 안경을 분리했다. 실질적인 선교 사역보다 준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4월 12일(일) 

장백기독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예배 후 의료봉사 시작! 

▲  사랑으로 진료하는 의료팀에 몰려드는 환자들 ⓒ샘오세아니아

긴 비행시간과 버스에서의 오랜 이동 때문인지 몸이 약해졌다. 결국 몸이 으슬으슬 하더니 감기가 점점 심해진다. 아프면 안 되는데...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주님 도와주세요! 

오늘은 부활주일이다. 장백기독교회에 조선족과 한족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다. 보통 때는 다른 시간 때에 한국말과 중국말로 따로 예배를 드리는데 부활절이라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인도되는 예배이기에 시간은 두 배가 걸리지만 교인들은 말씀 하나하나 놓칠 새라 목사님 말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특송으로 ‘예수 사랑하심은’과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를 찬양했는데 함께 박수치며 찬양하는 모습에 우리도 은혜를 받았다. 

예배 후 곧장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안내, 검사, 검안, 미용, 내과 외과 진료, 물리치료의 여섯 개 팀으로 나누어 진료를 했는데 오늘 하루만 거의 200명 넘은 분들이 오셨다. 첫날이라 많이 떨리고 실수도 많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전해짐을 믿는다. 

의료봉사가 끝난 후 조금은 지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돌아와 한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기도회를 드리고 하루를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빈약한 시설과 약품으로 찾아 온 환자들에게 적절히 치료를 해 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전문직 의사들은 낙심이 돼 있었다. 우리가 정말 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귀한 시간을 들여 이 먼 곳까지 왔지만 정작 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몇 푼의 약과 따뜻한 사랑의 두 손뿐이라니... . 

미국에서 편안한 약사의 생활을 접고 이곳에서 선교 일을 하고 계신 경험 많은 김 장로님께서 격려의 말씀과 함께 조언을 해 주셨다. 

“내가 무엇을 해줄까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이번 선교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될 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분들에게 무엇을 준다는 마음보다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시간을 통해 그분이 주시는 은혜를 받아야 한다. 내일은 좀 더 열악한 공산당의 감시도 있을 장소에 가기에 우리의 선교활동이 무사히 행해질 수 있도록 주님의 인도하심을 더 구한다. 

남은 약 정리와 안경정리를 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내일을 위해 또 우리는 잠을 청한다. 내일 또한 그들을 향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섬기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시간이 갈수록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님이 주신다. 

4월 13일(월) 장백 의료선교- 장백 14도구 위생원 

기도 모임 후 우리는 장백 14구역 위생원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싶고 더 도와드리고 싶어 기도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준비했다. 

오늘도 거의 200여 명의 환자들이 왔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중국 공안들이 우리를 감시하러 이러 저리 돌아다녔지만 주님이 우리를 도우심을 알기에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맡은 일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5시쯤 모든 의료 활동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 교회로 다시 돌아와 저녁 기도 모임. 출애굽기 17장 8~16절 말씀이었다. 우리는 짝지어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이 시간 힘들지라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누군가가 있음을 잊지 말기 △짜증나는 그 순간에 사단이 공격함을 알고 절대 지지 않기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이고 모두 필요한 손길임을 잊지 않기. 
 
 
▲  과거에 교회를 핍박했던 할머니가 예수를 영접하고 안수기도를 받았다. ⓒ샘오세아니아

 4월 14일(화) 장백 의료선교-장백 14도구 위생원 

장백 14도구위생원에서의 마지막 의료 활동이라서 그런지 더 많이 분주했다. 약과 안경 하나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몰래 다시 들어오시는 분도 계시고 소학교에서 온 어린이들과 장애우들도 와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늘 역시 200여 명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만나기 위해 오심. 

점심은 14도구 처소교회에서 했다. 또 그 처소교회 책임자인 최명숙 집사님의 간증을 접하며 우리는 또 다시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체험하게 됐다. 

“여러분들이 비록 짧은 기간 단기 선교를 하시고 돌아가시지만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많은 마을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교회로 나오는 기적이 일어난답니다. 전에도 교회를 핍박하고 욕했던 사람들이 단기 선교팀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복해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여러분들이 얼마나 큰일을 하고 계시는지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갈등하고 고민하던 부분들을 하나님께서 최 집사님의 입술을 통해 응답을 해 주셨다. 사실 우리들은 이전까지는 이번 선교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그리고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약을 지어주는 것인데 이것이 얼마나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하고 회의적인 생각도 있었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돌아간 뒤에 마을 사람들이 그 사랑에 감사해하고 하나님을 믿게 된다니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우리의 짧은 의료 행위와 적은 약으로 그들의 몸과 병이 치유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의 사랑으로 그들의 지친 영혼에 생기가 넘치기를 기도한다. 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4월 15일(수) 장백->무송 

새벽 5시 30분. 장백을 떠나 무송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백을 떠나는 그 이른 새벽 김 장로님 내외분과 안내를 해주었던 송실 자매님 부부가 우리를 배웅해주심에 그 동안의 감사함과 따스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아침 기도모임. 시편 121편 1~8절 말씀. 

산이 도움이 되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산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나의 도움이 되심을 잊지 말기.

장백산에 도착 장백산 천지를 향해 올라갔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완전 무장을 했지만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에 몸이 떨렸다. 눈 덮인 천지...정말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은 위대하심을 눈으로 보고 체험한다. 다시 내려가 우리는 장백폭포를 보고 차로 돌아와 무송으로 출발. 

저녁 9시쯤 느즈막이 무송에 도착. 무송교회에서 저녁을 준비해주셔서 지치고 허기진 배를 맛있는 음식으로 달래고 이어 북한에 들어가 공산당에게 잡혔다 풀려나신 김보연 장로님의 생생한 간증을 들었다. 중국 조선족이신 장로님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북한과 무역을 하면서 북한을 드나들으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북한 군인들에게 붙들려 한 달 동안 심문을 받으셨던 이야기를 하셨다. 죽음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던 어느 날 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입을 열어 말하라!”  

너무도 놀란 장로님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정말 하나님이라면 제게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입을 열어 뭐라 말하란 말입니까?”  

그러자 이번에도 뚜렷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묻는 대로 대답하라!”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한 장로님은 두려움이 물러가고 마음이 담대해졌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두려울 게 없었다. 기적은 다음 날 일어났다. 다른 때 같으면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했는지 불으라고 소리를 치던 그들의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그리고 얼토당토 않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동무, 동무는 어떻게 해서 예수를 믿게 됐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그들 스스로가 복음에 대해 물어보니 장로님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믿게 된 예수를 전하기 시작했다. 전날 밤 ‘묻는대로 대답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놀랍게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질문은 계속해서 성경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고 거의 한 달 동안을 장로님은 세 명의 취조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풀려날 때에는 그들이 “동무, 우리 북조선을 위해 기도해 주시라요.”는 기도 부탁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살아계신 역사를 보는 순간이었다. 
 
▲ 장백산(백두산) 천지에 오른 샘오세아니아 단동병원 단기 선교팀. ⓒ샘오세아니아

4월 16일(목) 무송->단동 

오늘은 버스 안에서 하루를 다 보냈다. 열 시간 가까이 이동하는데 보내다 보니 체력이 바닥난 기분이었다. 무송에서 단동까지... . 아, 멀고도 먼 길이여! 

중간에 우리는 호산장성에 도착해서 3시간 가량 성에 올랐다. 그리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을 보고 돌아오려고 했지만 장삿속으로 돌아오는 길목을 가로막은 중국 뱃사공 때문에 더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정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장성 꼭대기에서 북한을 향해 손을 뻗어 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우리를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리라. 

저녁 느즈막이 단동에 도착. 식사 후 단동병원으로 출발. 그 곳에서의 선교사님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한 후 내일의 마지막 의료 활동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4월 17일(금) 단동복지병원 

병원에서 1시간 정도 멀리 떨어진 체육관같은 큰 장소에서 함께 의료 활동을 했다. 마지막 날이라 오전에만 의료 선교를 했다. 압록강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빨리 진료를 마친 후 우리 샘 일원은 선상예배를 드리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압록강 위해서 배를 타고 북한 가까이를 보며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본 북한의 모습은 중국과는 다른 처참한 현장뿐이었다. 

생존을 위해 나무들을 베어버려 황량한 민둥산과 70년대의 잘 나가던 공장들은 불이 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는 배 안으로 돌아와 함께 찬양하고 북한을 향해 한 마음으로 또 기도했다. 언젠가 함께 함박웃음 띄며 한 교회에서 찬양하고 기뻐 뛰는 그 순간이 오리라.☺ 

  
박상희
단동선교 팀원  간호사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