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꽃 여왕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1/27 [12:14]
한 중년 여성이 9개월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녀는 상담실 가기를 꺼려 카운슬러에게 집으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카운슬러는 그녀 집으로 왕진을 갔다. 그러나 그녀는 거의 말이 없었다.

카운슬러는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집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였다. 집을 돌아보면서 그녀가 매우 부자이지만 혼자 외롭게 살고 있으며, 교회는 다니고 있지만 마음을 열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는 사람은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녀가 비록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바이올렛 꽃 화분 여러 개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마 이 여인은 바이올렛 꽃말이 ‘영원한 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을 알고는, 자기의 텅 빈 마음을 바이올렛 꽃을 키우며 환상 속에서 영원한 사랑과 우정을 채우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까다로운 바이올렛 꽃을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올렛은 햇볕도 음지도 싫어하고, 추위와 습기에도 아주 약하다. 적당한 밝기와 습기가 필요하지만, 번식력이 강하여 잎을 잘라 삼목하기 좋은 식물이다. 카운슬러는 그녀에게 바이올렛 꽃을 재배하여 교회 신자들의 가정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화분을 하나씩 선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바이올렛 꽃을 삼목하고 분재하여 신생아들에게는 물론이고 세례식, 약혼식, 결혼식, 아픈 사람, 장례식 그리고 바자회에도 화분을 선물했다. 6개월이 채 못되어 그녀는 ‘바이올렛 꽃의 여왕’이라는 제목으로 지방신문 기사에 나오게 되었다. 그녀는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으며 자연히 우울증은 사라졌다. 밀튼 에릭슨의 상담 이야기이다.

에릭슨은 그녀가 비록 우울증 환자이지만 강점(强點/strength)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많은 바이올렛 꽃 화분을 키우려면 몰입(沒入/flow)하면서 자연히 운동을 하게 되고, 꽃 선물을 통하여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강점과 몰입은 최근 심리학의 핵심개념이다. 과거심리학은 정신장애의 치료에 집중했다. 우울증과 불안신경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하면 회복하는지를 연구했다. 반면에 사람의 긍정적인 면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도 강점과 몰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심리학은 내담자의 강점을 찾아서 이에 몰입하도록 하여 치료와 성장이 나타나도록 한다.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모든 것은 집중하면 뇌구조가 더 커진다는 '신경재조직화(neuro reconditioning)'이다.

불안, 두려움, 분노에 집중하면 그 부정적 정서의 뇌구조도 점점 더 커진다. 가벼운 우울증이 중증 우울증이 되는 원리이다.

최근 120만 명이나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호주 ABC TV ‘행복한 호주 만들기’의 네 번째 단계는 바로 강점과 몰입에 관한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을 설명하면서 자기 형의 이야기를 했다. “형님은 정년퇴임하고서 매일 광물을 관찰했지요. 그런데 형님이 아침을 먹고 나서부터 수정을 꺼내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내부 구조가 갈수록 어두워 보이기에 구름이 해를 가린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벌써 날이 저물어 있었어요. 형님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거예요.” 이런 상태를 몰입 또는 무아지경이라고 부른다.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모든 사람은 몇 가지의 강점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주장하며, 이를 찾아 몰입하며 더욱 행복하도록 자기 홈피(www.authentichappi ness.org)에 한국어로도 검사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성경은 우리가 절대적인 강점을 지닌 주님의 지체들이라고 말씀하신다.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 그뿐 아니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고전12:21-22) 〠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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