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청년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3/12/23 [11:27]
그는 아주 어린 갓난아기였을 때 러시아 모스크바의 어느 탁아소에 맡겨진 일이 있었는데 그곳 보모가 어떻게 이 아이를 다루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보청기를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보청기는 자주 고장이 났고 비싼 보청기를 살 형편도 못 되어서 그는 이 세상 소리를 많이 듣지를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이 청년은 말하는 사람의 입만 쳐다봅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저와 대화할 때도 오직 저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 봅니다.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된 학교 교육도 받지를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시베리아, 아프리카의 케냐, 싱가폴, 필리핀 등 많은 나라를 다녔습니다. 이 청년이 잘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엄청 많이 외을 수가 있다는 것과 기타를 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 그리고 한 번 기도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청년입니다. 학벌이라고는 고작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이 전부입니다. 영어성경을 많이 외워서 그런지 영어로 말하고 듣는  능력은 아주 탁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입니다. 아무 것도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청년입니다.

그런 그에게 어떤 사건 하나가 생겼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 골프장 주위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골프장을 찾게 되었고 그는 난생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외우고 하나님께 찬양드리며 몇 시간씩 기도에 전무하던 이 청년에게 골프라는 운동을 하는 것은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다행히 골프장 주인이 무료로 그 골프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기에 이 청년은 혼자서 골프라는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청년은 세상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에 세상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골프 운동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가 있었습니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그는 골프장에서 살았습니다. 골프 교본을 보고 혼자 연구하면서 그렇게 운동을 했습니다. 가끔씩 그 골프장에는 한국 사람들이 골프 관광을 왔는데 그 사람들과 함께 라운딩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무에게도 가르침을 받지 않았던 이 청년의 골프 실력이 한국에서 골프 관광을 온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달리 특이한 것이 있다면 이 청년은 골프하는 동안 늘 하나님의 말씀을 암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의 마음 속에는 내가 만일 프로 골프 선수가 된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외우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결국 이 청년은 얼마 후에 필리핀 프로 골프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조그만 골프 대회에서 우승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온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그는 필리핀에서의 삶을 접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 청년은 깨닫게 되었고 가끔 연습장에서 골프 공을 때리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프로 골프 선수의 꿈을 내려 놓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깊은 기도 중에 하나님께로부터 이제는 골프를 내려 놓아라는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정확한 음성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두 번 다시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내려 놓으라고 하면 당연히 내려 놓아야 한다고 믿고 그 날부터 골프채를 창고에 집어 넣어 버렸습니다.

이 세상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도 없고 배운 것도 별로 없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골프를 내려 놓아야 한 것은 이 청년에게 있어서 자기 인생을 다 내려 놓는 것과 같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꿈을 접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깊은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하나님의 분명한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다시 골프채를 잡아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밖에 나가서 스윙을 해 보라는 것입니다. 창고를 열고 이 청년은 먼지가 뽀얗게 쌓인 골프백에서 1번 드라이브를 꺼내서 실제로 스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스윙 폼이 나왔습니다. 이 청년은 너무나도 무섭고 또 신기했습니다. 자기 골프 스윙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스윙은 엄청난 파워가 있었고 똑바로 아주 멀리 공을 보낼 수 있는 스윙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한국을 방문할 일(어머님 소천)이 있었는데 그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은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그 골프 스윙을 실제로 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저도 물론 처음보는 스윙이었는데 엄청 파워풀하면서도 뭔가 모를 힘이 실려있는 그런 스윙이었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앞으로 얼마나 그 청년이 유명한 프로 골프 선수가 될른지… 그러나 제가 분명히 아는 것은 이 청년은 하나님의 음성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려 놓으라고 하면 그는 언제든지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귀하게 생각했던 것일지라도 내려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너를 아주 유명한 프로 골프 선수로 만들어 주시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라고 제가 물었습니다. 그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를 먹여 살리고 싶습니다”라고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저도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 대답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선교사 아빠를 따라 아프리카 케냐의 어느 가난한 마을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기 때문임을 저는 알기 때문입니다. 이 청년도 가난한 선교사 아빠 때문에 많이 굶주려 본 적이 있었기에 배고픈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 청년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싱가폴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청년을 쓰시기 위해 싱가폴의 어느 신실한 크리스찬 사업가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돈이 없어서 제대로 골프 연습을 못하는 이 청년을 돈이 많은 싱가폴 크리스찬에게 붙여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청년을 싱가폴로 초대했던 것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최고 비싼 아파트를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골프채를 사 주었고 매일 말레이지아의 유명한 골프장으로 이 청년을 데리고 가서 골프 연습을 하게 했습니다. 골프 선수에게 필요한 영양가 있는 음식까지 먹여가면서 말입니다.

하나님은 이 청년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면서 자신의 꿈과 희망과 비전을 다 내려 놓았을 때 더 좋은 것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나라로 불러 주시고 모든 필요한 장비도 갖추어 주시고 마음껏 운동 할 수 있는 골프장도 확보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께 쓰임 받았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을 하나님의 뜻 앞에 온전히 내려 놓았다는 것입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인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다 내려 놓았습니다. 우상의 제물인 왕의 진미를 거부했다는 것은 어쩌면 바벨론 왕실이 베푼 특권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자굴 속에 들어간 다니엘 역시 하루 세 번씩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총리 자리를 내려놓은 것입니다. 그런 내려 놓음이 있었기에 하나님은 불 구덩이 속에서도, 사자굴 속에서도 그들을 지켜 주셨고 그들을 더욱 높여 주신 것입니다.

2014년 새해가 돌아 왔습니다. 이 새해에 내가 무엇을 움켜 잡을까 욕심 부리지 말고 내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직도 하나님이 내려 놓아라고 하는 것을 내려 놓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는 것은 없습니까?

성숙한 크리스찬은 하나님이 내려 놓으라고 하실 때 언제든지 그 자리에서 내려 놓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2014년 새해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제대로 내려 놓을 수만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가 상상치 못한 것들을 주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설령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하나님 앞에 내려 놓을 수만 있다면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저는 한국를 떠나 오면서 그 청년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네가 그 언젠가 US MASTERS 골프대회(세계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골프대회)에 나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면서 시합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 웃음 속에는 그런 것까지도 하나님 앞에 다 내려 놓았다는 뜻임을 저는 알았습니다. 저는 혼자 소망해 봅니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오리라고 말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았던 바보가 된 그 청년을 하나님은 반드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높여 주실 것을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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