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이 필요한 것인가? 귀가 필요한 것인가?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9/26 [15:03]
부부 간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남편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결책을 주려고 하기 때문에 대화에 진전이 없고, 다툼으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잘 듣지 못하는 남자, 지도 볼 줄 모르는 여자”라는 책의 제목처럼 남자들은 그냥 들어주는 것을 잘 못합니다. 상대가 말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생각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결과를 예측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듣기보다는 중간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보통 자신의 어려움을 표시할 때는 해결책을 몰라서 문제의 답을 남편으로부터 듣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현재의 어려움을 하소연합니다. 그냥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 원하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들이 많은데, 때로는 울고 소리를 크게 낼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공감 표현을 합니다. 때로는 넘어져서 아파서 아픔을 호소할 때, “세상에! ‘정말’ ‘많이’ 아프겠다. 어쩌면 좋지! 우리 아가 대단하네! 이렇게 많이 다쳤는데도 많이 울지도 않고 정말 대단하다!” 그러면 “아니 괜찮아!”라고 하면서 다시 돌아가 친구들 혹은 언니들과 놀러 돌아갑니다. 때로는 싸우고 맞아서 상대를 혼내고 싶을 때, 때로는 따돌림을 받아 슬퍼서 하소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도대체 우리 예쁜 아가에게 누가 그랬지? 정말 나쁘네, 아빠가 혼내줄 께, 누구야? 아빠가 많이 혼내준다고 그래!” 그러면 “응 아빠” 하고 금방 밝아져서 돌아갑니다. 결국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현재의 아픔이나 억울함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공감해 주는 표현을 통해 아프던 것이 어느새 사리지고 없어지는 것입니다. 억울하던 것이 어느새 자신의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 힘들지 않은 것입니다.

저희 호주가정상담대학에서는 1학년 처음부터 적극적 경청이라는 기술을 가르칩니다. 그것은 잘 들어주는 기술입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을 해보며, 동료들과 계속적으로 연습하도록 합니다. 더 나아가 적극적 경청을 집에서 가족에게 시행할 것을 권합니다. 특히 자녀에게 갈등이 있거나 화가 나 있을 때, 배우자가 화가 났거나 어려움을 호소할 때, 적극적 경청을 사용하고는 많은 효과를 거두어 감사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아무리 화가 크게 나서 씩씩대고 왔다가도 적극적 경청을 사용해서 공감표현을 사용해주면 어느새 잠잠해지고 격했던 감정은 온데 간데 없어집니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적극적 경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어렵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내려놓고 그대로 상대 말을 들어주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입니다. 관계를 세워나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연습과 훈련이 많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희 아내와 함께 한 교회 수련회에서 적극적 경청을 부부들에게 실시했는데 어떤 아내는 10여 년 동안 처음으로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표현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면서 아내와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 이후, 그 교회는 모이면 적극적 경청을 연습한다고 합니다. 당시에 참여하지 못했던 커플들에게도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많은 의사소통에 장애물들을 해소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갈등해소와 문제 해결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모’는 단지 들어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큰 어려움들을 해결하고 감사를 표현하며 돌아간다고 합니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적은 것이 현 세상입니다.〠

 

김훈|호주가정상담대학 사이버과정 학장, 캔버라 열방대학 국제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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