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낯설게 만들라

이규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3/29 [06:52]
아이들은 아무리 진기한 장난감이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흥분하지 않는다. 어른도 큰 차이는 없다. 감동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일이라도 곧 식상함이 밀려와 지루함과 싸워야 한다. 가슴을 뛰게 했던 감동스러운 것도 우리 안에 신선한 상태로 계속 유지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지루해지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자신을 매일 대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고역스러운 일이다. 육체의 피로감보다 훨씬 더 강한 영혼의 피곤함과 지루함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얼마 살지도 않은 젊은이의 얼굴에서 삶에 지친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길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지친 여행객은 여행보다 방황에 더 가깝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좀 더 눈부신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젊은 혁명군이 내 안에서 혁명을 기다리고 있다. 삶을 뭉개며 아무렇게나 살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지겨운 나를 만나고 싶지 않으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아니 변화를 즐겨야 한다. 날마다 옷을 갈아 입듯이 변화의 옷을 수없이 입고 벗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나를 새롭게 하려면 오늘의 나를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익숙한 나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밀어내야 한다. 나를 피곤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새로운 나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인간은 익숙함에 길들여 지는 것이다. 지루한 반복의 매너리즘을 지겨워하면서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익숙함이 베푸는 향응의 달콤함 때문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안주하려고 하는 나를 넘어뜨려야 한다. 그것은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을 위해 가장 무서운 적은 내 안에 있다. 새로운 세포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면 생명은 이미 죽은 것과 같이 생각의 노화와 상상의 무딤 현상을 막지 못하면 새로운 삶은 기대할 수 없다. 

끊임없이 마모되고 함몰되어 가는 프로그램이 작동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된다. 흘러가는 세월에 나를 맡겨두면 삶의 조로를 피할 수 없다. 더 이상 변화가 없다면 나는 이미 과거에 파묻혀 죽은 몸이다. 변화는 그래서 생명이다. 생명은 변화를 먹으며 그 생명됨을 지탱한다. 

과거로의 회귀를 막고 새 것에 의한 흥분된 삶을 살려면 응고된 생각들이 물처럼 계속 흐르도록 해야 한다. 물이 물을 밀쳐 파도가 일어나듯이, 정체되거나 고이지 않은 내 안에서 급하고 강한 물살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놓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늘 다니는 길, 항상 듣던 음악,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들고 산다. 내가 만나던 친구들, 늘 맴도는 같은 잡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용기가 필요하다. 늘 다니던 길에서 비켜나 걸어보는 것, 평소에 듣지 않던 다른 음악을 유심히 들어보는 것, 낯선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땀나는 모험을 감행해 보는 것이다. 스케쥴에 없던 약간은 낯선 일상은 시도를 통해 삶의 의외를 만나게 될 수 있다. 

C S루이스는 “기쁨이란 우리가 행복하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리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전혀 예기치 않는 순간, 불쑥 찾아드는 무엇으로 인해 삶은 의외의 새로움으로 흥분하게 된다. 

우리의 몸 속에 생명은 변화의 리듬을 환영한다. 리듬에 나를 맡기면 온 몸과 생각이 함께 춤을 추며 하나가 된다. 변화의 리듬에 내 안이 죽었던 세포가 살아나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그때부터 생명의 신비 안에 감추어 있던 능력들이 발휘된다. 그것은 메가톤급이다. 삶의 용량이 달라지고 생명의 질감은 더 없이 수려해진다. 

지루한 삶에 멈추어진 삶을 다시 살려내려면 내가 나를 위해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신나는 이야기를 나의 내면에 들려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생각의 나무를 키우고, 사상의 집을 세워가고 나의 감각의 세계를 온 세상을 향해 활짝 열어 놓고 다가오는 모든 것에 두 손 들고 반응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

이규현 
시드니새순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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