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ANZAC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4/09 [11:38]
차가운 대지를 녹이는 따뜻한 햇볕. 잠자는 씨앗을 흔드는 부드러운 미풍. 만물을 소생시키는 '계절의 여왕'인 4월을 누가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 그는 오히려 겨울이 따뜻했다고 고백한다.

"T.S. 엘리어트는 아마 이런 차원에서 '생명력 왕성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 이라고 고백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호주의 4월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는 계절이다. '부활절'(Easter)과 'ANZAC'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절 (Easter)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여 지키는 부활주일은 영어로 'Easter'라고 하는데, 이는 'Eastre'라는 북부 지방의 튜튼족의 '봄의 여신'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백야 (White Night) 현상에 대하여 알고 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는 '한밤의 태양'(Midnight Sun)이라고도 하며 다른 용어로는 'Polar Day'라고도 한다.  지축이 23.5도 기울어진 관계로 밤이지만 해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은 'Polar Night'이라고 한다.  낮에도 태양을 볼 수 없고, 어둠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태양의 여명(Twilight)으로 칠흑과 같은 어두움은 아니다.    

 부활절의 원래 명칭은 유월절을 뜻하는 히브리말인 파스카(Pascha)였다고 하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이 유대인의 절기인 유월절과 같은 시기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자연스러운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죽음과 부활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새로운 유월절, 즉 죽음의 노예 상태로부터의 해방을 이루었다는 뜻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지켜지는 부활 주일은 고정된 날짜가 아닌, 춘분 다음 첫 만월 후 첫째 주일이기에 매 년 날짜에 차이가 있다. 매 년 3월 22일부터 4월 26일 사이에서 지켜지고 있다.  2008년은 3월 23일, 2009년은 부활절은 4월 12일이고 내년은 4월 4일이다.

ANZAC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

1915년 4월 25일 새벽 미명을 뚫고 이집트를 출발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인 ANZAC은 갈리폴리(Gallipoli) 해안으로 소리 없이 접근하고 있었다. 연합군은 오스만 제국(터키)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점령하여, 러시아로 입항 할 수 있는 흑해(Black Sea) 항로를 열기 위한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 중심의 연합군과 독일 중심의 동맹군이 '콘스탄티노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었다.       

1900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는 1901년 1월 1일 'Australia'라는 이름으로 독립은 했지만,  국민의 대부분은 영국계로서 영국을 '어머니 나라'로 생각하고 있었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많은 젊은이들은 분연히 일어나 'Australia'라는 독립국 자격으로 참전을 하게 된다.  이집트에서 훈련을 받은 호주군과 뉴질랜드군은 연합하여 갈리폴리 반도에 투입된다. 호주-뉴질랜드 연합군, ANZAC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ANZAC의 상륙을 예상한 터키군은 해안가 언덕에 진지를 구축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안작은 상륙도 하기 전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륙 지점이 기대와는 다르게 평편한 해변이 아니었다.

지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던 터키군의 진지를 뚫기에는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다.  결국 호주군 8000천 여명, 뉴질랜드군 2천 7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그 해 12월에 철수 한다. 

비록 ANZAC이 터키군의 저지선을 뚫지는 못했지만, 전투를 통하여 '안작 전설'(ANZAC Legend)을 남기게 된다.  Australia 란 이름을 세계인의 마음 속에 새기는 중요한 사건이 된 것이다.  당시 500만 정도의 인구 중에서 30여만 명이 전쟁에 참전을 하고, 그 중 6만이 전사를 하고 15만 6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구 비율로 본다면, 1차 대전 때 보여 주었던 호주인의 저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후 1927년 호주는 4월 25일을 'ANZAC Day'로 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날은 현충일같은 날이지만, 광복절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행사가 치러진다. 

지금도 RSL 클럽에서는 어김없이 오후 6시가 되면 모두가 기립하여 1분간 순국선열을 향한 묵념을 한다.  인류 평화를 위해 피흘린 선열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굳건한 다짐의 순간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Lest we forget.


김환기 
호주구세군 본영 소수민족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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