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이 되었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6/30 [11:59]

25주년이 되었다. 나는 1989년 6월 11일 미국 시카고에서 ‘구세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구세군 사관이 되었다.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계속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주의 일은 주께서 하시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들이 너무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이 하나님을 의지할 때이기에 더 기도하게 되고 더 말씀을 묵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5주년 동기생 모임이 시카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Merrillville에서 열렸다. 초청을 받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지 못했다. 페이스 북을 통하여 동기들의 모임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동기들 가운데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달라진 친구도 있고, 25년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친구도 있었다.

졸업식 때 찍었던 단체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 왔다. 첫아이를 임신한 집사람은 맨 앞줄 중앙에 서 있었고, 나는 후미의 왼쪽에 있었다. 큰 딸은 미국에서 임신하여 한국에서 출생하고, 호주에서 교육을 받는 국제적인 아이가 되었다. 집사람이 임신하자 사관학교 교수들은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한다며 넘치도록 공급하여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큰 아이는 거의 4kg에 가까운 우량아로 태어났다.

개인적으로 자서전을 쓰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서전은 자신의 사상이나 생각을 기록한 글이 아닌 삶을 기록한 글이기 때문이다. 25년간 사관으로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나는 이런 일을 했다”라고 하고 싶은데 그런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살았던 삶을 후회하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이 지금까지 ‘주의 종’으로 살았다는 것 자체가 은혜이고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 중의 하나로 자랐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었고,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일도 없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졸업하면 취직이 잘된다고 해서 들어갔다.

그러다 1979년 4월 17일에 입대하게 되었다. 33개월의 군복무를 하는 동안 사회는 급변하고 격동했다. 1979년 10.26 사태가 있었고, 12.12 사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대한민국의 역사는 요동치고 있었다.

내 삶의 방향도 이때 결정되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중에 고압선에 감전되어 바로 내 앞에서 죽어가는 선임의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많은 방황을 하였다.

그 즈음 TIME지는 커버스토리로 에티오피아의 기근을 다루었다. 커버 페이지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실었다.

저들도 나와 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인데, 왜 저렇게 비참하게 죽어가야 하는 가에 대하여 많은 회의를 갖게 되었다. 나는 존재에 대한 방황과 참혹한 주검을 바라보며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하나님은 나를 불렀다. “고민하지 말고 방황하지 말고, 네가 그 일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나는 헌신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혜이다. 살았던 것도 은혜이고, 사는 것도 은혜이고, 살아 갈 것도 오직 은혜이다. 은혜란 기쁨이란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헬라어의 기쁨이란 카라(χαρσ), 은혜란 카리스(χαρισ), 은사란 카리스마(χαρισμα), 감사란 유카리스테오(ευχαριστεω)는 같은 어원이다. 은혜란 자격 없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25년을 돌아보며 자격 없는 나를 종으로 부르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주신 예수님께 감사 드리고, 세상 끝 날까지 동행하시는 성령님을 기뻐한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 구세군 한인사역(Korean Ministry) 및 수용소 담당관(Chaplian, Detention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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