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잎으로 가슴에 시가 일고

이규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4/26 [10:56]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 저녁 시간, 퇴근을 하고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물씬 밀려오는 찌개 냄새는 후각 이상을 자극한다. 진동하는 냄새의 위력은 단순히 코만이 아니라 몸 전체에 파장을 일으킨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가슴에 묻혀서 젖을 먹을 때 오는 만족감은 단순히 배부름만이 아니다. 엄마의 따스한 터치, 숨결, 눈맞춤, 속삭임은 아이의 영혼을 감싸고 도는 깊고 깊은 만족이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오감이 예민하게 살아 움직인다. 오감이 제대로 작동할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살아있음에 대한 펄떡이는 감흥은 감각의 기능들이 온전하게 반응하면서 일어난다.

오감 중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른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도는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고, 입으로 마신다고 한다. 일식당의 음식은 아기자기한 모양새로 입안에 침이 돌게 만든다. 귀로 음악을 듣는데 발가락이 왜 까닥거릴까? 감각은 온 몸에 걸쳐 가느다란 실핏줄 처럼 긴밀히 연결되어 몸과 영혼을 연결한다.

감동을 원하는 세상이다. 감동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각의 왕성한 반응이다. 보고, 느끼고, 맛보고, 듣는 것들이 하나가 되어 나로 춤 추게 하는 것이다.

오감은 육체적인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감을 통해서 영적인 메시지들이 우리의 영혼에 흘러 들어온다. 예수님은 오감을 자극하셨다. 최후의 만찬시에 “받아 먹으라 내 몸이니라.” 십자가 사건을 시각화하시고 촉각과 미각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깊숙히 전달하셨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성경은 영적 세계를 리얼하게 표현한다. 맛을 보는 행위보다 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있을까? 

문제는 인간의 감각이 죄로 인해 많이 상해 있다는 점이다. 빈번한 오작동과 때때로 무감각해진다. 보고 느끼고 듣고 깨닫는 것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감각이 둔해지면서 영적 반응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나님의 경이로우심에 대한 생생한 반응을 할 수 없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무감각은 악이며 사람이 자신의 감각을 거부하면 신성모독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 했다. 모든 죄는 무감각에서 온 것들이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마 11:16~17절) 성경은 종종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애타는 호소를 한다. 영적인 청각장애란 심각한 중증 장애에 속한다.

감각을 훈련해야 한다. 죽어있는 감각이 다시 살아 꿈틀되게 해야 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마땅한 반응을 하도록 나를 일깨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람에 출렁이는 꽃잎을 보고 가슴 속에 시가 일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고, 주님의 성찬 앞에서 눈물이 나야 한다. 슬픈 일에도 울지 않는 냉혹함과 잔인함을 치료해야 한다. 꽁보리밥과 나물을 먹으며 농부의 거친 손과 나물을 고단하게 흔들었던 봄 바람의 촉감을 내 혀가 알아차리게 해야 한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마땅한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다.

영성이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무심하게 흘려 보내지 않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 목사가 내린 영성에 대한 정의가 기막히다. “영성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향한 깨어있는 관심이며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싱싱한 반응이다.”라고 했다. 깨어있는 관심, 싱싱한 반응! 바로 오감은 물론이고 영적 감각이 더해진 육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혼의 기름짐을 위한 묵상의 작업은 싱싱하게 살아있는 육감의 작용이다. 영성학자 리쳐드 포스터는 “바다냄새를 맡고, 해변의 물결의 소리를 듣고 군중을 보고, 이마 위의 태양과 뱃속의 허기를 느끼고, 대기의 소금기를 맛보고, 그 분의 옷자락을 만지려 하는 것”으로 묵상을 소개한다.

모든 감각이 건강하게 살아 하나님께 즐거이 반응하는 감각의 제국, 그 안에서 예배가 살아난다. 오감이 살아 싱싱하게 작동할 때 이웃과의 만남에서, 차 한 잔만으로도 감동이 살아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너무 풍요로운 세상에서 결핍을 느끼며 불만에 가득한 삶을 사는 이유는 감각의 무딤증세와 그것으로 인한 잦은 오작동이 아닐까?

혀끝을 싸고 도는 시원한 냉수 한 그릇, 스쳐가는 바람결에서도 하나님의 터치를 느낄 수 있다면, 희열이 가득한 축제의 삶은 언제라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이규현|시드니새순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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