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1/25 [14:44]
주님의 기도는 모두 여섯 가지의 청원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세 가지는 하나님을 위한 기도로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청원이다. 이것은 우리 기도의 시작이 나의 필요를 우선적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기도가 먼저임을 깨우쳐 준다. 그 다음이 우리를 위한 청원이다. 우리를 위한 첫 번째 청원은 양식을 구하는 기도다.

일용할 양식

주님의 기도에서 ‘양식’은 단순히 먹을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먹을 것을 포함해서 입을 것, 마실 것, 집, 자유, 평화, 자연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구해도 되는가? 물론 그런 의미가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가 ‘오늘’ 그리고 ‘일용할’ 두 단어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데 ‘일용할’ 즉 꼭 필요한 것들을 구하라는 말씀이다. 이것은 하나님께 오늘 하루를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다.

예수님 당시에 노동자들은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양식을 다음 날까지 남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살아야 했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라도 하면 그날은 온 가족이 굶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종교 귀족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로마의 식민 통치 하에서 과도한 세금으로 하루를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특히 남편을 잃은 과부들,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들, 또 몸이 성치 않는 병자들에게 하루 양식은 목숨 그 자체였다. 바로 그 일용할 양식, 오늘 하루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양식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것이다.
 
풍족한 호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야 일용할 양식이 왜 그리 필요한가 굳이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두 가지로 답이 있다.

첫째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우리 중에 호주에 올 때부터 직장이 있었던 이가 있는가? 본래부터 사업장이 있었던가?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거둘 수 있는 지혜가 있고 지식이 있고 힘이 있고 건강이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이 세상에는 오늘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 기아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이 허다하다.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은 정말 생명 그 자체다. 그들에게는 이 기도가 너무도 절실한 기도다. ‘하나님, 오늘 하루도 살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이것이 그들의 기도다. 우리들은 이 같은 기도가 아니라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해야 한다.

두 번째 대답은 영적인 양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영적인 양식을 달라는 기도다. 세상의 유혹은 쉴 새 없이 우리에게 밀려온다. 자칫 방심하면 금방 사단의 궤계에 넘어가고 자기 욕망에 빠지는 것이 이 세상이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의 백성답게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죄의 종이 되어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일용할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날마다 구해야 한다.

내일은 없다

‘일용할 양식’의 또 다른 의미는, ‘하루 분의 양식’을 가리킨다. 내일을 위한 양식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위한 양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양식만을 구하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오늘 뿐만아니라 내일, 1년, 10년 뒤의 양식까지도 쌓아두려고 한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을 할 때, 먹을 것이 없어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만나를 내려주셨다. 하나님은 그 만나를 비같이 내리시며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매일매일 그날 하루에 필요한 만나를 내리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꺼번에 내일 것까지 혹은 일 주일치 분을 거두는것이 아니라, 날마다 그날 하루치만을 거두라고 하신 것이다. 즉, 일용할 양식 외에 더 거두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욕심을 부렸다.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양식까지도 거두었다. 그 이후의 일을 출애굽기 16:20이 이 같이 전해주고 있다. “그들이 순종하지 아니하고 더러는 아침까지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지라.”

욕심을 부리며 많이 거두었던 만나에 벌레가 생기고 썩고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일용할 양식 이외에 욕심을 부리면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다. 더 가지고 싶고, 더 쌓아놓고 싶고, 더 화려하고 싶어서 기도하면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오늘 하루를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내일도 잘 살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하나님이 내일을 주시기 전에는 우리에게 결코 내일은 없다.

누가복음 12장에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자는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수확을 거두어 새로 창고를 지어야 했다.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눅 12:18-19).

이 부자는 당연히 내일이 또 올 줄로 알았다. 그 많은 재물이면 여러 해 동안 편히 먹고 마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같이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하나님이 오늘 우리의 영혼을 거두어 가시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오늘만 우리의 날이다. 내일이 우리의 날이 아닌데, 어떻게 내일을 위해 욕심을 부릴 수가 있겠는가! 오늘 하나님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과 은혜 안에서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살펴보면,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나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기도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호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일용할 양식이 없어서 굶어죽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이미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넘치도록 부어 주시고 계신다. 그러나 호주 밖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UN 산하 국제 식량 농업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8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일 2만 5천 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다. 또 1초에 다섯 명의 어린아이가 기아로 굶어죽고 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수없이 많은 어린아이들이 일용할 양식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나눔이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그들과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나누면 그들은 살 수 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나누면 그들은 생명을 얻을 수가 있다.

이해인 수녀의 <가난한 새의 기도>라는 시에 이런 내용이 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가 푸른 하늘을 높이 날 수 있다. 욕심을 부리는 대신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는,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죄없는 자유 평화 생명을 부어주시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늘 하루가 중요하다. 오늘 하루도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자. 그것은 오늘 하루도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의탁하고,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용할 양식을, 일용할 양식이 없어서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우리의 이웃들과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나눈 일용할 양식을 통해 하나님께서 또 다른 삶을 새롭게 살리실 것이다.

우리 모두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고 기도한 대로 감사와 나눔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지홍|좋은씨앗교회 담임목사 
blog.daum.net/goodseed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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