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역동적인 기회의 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국빈방문 동행 취재기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09/04/09 [12:55]
 
▲ 호주를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캔버라 페어바이른 공군기지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국빈 취재는 여전히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들의 언행 심사 하나하나가 양국의 방향과 운명, 그리고 친밀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는 필연적으로 '대형 뉴스 밸류'를 벗어날 수 없는 '뉴스 메이커'들을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여, 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양국가의 미래를 피력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희귀한 기회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 호주 국빈 방문 취재 역시 2년 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취재 때와 같이 교민 언론사 중에 대통령의 거의 모든 여정을 취재한 유일한 매체이다. 대니엘 블로그, 그는 낡은 가방 하나 들고 100여 명 가까이 되는 국내외 기자를 담당하는 호주 공무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가 담당이었다. 구면인 그가 본지 권순형 발행인에게 미디어 패스를 목에 걸어주는 것으로 우리의 취재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여기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미디어 패스 일련번호 1~4번까지가 본지 취재팀이었고, 5번이 청와대 담당관, 6번 MBC 카메라 기자.... 등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취재 경쟁에 앞서 부여받은 앞선 번호가 유난히 맘에 들었다. 

▲ 샹그리라호텔에서 열린 오찬을 겸한  한호 그린 비지니스 포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경제 살리기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녹색성장, 자원에너지 협력 등 실질협력을 강화하는 활동으로 펼쳐진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은, 지난 3월 4일(수)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인 일정으로 샹그리라 호텔에서 오찬을 겸한 '한․호 비즈니스 포럼'으로 향했다. 호주를 '행운의 나라'(lucky country)로 표현한 이 대통령은 최근 전혀 '행운스럽지 않은' 일(산불)의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화두였다.

"먼저 최근 사상 최악의 산불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호주 국민들의 저력으로 보아 빠른 시일 내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저?확신하고 있습니다"로 시작된 이 대통령의 연설은 곧 1961년 10월 31일 한호 수교 이후 양국의 교역량부터 계량적으로 제시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재확인하면서 양국 현안은 물론 글로벌 이슈를 언급했다. 
 
"한․호 양국은 대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난 1961년 수교 이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아주 가까운 나라로 관계 발전시켜 왔습니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90년 35억 불에서 작년에는 230억 불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양국은 이제 실질적이고 한 단계 높은 협력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한-호 FTA 체결을 통해 교역을 늘리고 투자진출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FTA가 체결된다면 양국 경제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됩니다. FTA는 호주에게 동북아 지역으로의 진출 거점을, 한국에게는 대양주 지역에 무역과 투자거점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금융 위기와 기후변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위기에 공동 대처하고, 양국 협력증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선, 당면한 경제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지혜를 모아 국제 공조 방안을 만들고 신속히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과 호주 양국은 G-20국가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글로벌 위기극복에 기여해야 합니다. 한국은 G-20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다음 달 초 런던에서 개최되는 금융정상회의에서 Working Group 3의 의장국인 호주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매우 우려스럽게도, 최근 일부에서는 자국의 산업과 고용만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축소로 이어져 경제회복을 늦추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Stand-Still, 즉 자유무역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당면한 위기극복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나아가 세계는 상생의 정신으로 동시에 과감한 경기부양조치 즉 '글로벌 딜'을 추진해야 합니다. 즉,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감한 금융통화정책과 실물경제 위축, 그리고 대량실업에 대비한 재정확대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 등과 한호 그린 비지니스 포럼에 입장하는 이명박 대통령© 크리스찬리뷰

배는 항구에 두기 위해 만들지 않는다 

  또 이 대통령은 한국-호주 간 녹색성장의 비전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력의 중요한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했다. 

"우리는 당면한 경제위기도 해결해야 하지만, 다가올 기후변화의 문제도 대처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작년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한국이 'early mover'로 나설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설정하고,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온실가스 감축 극대화를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고, 녹색기술에서도 이미 한 걸음 앞서 가고 있습니다. 저는 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응해 나감으로써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양국 경제인들이 참여하는 그린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양국 간 협력방안, 철강 등 산업분야에서의 그린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진지한 발표와 토론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을 계기로 양국 간 보다 실질적인 협력 사업이 발굴되길 기대합니다. 한국은 이미 지난 1월 호주가 주도하는 '국제 탄소수집저장 구상(GCCSI)'에 가입했고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양국이 제 3국의 녹색산업 프로젝트에도 공동 진출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녹색성장벨트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 한호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한 월드 옥타 호주 회원사 대표들   ©크리스찬리뷰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호주 경제인을 향하여 '위기에 강한 경제인' 출신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호주 속담에 '배는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지만 항구에 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위기에 오히려 도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호주 소비자 및 사업 파트너들과 가까워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향유하고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그린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양국 경제인들이 마음을 열고 많은 대화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호주 경제인 여러분, 역동적인 기회의 땅, 한국으로 오십시오. 한국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 한호 비지니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   © 크리스찬리뷰

'세일즈맨 대통령'의 면모는 연설의 곳곳에서 진하게 배어났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외국인들이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기업 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 혜택, 투자 인센티브 등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학교, 병원 등 생활환경이 불편한 점을 찾아 고쳐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호주의 대표적인 기업, 맥쿼리그룹에서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미리넷솔라는 맥쿼리 그룹과 합작으로 올해 초 6천 만 불을 증액 투자한데 이어 2010년까지 1억 5천 만 불을 더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에 문을 연 대구 성서공단 1만 2000평 부지에 30㎿ 규모(3만5000가구 분)의 태양광전지 생산라인을 완공해 양산 중이다. 앞으로 2010년까지 300㎿(35만 가구 분)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호주는 '국제 탄소수집 저장 구상'을 주도하는 등 녹색기술 분야에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를 놓치지 않은 이 대통령은 한호 양국이 제3국의 녹색산업 프로젝트에도 공동 진출하고, 아태 지역에서 녹색성장벨트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 태양광 재생 에너지 연구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어 이 대통령은 NSW 대학 내에 있는 태양광 재생에너지 연구소를 방문해, 한국과 2~3년 가량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는 태양광 재생에너지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범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프레드 힐머 NSW대 총장 등이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전문기술 분야를 생략하려 하자 영어로 "계속해 달라(go ahead)"를 연발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대학 관계자들에게 '한국은 올해 경제위기가 있지만 그린테크, 하이테크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훨씬 더 많이 하려 한다. 한국과 호주의 첨단 과학기술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언급,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신산업, 녹색산업 기술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어렵지만 이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태양광 재생 에너지 연구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 청와대

또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으로 현재 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받고 있는 박상욱 연구원이 태양전지 발전시스템을 설명한 데 대해 "박막형 (태양전지)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양국 대기업 협의모임인 호한경협위원회(AKBC)와 한호경협위원회(KABC)가 공동 주최한 이 오찬에는 이 대통령을 수행한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우상 주호주대사 등이 함께 했다. 

호주 정부에서는 앤토니 번 총리보좌 및 교역담당 정무차관, 샘 제로비치 주한 호주대사 등이 참석했다. 양국 재계에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손경식 대한상의회장, 니콜라스 무어 맥콰리그룹 CEO, 존 워커 맥콰리그룹코리아 회장, 제프 윌슨 AKBC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과 교역이 많은 호주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교민 사회에서는 승원홍 한인회장 상공인연합회 회원사 대표들, 월드옥타 시드니 회원사 대표들을 비롯한 한인 실업인들이 참석했다. 오찬 후 양국 경제단체와 기업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어졌다. 

▲ 팻 라일리 윌로비 시장(오른쪽)의 안내로 윌로비 다문화센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운데)가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외교 내조, 긍정의 힘 강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4일 시드니 체스우드에 위치한 윌로비 다문화센터를 방문, 교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사위, 남편과 언어가 달라 처음에는 고생이 많으셨겠지만 지금은 말이 아니어도 얼굴만 봐도 서로 알 것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사는 가족들과 서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는 이어서 "저는 대한민국 땅이 좁지만 내가 밟는 땅이 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땅을 밟고 있는 여러분은 호주가 대한민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친정이 잘 살아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한국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애들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말하면 꼭 떨어지고, 조심해서 내려오라고 하면 틀림없이 조심해서 내려옵니다"라고 하면서,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김 여사는 시티의 NSW 주립 아트갤러리를 찾아 이날 오후 공식 개막한 '조선후기 그림 특별전시회'를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1876년 개관한 NSW 아트갤러리는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의 예술품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 고전 및 현대 미술품들을 소장한 호주의 대표적 다문화 전시장이다. 김 여사는 5일 캔버라에 시립도서관과 국립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하여 다문화 내조외교를 이어갔다.


▲ 환태평양 3국 순방차 호주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포시즌 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위기 때 힘 모으는 특수한 DNA 

이날 오후 5시 반, 포시즌호텔에서 교민 2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동포간담회'는 한 민족 공동체의 작은 부흥회였다. 

승원홍 시드니 한인회장은 10만 재호 동포가 정착하기까지, 60년대 유학생, 70년대 베트남 참전 군인과 기술자, 80년대 기술․사업이민 등으로 형성된 이민역사를 간략히 밝혔다. 

현재 한인 공동체가 영주권자 7만, 기술이민, 유학생 등 2~3만으로, 호주의 140여 소수민족 가운데 29번째를 차지하는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정착하는 과정에서 1세대 이민자들의 희생과 피나는 눈물의 열매로 주류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1.5~2세대에 대하여, 시드니 한인회 41년에 대하여 설명했다. 


▲ 호주 동포 간담회에서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   ©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외교, 자원외교에 걸맞는 차세대 육성의 다양화, 호주 정부의 한국어 지원 교육, 다문화에 걸맞는 한국문화원 개설, 한국 젊은 숙련인원의 이민 장려를 건의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통령은 먼저 한국내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을 소상히 설명하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함께 헤쳐가자고 역설했다. 그리고 연간 230억불(미화) 규모로 성장한 양국 교역관계와 30만 명에 달하는 인적교류(방문자)를 바탕으로 두 나라 관계를 실질적 그리고 한 단계 높은 협력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호주를 비롯한 3개 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와 우리는 특별한 관계입니다. 많은 이민, 인적 교류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호주 이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먼저 온 이민자들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호주 사회에서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다음에 이민 올 사람, 여기서 비즈니스를 할 사람, 유학 올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집니다. 먼저 온 이민자들이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호주동포 간담회에 참석,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강찬영 군과 정보영 양을 포옹하고 있다   © 청와대
  
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힘을 모아야 한다. 여러분들은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한다"면서 "혹자는 2~3년 갈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금년 한 해를 보내면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 어려움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비롯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어려움을 겪습니다. 1997-98년 IMF 위기 때는 우리 스스로의 많은 문제점으로 기업금융, 외환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우리만 위기였고, 세계는 다 좋아 물건을 팔아 1997년 한 해만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한 해가 가기 전에 극복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약점은 첫째, 100%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입니다. 가스나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입니다.  
 
▲ 동포 간담회에서 교민들과 환담을 나누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   © 크리스찬리뷰

둘째, 우리는 우리 경제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11위 무역대국으로 연간 8천 억불이나 무역하는데, 내년에는 1조 불로 늘어날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땐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생산공장이 30%나 줄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합니다. IMF 때 1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혹자는 2~3년이라고 하지만 금년 한 해를 잘 보내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NSW주 총리 초청 국빈 만찬에서 건배 제의하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 잡 세어링(job sharing)을 내용으로 하는, 최근에 이루어진 노․사․민․정 대타협을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기업은 월급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일자리를 줄이지 않습니다. 기업도 그렇게 선언했고, 노조도 동의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보다 더 어려운 나라도 이런 노사민정이 합심하여 잡 세어링하자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97년 IMF 때 우리가 가진 '금'을 다 내놓았습니다. 한국 국민 대부분이 내놓아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국민 전체가 합심하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가 어려울 때 남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힘을 모으는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만났을 때 힘을 모으는 특수한 DNA를 갖고 있습니다"
 
▲ 캔버라 공항 페어바이른 공군기지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할머니와 목도리

'장로 대통령'답게, 연설 중간중간에 '기도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등의 단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추임새처럼 흘러나왔다. 교민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도 잊지 않았고,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50년 전 맨손으로 이민 올 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어려울 때 힘이 되고, 이민사회가 서로 네트워킹이 잘 되어 마음만이라도 하나로 모여야 합니다. 50년 전, GNP는 통계상 40불이었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기업도, 자원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가난 속에서 자식을 공부시키고, 유학시켜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국가는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경우는 책임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가난이 대물림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입니다. 150만 기초 수급자에게는 대학 등록금 그저 대주기도 하고, 무금리 장학금도 줍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는 가정이 늘어나도록 가난한 가정도 공부시켜야 합니다. 저 자신이 가난하여 공부를 못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중에 야간학교를 가고, 대학을 다닐 기회가 있었습니다."

▲ 캔버라공항 공군기지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이명박 대통령     © 크리스찬리뷰
 
 
여기서 이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에 있었던 개인적인 체험을 마치 설교 때 한 편의 예화처럼 들려주었다. 

"작년 12월 새벽 5시 재래시장(필자 주 : 가락동 시장) 캄캄한 데서 할머니(필자 주 : 박부자 할머니) 한 분이 시장의 야채 시래기를 말려 팔고 계셨습니다. 버스비가 아까워 한 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고, 매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시장에서 일해 하루 2만 원 남짓 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다가가, '힘드시죠'하고 여쭸습니다. 대통령인 줄 알아본 그분이 눈물을 펑펑 쏟는 거예요. 다시 '살기 힘드시죠'하니 '뭘요, 이 세계가 다 어려운데, 누군들 안 어려운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하시면서, '나라가 어려워서 얼마나 힘드세요? 제가 대통령님 잘되고, 나라가 잘되기를 매일 새벽기도하고 있어요'하며 위로를 해주세요. 

'하루 세 끼를 걱정하며 사는 이 할머니도 자신보다 나라 걱정을 더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저는 콧잔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시래기 세 단을 선물로 안겨주시는 거예요. 대통령이 돈을 안갖고 다닙니다. 돈을 드리려고 호주머니를 뒤져도 없어요. 그래서 제가 20년간 쓰던 목도리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후쯤 시애틀에 산다는 83세 교포 할머니로부터 소포를 받았습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제가 오래 쓴 목도리를 벗어주었으니, '얼마나 힘드실까? 빨리 짜서 보내드려야지'생각하며 기사가 나온 그 날부터 꼬박 며칠 동안 목도리를 손수 짜서 부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성이 너무 고마웠고,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할머니를 통하여 용기를 얻고, 이런 할머니들이 계신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가난 속에서 최악의 어려운 삶을 사는 분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해줍니다. 마음으로 위안받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 

 
▲ 페어바이른 공군기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쿠엔틴 브라이스 연방총독     © 크리스찬리뷰

다문화 국가 한국, 재외동포 참정권 

또 이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 급등에 대해 "대한민국이 단일 민족이라고 하나 100만 명의 결혼 이민자로 인한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 70만, 기타 20만 명으로 200만 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살고 일하는 한국도 다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형편이고, 다문화를 잘 소화해야 하는 문제가 주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단일민족이었지만 5~6년 사이에 여러 나라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와서 여러 나라의 문화, 여러 종교가 들어온 만큼 이제 다문화를 수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 한·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장으로 나서는 양국 정상   © 크리스찬리뷰

최근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가 결정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축하할 일이나 걱정이 있다"면서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외국생활의 경험과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외국 동포들이 투표를 하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좋은 인재를 뽑는데 도움이 될 것이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습니다. 호주(살고 있는 그 국가)에서 인정받고, 호주의 주류사회로 진출해야 하는데, 혹시나 이민사회가 온통 한국 정치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 이곳 이민사회에서도 한나라당, 민주당을 만들고 어느 당인지 하는 식이 되면 이민 사회에 갈등이 되고 이민사회가 나눠져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호 공동기자회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직전 방문 국가인 뉴질랜드 한인사회를 잠깐 소개하면서 마무리 당부를 했다. 

"90년대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된 뉴질랜드는 3만 명 한인인데 이미 하원의원이 나왔습니다. 경찰과 공직사회도 진출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그 나라 주류 사회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기대를 해야만 잘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긍지를 갖고 조국 대한민국에 희망을 가져주면, 어려울 때, 위기 때 한 단계 발전합니다. 그런 기대를 하고, 그렇게 도와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자랑조건이 되고, 화목한 이민사회,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어서 서유석 평통 회장의 건배제의, 너무나 평범하게 진행된 질의응답이 끝난 다음 만찬이었다. 

고동식 뉴라이트 회장, 김원본 사무총장과 함께 식사를 하던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위해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떠나야 했다. 


▲ 케빈 러드 총리 집무실 뒷뜰에서 가진 한·호 양국 공동기자회견. 본지 송기태 편집국장(앞줄 가운데)이 서서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위기 때 서로 돕는 친구의 나라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이어 힐튼호텔에서 네이선 리즈 NSW주 총리 내외와 환담한 후 곧, 주총리 초청 국빈 만찬에 참여했다. 경찰악대 연주와 화려한 꽃 장식 등 이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한국 정부및 기업 대표들에 대해 상당히 융숭한 환대였다. 

이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세계 경기가 어려울 때 시드니를 방문한 것은 진정한 친구 사이인 양국이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협력하자는 의미가 있다. 양국은 어려울 때 피를 나눈 진정한 친구이며, 양국은 진정한 친구로서 세계적 위기 때 서로 더 돕고 더 협력해야 한다. 

한국전쟁 때 호주군이 참전해 300명의 생명을 잃는 등 한국은 호주의 도움을 받았다. 전쟁 당시 소득이 40불이 채 되지 않았던 한국이 지금 산업을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모범적 국가가 된 만큼 호주의 참전이 헛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호주는 거리는 멀지만 마음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라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양국은 과거의 굳건한 관계를 미래를 위해 더더욱 굳건한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양국은 경제관계를 세계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4월 G20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경제 및 금융체재 수정에 대한 토의가 있을 것이다. 당면한 세계적인 관심사인 기후변화 등에 서로 관심을 갖고 대화와 협력으로 미래에도 더욱 굳건한 관계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경제 이외 문화를 비롯한 국제적 관심사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한·호양국 정상   © 크리스찬리뷰

리즈 주 총리는 이 대통령의 연설 직전 환영사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따뜻한 환영 인사는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중요한 파트너이며 굳건한 친구에 대한 인사이다. 이번 방문은 호주 사회의 구성원인 한인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시드니의 큰 한인 커뮤니티와 매우 만족스러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한국전과 베트남전에서 자유 수호를 위해 함께 피를 흘린 우방국이다. 그동안 상호 노력으로 한국은 NSW주의 3대 교역 파트너 및 3대 유학생 송출국이 됐다. NSW의 시드니와 서울은 자매도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국제경제위기 해결에 공동 노력하자. 호주와 한국은 전쟁과 평화를 거치면서 친구의 나라로 태어났다. 올해 후반기에 무어 공원에 한국전 호주 참전용사 기념비를 세울 계획인데, 이는 대한민국 정부와 호주 정부, 그리고 지역사회와 참전용사들의 기금 마련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리즈 주총리는 아울러 "한국은 NSW주 세 번째 수출 대상국으로 우리 광물자원과 주 생산품 수출지역이다. 한국 제품도 호주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통신 장비를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인기가 더 없이 좋은데 우리나라 도로에 아주 많다"고 추켜올렸다. 

리즈 주총리는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빠진 가운데 한국민들과 호주민 간에 전에 없이 깊은 우정이 생기길 기대한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이런 우정은 영원한 자신감과 힘으로 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만찬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우상 주호주대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존 워커 호한경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호텔 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호텔 밖에서는 이 대통령 방호에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만찬 전 두 시간 동안 힐튼호텔 앞 조지스트릿에 이 대통령 방호에 반대하는 20여 명의 한인과 호주인들이 항의 시위를 했다. 시드니의 진보성 교민단체(시드니민족교육문화원, 평화연대, 일하는 사람들)와 호주 노조 관계자들, 일반 교민들, 호주 녹색당 관계자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방송법 및 노동법 개정에 대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이 대통령을 반대하는 항의 전단을 행인들에게 배포했다. 

그런가 하면 힐튼호텔 주차장 쪽 입구에서는 베트남참전유공자회 회원을 주축으로 한 10여 명의 교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이 대통령을 환영했다. 힐튼 호텔 주변은 경계가 한층 강화됐었다. 삼색 풍경이 어색하게 연출된 모습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참전용사들을 격려하며  내년도에 한국으로 참전용사들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 청와대

  2011년, "한호 우정의 해" 선포 

3월 5일(목), 캔버라의 보랏빛 아침은 상쾌했다. 공항 취재부터 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맥도널드로 아침을 때우고 대통령이 사열을 받게 될 페어바이른 공군기지로 달렸다. 대기실엔 캔버라 대사관과 인근 국가 대사관에서 파견나온 영사들, 경호원, 경찰 50여 명으로 꽉 찬 듯했다. 유리창 너머로 군 의장대의 사열연습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파리 대사관에서 지원 나왔다는 이승유 씨가 말을 걸어온다. 현지 언론인이냐고. 우리 일행은 자유롭게 꺼내마실 수 있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티를 꺼내어 목을 축이고, 일정을 체크하며 오늘의 동선을 그려보았다. 

10시 정각, 태극기와 호주국기를 꽂은 아시아나 전세기가 굉음을 내면서 활주로에 바퀴를 굴렀다. 햇볕 한 점이 기체에 부딪히며 깨어지면서 문이 열리고, 먼저 한국에서 온 기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카메라 기자들이 프레스 라인 안에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경쟁이다. 이미 본지 발행인이 명당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현지인의 프리미엄이 이런데서 나왔다. 

김우상 대사가 기내로 들어가 영접하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쿠엔틴 브라이스 호주 연방 총독, 케빈 어드 총리가 함께 나왔다. 군악대의 애국가가 울리고 축포가 터지며 사열이 이뤄졌다. 양국 수행원들의 악수례를 끝으로 환영식이 끝났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연방국회 의사당에서 케빈 러드 수상과 한․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수교 50주년이 되는 2011년을 '한국-호주 우정의 해'로 선포하기로 합의하고 오후 5시에 기자회견을 했다. 필자는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하워드 수상이 공동기자회견 할 때 섰던 바로 그 자리, 물리적으로 양국 정상들과 1.5미터 거리에서 양국의 주요 의제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두 정상은 총 1시간 30분간 진행된 단독, 확대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8월 서울 정상회담과 수 차례의 전화통화 등 통해 다져온 신뢰와 우의를 재확인했다. 특히 단독회담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부실채권 처리문제가 중요 의제로 부각돼 회담시간이 예정보다 15분 가량 길어지기도 했다. 

두 정상은 한호 양국의 FTA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협력을 확대하며 호주가 주도하는 '국제 탄소수집저장 구상'을 통한 전 세계적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등에도 합의했다. 특히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함에 따라 향후 양국 간의 실질적 협력관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양국 민간 공동연구 결과 FTA 체결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대 효과는 오는 2020년 기준 한국은 296억불, 호주는 227억불이 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 회담에서 호주의 신규 LNG 프로젝트와 고속철 도입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와 더불어 한국이 금융안정포럼 회원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호주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양국 정상들의 모두 발언을 들어보자. 

▲ 케빈 러드 총리 : 한국은 굳건한 우방의 나라입니다. 먼 길을 찾아오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호 양국은 아태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지난해 4.4분기 경제 많이 후퇴했다고 들었는데 호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통령이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실자산 처리의 사례를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한국정부의 부실 금융자산 처리 경험을 많이 들려주셨는데, 그동안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이 대통령이 지금 설명해 준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한 최고의 강연(the most intelligent presentation)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진정한 친구(strong friendly partner)이며,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4월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꽃피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협력하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신용경색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 뜨겁게 환대해 준 러드 총리께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호주 남부에 일어난 재해(산불)사건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양국은 이미 120년 전 (호주)선교사가 한국에 왔었고, 50년 전 국방협력을 통해 이제 더없는 친구로 굳건히 발전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경제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 정상은 모두 어려워하고 있는데, 러드 총리와 저는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금융이 안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중요합니다. 저는 97-98년 (IMF를 통해)경험을 설명했더니 러드 총리께서는 이런 방법으로 세계 정상들에게 알려 같이 노력하자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전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제안을 갖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들을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고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래 9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1. 아태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서의 공통의 전략적 이해 사안을 논의하고 협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개발하기 위해 각료급을 포함하여 긴밀하게 협의하고 정기적으로 회동한다. 

  2. 불법 마약과 마약 원료의 유통, 밀입국 및 인신매매, 돈세탁, 화폐위조 및 무기 밀거래, 해적 행위 및 선박에 대한 무장 강도 등 초국가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법집행 활동 및 국경안보 문제에 대해서 보다 긴밀히 협력한다. 

  3. 사이버보안 및 사이버테러를 포함한 대테러 문제에 대해, 그리고 '국제 핵테러방지구상(GICNT)'의 진전을 위해 양자 차원과 지역 및 다자무대에서 협의하고 협력한다. 

  4. 유엔과 유엔 관련기구 및 '국제 핵비확산․군축위원회(ICNND)'를 포함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통해 범세계적인 군축과 대량파괴 무기 및 운반수단의 비확산에 대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5. 평화유지, 민군 협력, 국방경영, 합동 연습․훈련․교류 프로그램 및 호주 '아․태 민군 최고센터'와 한국 관계기관 간 연계수립 등 분야에서의 국방협력 기회를 모색함으로써 양국 국방당국 간 기존의 전략대화 및 협력의 수준을 높여 나간다. 

  6. 국방기관 및 관련 방산업체들 간에 비밀군사정보의 안전한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군사비밀보호에 관한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실질적인 국방 및 방위산업 협력의 기회를 더욱 촉진한다. 

  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한 협력모색, 정보공유를 통한 향후 협력증진 방안의 개발지원 및 여타 방위산업, 물자조달․유지보수 활동에 대한 협력가능성 모색을 통해 대한민국과 호주 방위산업 간의 협력을 대폭 증진한다. 

  8. 새천년개발목표의 달성 촉진과 원조효과 개선을 포함하는 개발 및 인도주의적 지원에 관한 협력을 증진한다. 

  9. 재난과 긴급상황 대비, 대응 및 관리에 관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한다. 

다음은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호주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 (이 대통령) 6.25 전쟁 당시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가 참전해서 수 백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고 부산에 있는 유엔묘지에 안장되여 있다. 그때 비하면 호주와 한국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안보인식을 같이 하는 나라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국의 국방비 증액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견해는.

  ▲ (러드 총리) 북한 정권은 유엔결의안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6자회담으로 돌아와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한다.

  ▲ (이 대통령) 동북아에서 군비 증강을 경쟁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장기집권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매우 능숙하다. 미국의 정권이 바뀌고 6자회담을 앞두고 있어 전략적인 목적 등을 위해 미사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FTA 협상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체결되나.

  ▲(러드 총리) FTA 협상이 5월 중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호 안보협력 공동선언과 관련해 PSI 참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러드 총리) PSI는 호주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의 참여 여부는 한국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이명박 대통령은 캔버라 전쟁기념관에서 헌화하고 한국전 전몰장병의 명단이 적힌 벽 앞에 멈춰 서서 명단을 바라보고 손으로 만지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 청와대

120년 전 선교사가 처음으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캔버라 전쟁기념관에 들러 헌화했다. 스티브 고어 관장의 안내로 전쟁기념관을 둘러본 뒤 한국전 전몰장병의 명단이 적힌 벽 앞에 멈춰 서서 명단을 바라보고 손으로 만지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특히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헌화할 때 함께 참석한 참전 용사들을 격려한 자리에서 한때 한국을 위하여 피흘리며 싸웠던 노병(老兵)들에게 "내년에 한국으로 6.25 참전 용사 여러분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내년에 한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과 호주가 가깝게 되고 한국 국민들이 호주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6.25 때 호주가 참전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희생한 것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한 이 대통령은 5일 저녁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만찬을 가진 뒤 총리 관저에서 오랜 시간 비공식 단독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는 러드 총리의 즉석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저녁 9시 40분에서 11시 40분까지 약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에 앞선 공식 만찬 행사까지 포함하면 이들 두 정상은 4시간이 넘는 긴 시간 자리를 함께한 셈이다. 정상 간 만찬 외에 별도로 추가 회동을 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두 정상은 격식에서 벗어난 이번 회동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남긴 말 한 마디를 기억할 필요를 느낀다. 

 "호주에서 저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것은 전쟁기념관 건물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국회의사당이 있었는데, 정치인들에게 조국의 명령에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모든 결정을 바르게 내려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정상 회담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한호 양국이 정치적인 수교는 50년이지만 그보다 70년 이전에 선교사들의 마음과 발이 먼저 한국땅을 향했던 것을 우리는 주목한다. 지난 정상회담에서는 하워드 총리가 이를 공식화 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확인해 준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올해로 한호선교 12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이러한 선교 역사의 길이와 깊이,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전쟁에서 한국 민족을 위해 피흘린 젊은이들보다 60년 먼저 한국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며 젊은이들이 흘린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는 사실을!  

 

글/송기태 (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
사진/권순형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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