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4/29 [10:22]

어느 날 베드로가 예수님께 물었다. 

"주님, 내 형제가 나에게 자꾸 죄를 지으면,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하여야 합니까?"

예수님은 "일곱 번만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하여야 한다.“고 하셨다.(마 18:21,22)
그리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라고 기도하라고 하시고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고 하셨다.(마 6:12, 14-15)

최근 120만 명이나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호주 ABC TV ‘행복한 호주 만들기’의 여섯 번째 단계는 <용서>이다. 최근에 용서의 효과에 대한 생리심리학적인 연구보고가 적지 않다. 스템포드 대학 프레드 러스킨 교수에 의하면, 용서는 먼저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나타냈다. 용서를 배운 사람들은 겁내거나 화내는 일이 적어지고,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감소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자신을 더욱 좋아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또한 용서는 생리적인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러스킨 교수 연구팀은 조사대상자들을 용서 세미나를 듣는 그룹과 듣지 않는 그룹으로 반씩 나누었다. 그리고 용서 세미나 전후에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검사하였다.

세미나를 끝까지 마친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반응이 처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종강 무렵에는 건강이 호전되었다. 용서 세미나가 끝나고 넉 달이 지난 후에 실시된 사후 검사에서도 좋아진 건강 상태를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용서 세미나를 받지 않은 그룹 사람들에게서는 건강이 증진되었다는 보고가 전혀 없었다.

또한 용서 세미나 중에 실시된 검사에 의하면,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신경조직의 활동이 왕성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에는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면서 심장박동과 면역 체계도 개선되었고, 뇌파까지도 조화롭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틈틈이 분노를 호소하는 시간이 주어지자, 혈압과 심장박동이 급상승하면서 근육긴장, 불쾌감,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5분 정도 화를 내면 4시간에서 6시간 동안은 타액의 면역 글로불린 항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현대인의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심장병도 용서하지 못하는 분노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서 능력이 크면 클수록 심장병은 그만큼 적게 나타났으며,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심장병 징후가 그만큼 많이 나타났다.

4세기 사막 교부 에바그리우스는 생명의 샘을 찾아 광야로 나온 수도사들에게 ‘영혼을 파멸시키는 7가지 죄악’을 가르쳤다. 바로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그리고 정욕이다. 교회는 인간 내면을 병들게 하는 이 7가지 죄들을 성찰하며 싸우는 지혜를 전승해 왔다. 그 중에서도 분노는 몸과 마음을 파멸시키는 가장 무서운 원수의 도구로 가르쳐 오고 있다.

미국의 정신과 진단 매뉴얼에 한국어 하나가 들어있는데 ‘화병’(Hwabyeong)이다. 화병(火病)은 국민 4%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한국인의 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용서가 더욱 절실하다.

“죽을 때까지 그 아이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10대 패거리들 때문에 딸을 잃은 어머니의 탄식이다. 그렇다. 이런 비통에 어찌 용서를.... 문득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본다.〠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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