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고민 상담 ‘보람이 커요’

탐방/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7/07 [10:25]
주일설교를 준비하던 호주의 알란 워커 목사는 자정에 로이 브라운이라는 청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38세의 청년은 빚으로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고 자신의 앞날이 암담한 나머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  최근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에 취임한 김종규 목사는 “생명사랑운동이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원장직을 맡았다” 라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크리스찬리뷰
워커 목사는 청년이 절망에서 헤어나 새 삶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로이 브라운은 끝내 가스가 가득찬 방에서 죽었다. 한 생명의 죽음은 알란 워커  목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궁리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 준 것이 바로 전화벨 소리였다.

알란 워커 목사는 1963년 ‘생명의 전화’ (Lifeline)를 설립하게 된다. 지금은 호주를 비롯해 한국, 미국, 카나다, 일본, 아프리카 등에 300여 개 지역센타로 운영되는 국제적 상담기구로 성장했다. 

전화상담을 통해 이민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온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홍관표 목사)가 발족된 것은 2004년 8월 2일. 당시 황혜경 원장을 중심으로 발족해 개통한 이후 5년이 된 것이다.


▲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를 발족하고 전화상담을 통해 이민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온 황혜경 초대 원장.   ⓒ크리스찬리뷰
 
지난 5월에는 김종규 목사(시드니영성교회, 본지 편집고문)가 원장으로 취임했다. 절박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와 교민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길 원하는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를 찾아 개통 이후 사역을 들어봤다. 

  2004년 8월 개통, 생명은 정말 소중한 것
 

▲ 김종규 원장(오른쪽)은 지난 5년간 헌신한 황혜경 초대원장을 격려하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어둠의 한 생명을 살리는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크리스찬리뷰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정신으로 세워진 생명사랑운동이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허락을 했다”고 말문을 연 김종규 원장은 “이민사회에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고 말했다.

“사실은 제가 상담교육 제1기 수료생이에요. 그간 생명의전화 이사로 있다가 황혜경 원장이 사임하게 되어 맡게 되었는데 지난 5년 동안 황 원장님이 참 애쓰셨어요.

감사한 것은 이제 생명의전화가 삼두마차로 이끌어 가게 됐는데 제가 원장으로 경영과 기획을 맡고, 황혜경 부원장이 후원 업무와 자원봉사를, 최창열 목사가 소장으로 상담실 운영과 상담자 교육을 맡게 되어 삼두마차로 끌고 나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차를 앞에서 끌고 가시는 분이 홍관표 목사님이십니다. 홍 목사님이 고삐를 잡고 끌고 나가실텐데 시작은 미약하지만 창대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축복해 주실 줄 믿습니다.” 

황 부원장은 “제게 상담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며 “상담을 통해 세상의 빛과 그늘을 두루 접하며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전화상담하는 황혜경 부원장   ⓒ크리스찬리뷰

황 부원장은 지난 5년 간의 사역과 관련해 상담을 하면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과 설움을 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상담을 통해 절망의 나락에서 삶의 방향을 틀어 줄 수도 있지만 먼저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토로할 곳이 없어서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황 부원장이 상담과 인연을 맺은 것은 김종환 박사(서울신학대학 상담대학원 교수, 가정사역 연구소장)를 만나면서 교민사회에 상담사역이 필요하다는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호스피스 사역을 생각하며 신학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김종환 박사님이 호스피스 사역도 상담은 기본이다. 상담교육을 받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교육을 받았지요. 그 후 2003년 12월에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상담교육 광고를 냈는데 50여 명이 등록을 했어요. 김 박사님이 오셔서 상담교육을 해 주셨고 첫 졸업생 30명과 함께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를 개통하게 된 거지요.”   

  좌절한 사람들, 전화로 용기·희망 부여

전화 상담원의 역할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얼굴과 이름도 모르고 상담을 하기 때문에 수시로 고함과 욕설, 폭언 전화를 받아야 했다.

“장난전화가 많았어요. 이런 이상한 전화를 하시면 정작 필요하신 분들이 못하게 되지 않냐고 설득했지요. 도박상담도 많구요. 워킹으로 온 학생이라던지 혼자 사시는 나이 드신 분들이 돈이 없다. 돈 좀 해줄 수 없겠느냐 거기서 재워줄 수 있느냐? 이런 전화가 많이 와요.”

시드니에는 청소년 문제, 마약 문제, 가정 문제 등과 같은 전문상담을 하는 기관들이 여러 곳이 있는데 황 부원장은 상황이 심각할 경우 전문상담 기관에 연결을 시켜주기도 한다.

“저희들은 전문상담원들이 아닙니다. 말을 들어주고 그 말에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전문적인 상담원하고 우리하고 비교를 하시는 거에요. 그것이 상담원에게 굉장히 사기를 저하시켜요.” 

종종 음란전화가 걸려 오기도 한다. 김종규 원장은 “사실 여자 봉사자들이 오래 못버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음란 전화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화받는 일인데...’ 라며 전화 상담을 쉽게 생각하고 덤빈 사람들은 얼마가지 않아 중도 하차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상담전화를 원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삶에 지쳐있어 위로와 인정을 받길 원하지요. 먼저 그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공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상담을 시작합니다. 갖가지 사연들, 정말 풀기 힘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떤 조언을 해야 하는지 난감할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じ㎢酉?열심히 공부한 상담유형과 사례를 조용히 돌이키며 저의 인생경험을 추가해 나가곤 합니다.”

상담자의 목소리가 점점 차분해지며 안정을 되찾을 때 황 부원장은 더욱 자신감을 갖는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 것을 권면한다.

김종규 원장은 상담의 원칙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저희들이 상담을 받는 사람의 수준보다 높아서 그들을 상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담교육을 받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의지해 그 능력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민자들의 최대 고초는 무엇일까?

“상담 전화가 와서 상담자가 머뭇거리면 우리가 이렇게 얘기를 하죠.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 드리니 마음놓고 얘기 하시라구요. 그러면 솔직히 얘기를 하세요. 얼굴이 안보이니까요. 상담 내용들은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부부 갈등, 청소년 마약 문제, 기러기 엄마 아빠 문제, 학교 공부 문제, 가정 폭력 심지어는 사람을 찾아달래요.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상담이 부부 문제인데 특히 국제결혼하신 분들의 문제가 심각해요. 국제결혼이라도 여기서 태어나거나 공부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데 한국에서 온 분들이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해요.

그러니까 이혼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경찰서에서도 전화가 오니까요. 게다가 하이스쿨 학생들의 동거도 심각하구요.

한 번은 통화중에 어머니와 함께 상담하다가 울었어요. 아이들이 나가 살면 폭력적이 돼버리잖아요. 그 어머니가 감당을 못하시더라구요. 그 아이들이 주로 아버지가 안계신 아이들이었는데 이런 어머니들이 얘기할 곳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에게 전화 상담을 해오시는데 누군가에게만 얘기를 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상담한 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대요. 어디가서 얘기할 데가 없다는 거에요. 저희가 감당 못하는 부분은 전문적인 기관에 연결을 해주기도 합니다.” 
 

  새 삶 찾았다는 감사 전화올 때 가장 행복

그동안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거의 가정이 깨질 즈음 상담을 요청한 주부가 있었다. 살림 형편도 넉넉지 않아 이혼할 것을 합의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 부원장은 그렇게 단순하게만 판단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귀한 가정이라는 생각을 하라고 권면했다. 형편은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몇달 후 감사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렇게 귀한 가정에 대해 한 때 잘못 생각한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른다며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황 부원장은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갖는다. 상담은 혼자서는 도저히 바른 판단을 못내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 만큼 신중하고 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TV프로를 시청하는 한편 관련 서적도 수시로 참고 한다.

황 부원장은 “상담일지를 보며 늘 바른 판단을 했는지 살펴본다”면서 “아무래도 상담을 받고 상담자들의 문제가 풀릴 때 그때가 참 기쁘다”고 말했다.

생명의 전화 상담원은 현재 10여 명이다. 이들의 의무 상담시간은 하루 3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번갈아 상담을 한다.

“부족하지요. 상담원들이 필요해요. 사실 상담교육을 받고 자격을 받으신 분들이 100명이 넘으세요. 그런데 시간이 3시간이다 보니까 본인이 원하는 시간이 맞지 않는 거에요. 또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더 공부하기 위하여 학교에 진학하신 분들도 있구요.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어요. 물론 교민을 위한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지만 상담원이 필요합니다. 상담교육을 받으셔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삶에 대한 의욕과 기쁨을 갖게 합니다.

특히 좌절과 낙망, 실의와 고통을 느끼는 분들에게 전화로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 상담은 보람이 큰 귀한 일이지요. 그리고 상담교육을 받고 교회에서 사역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 교회에서 한두 분이라도 교육을 받으시면 교회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들이 있잖아요. 이민문제나 학교 교육 문제라든지 오셔서 교육을 받으시면 정보를 제공해 드릴 수 있거던요.”

문득 매일 괴롭다 죽고 싶다는 전화만 받는 상담원들은 그 영향을 받지 않을지 궁금했다. 상담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자극하고 삶의 향기를 찾고 있단다. 좀 더 상담을 잘하기 위해 공부를 하거나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에 대한 즐거움들을 매일 발견하려고 노력한단다.

“지금까지 전화상담만 해왔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전화 방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직접 만남을 통해 상담이 이뤄지도록 말입니다. 혼자 계신 노인들이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또 계획하는 것이 노인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이에요. 현재는 2층이라 문제가 있어요.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노인 사랑방을 만들어서 정보도 제공해 드리고 음식도 서비스하고 격려도 해드리고 싶은데 문제는 재정입니다." 

▲ 호주 한인 생명의 전화 안내판   ⓒ크리스찬리뷰

"사실 이 생명의 전화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해주셔서 전화상담을 통해 어둠의 한 생명을 살리는데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말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후원 이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김종규 원장은 “생명은 그 어느 곳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한 번만 주어지는 것이며 함부로 켰다 껐다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생명의 전화를 통해서 먼저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고민, 아픔, 괴로움 등의 상담도 필요하지만 이전에 생명의 말씀이 전달되고 그래서 생명운동이 넘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도 힘 있게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여러분 곁에는 생명의 전화가 있습니다. 지금 즉시 전화하세요. 언제나 여러분의 고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상담 전화는 ☏ 9858 5900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꽃이 피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천사들의 날개짓이 큰 바람을 일으킬 날을 기대해 본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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