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원주민의 애환

배용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09/02 [09:51]
 
수 년 전 브라질의 아마존 지역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쓰게 된 동기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꼭 한 번 가서 그가 그런 이론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적 오류를 갖게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남미대륙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 5위의 국토를 가진 브라질이 27개 주중 북부 9개 주가 아마존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전체 750만 평방킬로미터 중 6백만 평방킬로미터가 브라질 영토로 되어있다. 남한 면적의 약 70배에 해당하는 지역이 열대 우림의 아마존지역으로 되어있고 이는 전 세계 삼림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의 허파에 해당한다. 일 년의 반은 우기(1월-6월)이고 반은 건기(7월-12월)로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강우량은 우기에 집중된다고 한다.

연중 최고 6,000밀리미터에 달하는 우기의 강우량은 아마존 강의 수위를 14미터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시키고 있어 강 유역의 지형을 1년에도 수십 번씩 바꾸어놓고 있을 정도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때가 우기의 마지막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강의 수위는 최고에 달하여 아마존은 온통 물 천지였다. 1년에 내리는 비의 25%는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의 염도를 조절하고 다른 25%는 증발되어 다시 비로 내리는 자연 순환의 축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 50%의 물이 열대우림에 흡수된다고 했다.

길게 늘어진 나무줄기며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대나무 숲속을 작은 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푸드득거리며 날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말로만 듣던 아나콘다며 레오파드가 달려들 것만 같은 우림이었다. 수십 명이 팔을 벌려도 다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나무며 넝쿨과 크고 작은 나무들이 물속에 아랫도리를 박고 서 있었다.

아마존에는 모두 65여 개의 종족이 살고 있지만 이중 문명과 접촉해 보지 못한 종족이 50여 부족 이상이라고 하며 우리가 만난 이 부족은 문명과 접촉하며 살고 있는 마지막 부족이라고 했다. 우리와는 비록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지를 않고 알 수 없는 애환이 서려있는 듯했다.

외지에 나가 문명인들과 살아가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고, 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으로는 그들이 생존해 나가는데 거추장스러운 굴레일 뿐이어서 오염된 문명권 안에서 살아가기가 힘든 질곡이 배어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죽으면 돌아 갈 땅에서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문명에 편승하여 약삭빠르게 살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들을 문명인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종족이라든가 진화가 덜된 존재라고 지레 판단하는 우를 범하였던 것이다. 1830년대, 영국의 촬스 다원은 인간의 먼 조상은 이런 원주민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진화해서 고등인간인 자신들이 되었다는 해괴한 논리를 바탕으로 진화론을 썼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만상을 그 수효대로 창조하신 하나님은 원주민이라고 서구인들과 차별을 두지 않으셨다.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그 모습대로 처음부터 창조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인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하고 쉽게 바꾸려고 한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이곳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문명에 동화하고 현대인들과 함께 살라고 명하지 않으셨다. 다만 각자의 생활방식대로 조화롭게 살라고 명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하나님의 법을 어기고 바꾸려고 할 때 올 수 있는 재앙은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배용찬|멜본한인교회 은퇴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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