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교사 순직 묘원 제막식

생전 활동했던 경남에 '순직 묘원' 완공, 내년엔 기념관·자료실과 함께 편의시설도 갖춰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10/07 [10:45]

호주 시드니에서 11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경남 마산공원묘원에 도착한 전 한국 선교사 존 브라운(한국명 변조은) 목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선교 12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호주 선교사들의 한국 사랑과 섬김의 행적이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호주 선교사들이 누구던가? 그들은 120년 전 경남 지역에 들어와 복음을 전했고 학교와 병원을 세워 주민 개화와 건강에 힘쓴 사람들이었다. 선교사들은 그러나 풍토병과 과로로 고국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이 땅에서 별세해 값비싼 선교의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남편 선교사를 돕다 병을 얻어 임신한 채 태중 아이와 함께 죽기도 했고 한센병자를 돌보다 숨을 거두기도 했다.

변조은 목사는 선배 선교사들이 별세한 이후 무덤조차 유실된 채 한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선교 120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변조은 목사는 "호주교회가 하지 못한 일을 한국교회가 했다"며 감격했다.


▲ 경남 마산 호주 선교사 순직묘원에 안장된 8명의 선교사들은 복음전파와 개화활동을 하다 과로와 풍토병에 걸려 한국땅에서 숨졌다.     © 크리스찬리뷰

경남지역 복음화와 개화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호주 선교사묘원이 지난 9월 19일 경남 마산시 진동면 인곡리 소재 마산공원묘원 내 조성됐다. 공원묘원 중심부에 위치한 3300㎡(1000평) 규모로 준공된 선교사묘원은 300평의 묘역과 주변 공원부지 700평으로 갖춰졌다.

이곳에는 한국 도착 6개월만에 과로와 풍토병으로 별세한 조셉 헨리 데이비스 선교사(당시 33세)를 포함해 일제 강점기 이전에 경남에서 활동하다 순직한 8명의 선교사 기념비가 세워졌다. 해방 전까지 국내에 파송된 선교사는 모두 78명. 그중 8명 선교사의 순직을 이번에 기리게 된 것이다.

묘비는 한글과 영문 2개씩 만들어졌으며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디자인에 최고의 원석을 도입해 제작했다. 또 경남 출신의 순교자인 주기철, 손양원 목사 기념비도 함께 세워져 경남 지역 신앙의 뿌리 찾기도 용이해졌다.

순직이라 표현한 것은 호주 선교사들의 별세가 과로와 풍토병 등으로 인한 죽음이기에 박해에 의한 순교와는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8명 선교사 중 5명은 부산에 묘가 있었으나 6․25전쟁으로 유실됐고, 3명의 묘는 경남 산청군 덕산교회에 2기, 마산공동묘지에 1기가 남아있다 이번에 이장됐다.

이날 순직 호주 선교사 묘원 준공 감사예배 및 제막식에서는 경남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구동태 감독), 예장 통합 총회 임원 등을 비롯해 묘원 조성이 있기까지 협력한 관계자들과 부산 경남 지역 목회자, 성도 500여 명이 참석했다.

▲ 지난 9월 19일 경남 마산공원묘원 내에 준공된 순직 호주선교사 묘원. 8명의 선교사들의 기념비와 주기철, 손양원 목사 기념비가 세워졌다.     © 창신대학

변조은 목사는 설교에서 "선교사란 단순히 교리를 가르치고 사람들을 개종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예수의 삶을 실천하려 했다"며 "우리 시대에 우리도 그들의 삶을 본받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신학교 출신을 자랑스럽게 밝힌 구동태(마산합성교회) 감독은 "잠이 안 올 정도로 기쁘다"며 "앞으로도 순교자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경남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예장 고신 총회장은 "기독교 유적지는 메시지"라며 "이곳이 복음의 증거지로써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주선교사묘원은 경남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구동태 감독)가 지난 5월 이후 사업을 추진해왔고 지난달 한시적으로 경남과 부산 지역 교계가 힘을 모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진행했다. 추진위는 내년 봄까지 기념관도 조성해 참배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선교사 자료실 등을 마련한다.

묘원 공사는 마산공원묘원(이사장 신성용)측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신성용(가포교회 안수집사) 이사장이 45억원 상당의 부지를 경남성시화운동본부에 헌증했고 창신대학 강병도 총장이 총지휘를 맡았다.

한․호 선교 120주년 되는 올해는 한국교회와 호주교회의 교류가 활발하다. 23일 저녁 7시 소망교회에서는 '한국․호주교회 협력 12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총회의 한 순서로 마련된 행사에는 '한국 호주교회의 공동 미래'를 주제로 강연회가 있었고, 공로 선교사 7명에게 감사패도 전달됐다.

▲ 부산 영주동 초량마을 뒷산에 있던 데이비스 무덤은 오래 전 재개발로 인해 사라졌는데 이번에 복원되었다. 제막식을 마친 후 구동태 감독, 변조은 목사, 강병도 총장, 노마 브라운 목사가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 크리스찬리뷰

또 수군조련도 병풍 반환식도 이어졌는데 수군조련도는 1910년 한국을 방문한 호주 빅토리아 장로교회 해외선교부 총무 프랭크 패튼 목사가 경상노회로부터 선물받은 것으로, 현재 한국에 10여점 남아있는 문화재이다. 이를 패튼 목사의 사위인 로빈 보이드 박사(인도 선교사)가 간직하고 있다가 한국에 반환하기로 결정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착하게 됐다.

한편 시드니와 멜본에서는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한․호 선교 120주년 기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글/신상목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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