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과연 선교의 무덤인가?

- 일본 선교사 서신 -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8/03 [10:59]
지구의 남반부와 북반부의 계절의 차는 아직 겪어보지 않아 감각이 없지만, 분명 다른 계절을 지내고 있을 호주의 독자들을 생각하며 일본 선교 현장을 보고하고 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쓸 수 있는 흔치 않는 귀한 기회를 제공한 ‘크리스찬리뷰’의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필자는 한국 대학생 선교회(CCC) 소속의 간사 및 선교사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7년 동안 대학생 선교 및 교회 제자훈련 사역을 하면서 이민 교회와 이민자의 삶과 아픔의 이런 저런 면면을 보아 왔기에 주님의 위로와 평강을 전하며 이 글을 씁니다.
 

▲  리츠메이칸대학 교정에서 김의겸, 현자 선교사 부부 ⓒ김의겸

  들머리

1억 3천만 가운데 기독교 인구가 1백만도 채 되지 않는 나라, 기독교 신자가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 나라 일본에서의 선교! 흔히 이 일본 선교의 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일본 선교는 선교사의 무덤’이라는 말을 쓰지만, 필자에게 있어 일본 선교는 필연적인 것이기에 무덤까지도 기쁨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주님께 순종하여 선교의 부르심에 응했다.

그런데 막상 순종하고 보니 오히려 주님의 친밀함을 경험하는 축복의 길임을 확인하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이 축복을 함께 나누자고 사람들을 권하며 도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축복을 필자뿐 아니라 귀한 독자들과 교회들이 함께 경험하도록 기도한다.

특별히 일본이라고 하면 ‘쪽발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며, 치를 떠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일본 선교를 위하여 기도든 물질이든 아니면 몸으로 참여해보도록 권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럴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어둠의 세월 속에 일제 36년 강점으로 수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원수의 나라’이지 사랑으로 찾아가고 싶은 나라는 아니다. 원망과 미움으로 복수의 칼날을 꽂아야 하는 대상인 그런 일본에 선교를 한다는 것은 십자가의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있어 일본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체험하여 복음의 분명한 핵심을 깨닫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이 일본 선교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성령의 강력한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일본 선교 헌신동기

필자가 일본선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1984년 겨울, 대학생선교회 간사들을 위한 선교학 강좌를 들으면서부터이다. 당시 필자는 한국 대학생선교회 대표였던 김준곤 목사의 민족복음화의 비전에 매료되어 전임간사로 헌신하여, “오늘의 학원복음화는 내일의 민족복음화”라는 슬로건으로 대학생들을 전도하여 제자로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선교학 강좌를 통하여 비행기로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일본에 인구 1억 3천만 가운데 크리스찬이 1백만 명도 안 된다는 통계를 접하고 계속 충격과 호기심으로 다음해 여름, 학생들과 함께 비전 트립에 임하여 확인하였다. 그 결과 실제로 온갖 우상들을 모신 절과 신사들은 즐비하지만 교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길에서 만난 백 명 중에 신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서 ‘주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들려준 주님의 음성이 예레미야서의 말씀이었다. 예레미야의 친척 하나니가 예레미야에게 “이 밭을 사라”고 한 소망의 말씀이었다. 이스라엘의 멸망의 비운을 예고하는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주님은 밭을 사라는 말씀으로 이스라엘 회복을 약속하셨다. 그 말씀이 마치 필자에게 주님이 ‘이 밭을 사라’고 권면하시는 음성으로 들려온 것이다. 그래서 “예, 사겠습니다. 돈은 없지만 믿음으로 일본의 밭을 사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귀국하여 돌아와 아내에게 일본을 샀으니 일본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웬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년에 당신도 함께 가서 직접 확인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해 여름 단기 선교 팀으로 아내도 함께 와서 보고 같은 마음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아는 아내로서 일본의 그 같은 영적인 상황을 접하게 되니 선교의 부담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영리, 개인전도 전략

그래서 뜻을 모아 기도하던 중 둘이 함께 일본으로 직접 가기보다 미국을 거쳐 가자는 데 한 마음이 되었다. 기도한 결과 미국 사역의 길이 열렸다. 1988년 11월 도미하여, 미국에서 대학생 선교활동을 하면서 대학생들을 데리고 일본 여름 단기 선교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그러던 중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음에 품고 있던 신학수업의 길이 열려 풀러 신학교에서 선교학과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현재 3년 반 일본에서의 선교활동 가운데 처음 2년간은 일본어 공부에 집중했다. 처음 부름 받은 일본 CCC로부터 1년 반 전, 일본의 천년 수도 교토 지역 개척 사역 책임자의 발령을 받아 교토에 와서 둘째 여름을 맞이하여 올해는 다섯 팀이나 되는 여름 단기 선교 팀을 맞아 이곳의 유명 대학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의 선교 활동 가운데 가장 집중한 것은 개인전도였는데, 지난 해 100명을 목표로 개인 전도용 책자 사영리를 읽어주며 전도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 가운데 예수님을 영접하는 사람이 수십 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 가운데 참되게 주님을 영접하여 제자가 된 사람은 다섯 손가락 정도이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어른에게 전도를 받아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소개 받았을 때, 참된 신앙에 들어설 마음이 분명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은 거절하지 못하고 영접기도를 ‘따라 해주는’식으로 기도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진실되이 기도하여 교회에 잘 출석하여 세례까지 받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개인전도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전도를 통하여 학생들과의 영적인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고, 전도현장의 분위기를 몸에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한 정열과 노력에 비하여 결과가 썩 기대한 만큼 좋지 않다고 본다.

관계중심 전도

신칸(신입생 환영)을 전후로 새학기 전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다. 일본에도 복음이 꽃 피울 봄은 과연 오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그 때를 앞당길 수 있을까? 그동안 일 년에 백 명씩 전도하기로 작정하고 함께 전도하는 전도대가 결성되어 계속 전도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일본도 반드시 변화되리라고 믿고 이 일에 앞장 서기 위해 랜덤 개인 전도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영접자와 결신자는 많이 나오나 양육으로 그리고 제자 훈련으로 연결되는 수가 너무나 적으니 랜덤 전도는 중단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아내와 나만 있는 이곳에서 달리 기막힌 전도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도의 미련한 방법으로”  언제까지 교토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여야 하는가? 부질없어 보이는 질문들을 속으로 던지면서도 아내와 합심하여 기도하는 일에 주력을 했다.

이렇게 교토 사역의 첫해는 개인 전도에 집중하였고 2년째를 접어들면서 그 동안 진단한 학생들의 영적 상태를 토대로 캠퍼스 사역의 장기적인 전망을 위하여 연초부터 일학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만나기로 하면서 전도 사역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러나 몸살 감기로 4월의 개학 후, 벚꽃의 만개와 함께 신칸으로 캠퍼스가 떠들썩한 황금같은 때를 캠퍼스 전도에 나가지 못하고 몇 주간을 보냈다. 사면이 막힌 것같은 상황에서 안타까움으로 올리는 기도의 응답인지 하나님께서 올 여름에 시카고 KCCC, 청주 CCC, LA KCCC, EPIC(미국 CCC), 워싱턴 한인 장로교회 등 다섯 팀의 다양한 단기 선교 팀을 교토에 허락하셨다.

특히 6월초 미국 시카고에서 온 6명의 단기 선교 팀을 맞아 신입생 중심의 전도 전략으로 리츠메이칸 대학의 학생들을 숙소로 불러와 교제하며 전도하는 관계 중심의 전도에 집중했다. 그 결과 5-6명 정도의 일학년 학생들과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그룹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연이어 이곳을 찾아오는 단기 선교 팀을 맞아 그들과 학생 초청 전도집회를 추진하며 전도에 열심을 내고 있다.

시카고 팀과 EPIC 팀의 숙소로 큼지막한 집을 2년 계약으로 임대하게 되어 6월부터 선교 팀의 숙소로 쓰게 되었다. 외로운 복음 전선에 하나의 교두보가 만들어 진 셈이다. 앞으로 이 집을 통하여 많은 사역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금년 여름 단기 선교 팀들과의 사역을 통하여 좋은 신입생 제자들이 많이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중단할 수 없는 개인전도

개인전도, 랜덤전도를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신형독감을 통하여 보여주었다. 신형 독감의 유행으로 오사카의 대학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오사카의 간사 3명과 스틴타 2명, 일본인 학생 한 명이 교토에 와서 함께 전도를 하게 되었다. 그 날 아내와 전도에 임하면서 주님이 예비하신 영혼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캠퍼스를 걷다가 한 학생에게 말을 건네 대화를 시작해놓고 보니 참으로 주가 예비하신 영혼이었다. 아베케이타(阿部惠太)라는 교토대 철학과 대학원 2년 학생으로 교회에는 출석하지만 본인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을 수가 없어 아직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활은 예수님이 단지 훌륭한 스승 정도의 인물이 아닌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거한 기적이며, 만일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면 부활과 함께 성경의 많은 표적들을 믿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고 성경의 말씀들을 나누는 동안 가방에서 그 날 새롭게 산 성경책을 꺼내며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KGP(사영리) 나눔을 통하여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했다.

이렇게 주님께서 준비해 두신 영혼들이 있는데 전도를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설령 나와의 만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사도행전의 필립을 쓰셔서 여행 중인 이디오피아의 장관을 전도한 것 같은 일을 성령님의 역사로 오늘도 행하고 계시니 말이다.

일본의 현실만을 보면 도무지 복음이 만개하는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도에 임하는 한 마침내 하나님의 나라가 이곳에도 왕성히 임하게 되리라 믿는다. 필자는 분명코 확신한다. 일본은 결코 선교사의 무덤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실 낚시터에서 대어를 낚을 때 맛보는 짜릿함보다도 전도 현장에서 주님의 손길에 쓰임 받는 일이 훨씬 더 큰 감동과 기쁨이 있다. 


 마무리

일본 선교뿐 아니라 모든 선교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일본 선교는 특히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고 개인전도와 충성된 제자들을 양육하는 일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일본 대학생 사역의 경우 외국인 단기 선교팀의 영향력이 크다. 그리고 오랜 단기 선교의 경험으로 잘 훈련된 한국 CCC팀의 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느낌이다.

특히 영어권 사역 팀의 영향이 더욱 큰 것은 두 말할 것 없다. 관계 중심의 사역에 있어 영어권 단기 선교 팀들의 역할이 참으로 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호주의 교포 교회에 있어 젊은이들을 통한 일본 선교의 가능성은 참으로 크다고 본다. 그리고 선교지 일본에 선교팀을 보내어 훈련 받으며 사역에 참여하게 한다면 미래의 교회의 지도자들을 양쪽에서 키워낼 수 있는 소위 윈윈(win-win)의 열매를 거두는 사역이 될 것이다. 바라기는 호주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 글을 읽음으로 일본선교를 통하여 호주의 한인 이민교회에 축복의 물꼬가 열리게 되길 기도한다.

또 하나 덧붙일 것은 필자가 누리는 행복 가운데 한 가지는 바로 필자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돕는 선교후원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전쟁터의 군인에게 위문품과 물자를 보내듯 정성어린 기도와 헌금으로 선교사역을 돕는 분들이 있기에, 주님의 나라의 군사로 주님께 충성하며 일본에서 보내는 후반기 인생은 날마다 감사 또 감사뿐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남이야 알아주든지 몰라주든지 개의치 않고 오랜 세월을 후원하고 있는 주 안에서의 진정한 형제, 진정한 자매도 있고, 또 최근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도 있어, 엔고의 상황도 세계 금융 위기도 두렵지 않다. 진정 두려운 것은 필자가 어리석어져 세상의 눈속임과 유혹에 져서 이러한 은혜의 주님을 뒤로 하고 사명의 길을 멀리하는 것일 것이다.☺



김의겸 
한국 대학생 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서울(7년)과 미국(17년)에서 활동 후, 현재 일본 대학생 선교회 소속으로 교토 지역 개척 사역 담당자.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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