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초의 교회 에벤에젤 교회 창립 200주년 맞아

에벤에젤 교회는 호주 기독교의 밀알입니다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7/07 [09:44]

18세기 재현한 에벤에젤 주민들

▲  자유 정착민에 의해 세워진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에벤에젤 교회는 올해로 창립 2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들을 펼쳤다. ⓒ 크리스찬리뷰

 
지난 6월 22일 토요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시드니 북쪽 윈저(Windsor)에서 북향 30분정도 떨어져 있는 에벤에젤(Ebenezer)이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는 수 많은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 에벤에젤 교회가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멀리 퍼스와 빅토리아주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교회에서 단체로 왔으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알록달록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그룹들도 눈에 띄였다.

또, 두세 명의 아이들을 손에 손을 잡고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었으며, 몇 시간 떨어져 있는 타지역에서 수십 명씩 태우고 온 대형버스들 수십 대가 저 멀리에 주차해 있는 모습들도 보였다.


▲ 200년 전 당시의 군인복장을 한 에벤에젤 마을 사람들 ⓒ 크리스찬리뷰

200년 전 당시의 군인복장을 하고 기다란 총을 들고 인파에 섞여서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는 상황연기자들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18세기 농부들의 의상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시골의 박물관처럼 보이는 교회 주위를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200년 전 창립 당시의 에벤에젤 교회 목사로 분장한 어느 호주인 앞에 그 당시의 교인으로 분장한 50대 부부가 다가와 “안녕하세요, 목사님! 요한복음에 있는...” 이라고 성경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대사를 읽듯이 또박 또박 얘기했지만, 목사는 사방을 둘러보며 건성으로 듣고만 있었다. 


▲ 에벤에젤교회 목사로 분장한 호주인이 200년 전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그들에게 이 교회의 교인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난 대대로 이 에벤에젤 지역에서 살아오고 있는 사람인데 오늘 이 행사는 저희 마을 모든 이들이 참석하여 준비한 행사랍니다. 이 지역의 주민들 중에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도 이 교회를 자신들의 교회(our church)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지요. 우리 마을 전체가 이 에벤에젤 교회를 자랑으로 여기고 있답니다.” 

교회에서 제공해준 간단한 정보지에 의하면 교회헌당예배가 있은 후 7년 후인 1816년에 드렸던 어떤 특별한 예배에 대해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나님이 지켜 주셨다

“그 날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 중에는 40km 이상을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온 가족들도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교회의 둑 아래를 지나는 헉스베리 강을 포함하여 두 개의 강을 건너 예배에 참석하려 온 사람들도 있었다.


▲  에벤에젤 마을 사람들이 200년 전 자유정착민으로 분장하고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했다.  ⓒ 크리스찬리뷰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온 목사는 영국에서 이민 온 대부분의 교인들에게 지나간 10년의 삶을 얘기하면서 이 모든 것이 다 이제까지 하나님이 지켜주셨기 때문(Ebenezer)이라고 말문을 열자 수백 명의 교인들의 눈에선 조용히 눈물이 비치기 시작했다.”

거의 신천지였던 호주 땅에 처음으로 이민 와서 그렇게 10년이 지난 기억들을 생각하면서 감회에 젖는 교인들의 모습을 잘 묘사했던 것 같다.

인근의 학교와 단체에서 행사를 위해 찬조출연자들을 보내왔다. 어린이합창단과 무용단, 교사합창단, 연극팀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고 에벤에젤이 포함된 Portland Head시 당국에서는 대형천막 두 개를 치고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회와 당시의 기숙사이자 학교였던 부속 건물, 그리고 교육관에 해당하는 작은 건물 안에도 교회의 200년의 역사를 알리는 다양한 전시와 정보지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200주년 기념예배에 앞서 원주민의 연기의식 속에 내빈들이 입장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빗속에서 드려진 200주년 기념예배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이곳 원주민 대표의 자격으로 온 다룩 원주민커뮤니티의 크리스토퍼 토빈이란 사람이 에벤에젤 교회 200주년기념 감사예배에 앞서 Smoking Ceremony(연기의식)를 재현하였다.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그 위에 유클립스 잎사귀를 올려놓고 연기를 내뿜게 하는 의식이었다. 연기의식이 끝나고 그와 잠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연기의식은 우리 원주민들이 함께 모여 중요한 회의를 가질 때마다 드렸던 일종의 종교의식이었어요. 자연과 영의 세계에 있는 영들을 연결하기 위해서 치렀던 의식입니다. 저는 블루마운틴에서 왔는데 200년 전 백인 정착자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이 지역에 살았던 우리 원주민 다룩 커뮤니티를 대표하기 위해서 이렇게 왔지요.” 

▲ 원주민의 피가 섞인 크리스토퍼 토빈 씨가 연기의식을 진행했다.  ⓒ 크리스찬리뷰


기독교 환경에서 자라났다고 말하는 토빈씨는 기념예배가 시작되자 단상으로 올라가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가 우리 모두에게 실현되는 호주가 되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기도를 드렸고, 이어서 현재 에벤에젤 교회의 목사인 Grant Bilby 목사가 오늘 예배의 취지와 함께 참석한 모두를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했다.

예배는 간결했지만, 그러나 수 백년의 역사를 포함하였다. 현재 호주의 야당 총수이며 에벤에젤 지역 출신인 Malcolm Turnbull의원이 참회기도를 맡으면서 자신은 200년 전 이 교회를 세웠던 사람 중의 하나인 Turnbull가의 4대 자손이라고 소개했다. 

신구약 성경봉독이 있고 그 말씀에 맞는 짧은 설교가 호주장로교회 전국총회 총회장 로버트 벤  목사(Rev. Robert Benn)와 호주연합교회 전국총회 총회장 그레거 핸더슨 목사(Rev. Gregor Henderson)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최초에 장로교회로 창건이 되었지만 77년 연합교단에 가입하였기에 이렇게 두 교단의 대표자들이 함께 말씀을 전하였다.
 

▲  어린이로부터 질문을 받는 호주 야당 총수 말콤 턴불 의원. 그는 에벤에젤 지역 출신이며 에벤에젤 교회를 세웠던 턴불가 4대 손 중의 한 사람이다.  ⓒ 크리스찬리뷰


“지난 200년 동안 하나님이 이 교회를 통해서 보여주신 은혜와 축복은 앞으로의 수백 년 동안, 아니 훨씬 더 오랫동안, 하나님이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실 사랑과 은혜에 비하면 시작에 불구하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에벤에젤이 갖는 성경적 의미인 하나님이 도우신다라는 메시지는 영원히 이곳에서 지속될 것입니다.”  

  에벤에젤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에벤에젤’

모든 기념예배 순서가 끝나고 에벤에젤 교회 제23대 담임 그란트 빌베이 목사(Rev. Grant Bilbey)를 만났다. 오래전 호주에서 신학공부를 할 때 만났던 기억이 있기에, 서로를 통성명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 에벤에젤 교회에서 12년째 시무하고 계신데 호주연합교회의 문화에 의하면 너무 오래 계셨군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전 사실 3년 전 이 교회를 떠나서 다른 교회로 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 교회의 당회와 지역사회의 여러분들이 제게 찾아와 몇년 후에 있게될 에벤에젤 교회 200주년 기념행사들을 모두 마칠 때까지 떠나지 말아달라는 강력한 부탁이 있었어요. 오늘의 행사는 그만큼 중요하고 또 이 지역의 모든 주민들의 행사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규모는 작지만, 교회의 의미가 크기에 상당히 바쁜 목회였다고 말을 이어가며 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교회의 이름은 에벤에젤입니다. 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에벤에젤입니다. 하나님이 이 교회를 여기까지 도와 주셨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이지요.” 

구약성경 사무엘상에 보면 어떤 장소에서 블레셋(당시의 팔레스타인) 군대에 의해 두 번 대파의 쓰라린 경험을 하였다. 첫 번째 전투에서 4천 명의 이스라엘군인들이 죽었고 두 번째 전투에서는 3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블레셋에게 이스라엘의 정체성의 상징인 언약궤를 탈취당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에 전투가 있었고 이번엔 이스라엘이 승리했고 그 승리는 하나님이 도와 주신 것이란 뜻으로 그 곳에 에벤에셀이라는 돌을 세웠다.

여기까지 하나님이 도와주셨다라는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에벤에젤 교회는 앞으로도 영원히 이 교회와 이 지역과, 그리고 더 나가 호주 전체를 도와주시고 축복해 주실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하게 될 것이다. 
 

▲  우중에서 진행된 200주년 기념예배에서 순서를 맡은 분들   ⓒ 크리스찬리뷰


  에벤에젤 교회의 간단한 역사

호주인들에게 호주의 역사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 달라고 물으면 대개 “죄수(convicts)의 역사죠” , 또는 “영국의 식민지였어요” 등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와 함께 한 역사랍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에 처음으로 정착한 청교도들은 미국 땅에 도착 하자마자 교회와 학교를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자신들이 살 집을 지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호주는 어떠했을까?
 

▲  빗속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찬송하는 참석자들  ⓒ 크리스찬리뷰 


호주의 첫 이민행렬이라고 할 수 있는 죄수들을 실은 배에도 여전히 목사들이 함께 승선했고 비록 강제였지만 정규적인 기도시간이 있었고 주일에는 정식 예배가 있었다고 한다. 호주를 ‘the most secular nation’ (가장 세속적인 나라)라고 표현하는 글들도 꽤 있다.

그것은 타락했고 부도덕한 나라란 뜻이 아니다. 그 당시에 ‘전통과 법규에 굳어버린 영국공회(Anglican Church)가 없는 곳으로!’란 일종의 이민 슬로건이 말해 주듯이 신천지 호주땅을 밟는 영국인들은 종교가 없는 자유지에 왔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호주로 이민을 온 영국인들은 교회를 짓고 그리고 그 교회를 중심으로 자녀교육과 그리고 가정의 삶을 꾸려나갔다.
 

▲  에벤에젤교회 그란트 빌베이 목사   ⓒ 크리스찬리뷰



그 첫 번째의 예가 바로 에벤에젤 교회이다. 1802년 6월에 코로맨들(Coromandel)호에는 8명의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가족들과 함께 호주를 향하고 있었다. 
 

▲ 200년 동안 에벤에젤 교회를 섬긴 목회자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판   ⓒ 크리스찬리뷰



그들의 이름은 Davison, Hall, Howes, Johnston, Johnstone, Mein, Stubb, Turnbull이었다. 이 여덟 가정은 당시의 호주 총독 킹(King) 총독에게 같은 장소에서 함께 정착할 수 있는 특별요청을 하였고 이에 호주 정부는 Portland Head에 있는 에벤에젤이라고 하는 지역에 100에이커의 땅을 무상으로 주었다. 얼마 후에 영국에서 온 일곱 가족이 이들과 합세하였고 그렇게 에벤에젤 공동체는 시작되었다.


 

▲  200년 전 초기 에벤에젤 교회 성도들을 마을 주민들이 재현했다. ⓒ 크리스찬리뷰



모두가 기독교인이었기에 이들은 주일마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에벤에젤 언덕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둘러서서 예배를 드렸다. 서로 다른 교단과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예배를 드릴 때만은 한 가족이요, 한 교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1808년 의사출신인 토마스 안델 씨의 집에 모두 모여 교회와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에 들어갔다. 외부인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아무런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모은 400파운드의 돈으로 건축에 들어갔다. 
 
 

▲ 에벤에젤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학교가 딸린 교회를 1809년에 완공됐고, 이후 확장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있으며, 현재까지도 예배를 드리고 있는 곳으로 가장 오래된 예배당이다. ⓒ 크리스찬리뷰


현재 에벤에젤 교회가 있는 땅 4에이커를 자체적으로 해결했고 설계도, 건축감독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건축에 들어가는 벽돌이나 목재들도 다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809년에 그렇게 에벤에젤 교회가 세워졌다.

▲ 에벤에젤에 도착한 장로교인들은‘ 큰 나무 밑’ 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처음부터 교회 건립을 계획했다. 그러나 노동력과 자재부족으로 1807년에 건립하기 시작하여 1809년 완공하기까지 ‘큰 나무 밑’ 에서 7년 간 예배를 드렸다. ⓒ 크리스찬리뷰

 

 ▲ 역사적인 나무로 지정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크리스찬리뷰



농업이나 농장에 관한 경험이 없는데도 그들이 함께 경작했던 모든 농장이나 목장들은 매 년 대성공이었고 소문은 헉스베리 강을 타고 Portland Head지역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1810년에 이 지역을 방문한 당시의 총독(Governor) Lachlan Macquarie는 에벤에젤 주민들이 단시일에 이루어 놓은 놀라운 업적과 성취들을 치하하며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써나갔다.

“강둑에 있는 농장들은 너무나 경작이 잘 되었고 배를 타고 오면서 언덕에 나타나는 마을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마을 이곳저곳에 퍼져있는 복숭아나 다른 과일 과수원들은 문자 그대로 절경이었다.”  

▲ 교회를 사랑하던 이들은 죽어서도 교회 마당에 묻히길 원한다. 에벤에젤 교회도 교회 마당이 묘지와 묘비로 둘러싸여 있다.  ⓒ 크리스찬리뷰


 
커다란 나무 밑에서 올린 첫 예배

1809년에 세워진 에벤에젤 교회는 호주 땅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다. 장로교로 시작한 이 교회는 170년 가량을 호주장로교단 소속으로 있다가 1977년 호주연합교단이 창설될 때에 연합교단에 가입했다. 교회 건물은 두 개의 커다란 공간으로 분리되어 하나는 기숙사학교와 또 하나는 예배당으로 사용했다. 즉, 에벤에젤 교회는 그 지역에서 최초로 세워진 학교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학교의 수준이 좋아지면서 먼 곳에 사는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에벤에젤 학교에 등록시키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였다.

에벤에젤 교회의 주차장이라 할 수 있는 길 건너편에 있는 잔디밭 위에는 커다란 고목나무에 울타리가 둘러 처져 있었다. 바로 200년 전에 수십 명의 영국 정착민들이 매주일 모여 예배를 드리던 곳이다. 15명 정도가 원을 그려 둘러쌀 수 있는 정도의 크기 나무 앞에는  ‘Historical Tree’란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행하며 이지역에 교회가 세워지기 몇백 년 전부터 이곳에 우뚝서 있었던 나무라 생각하니 자못 숙연한 생각이 들었다.
 

글/박웅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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