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의 레슨

강승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06/30 [12:01]

안식은 쉼표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되는 날에 쉼표를 찍으셨다. 쉼이 필요 없는 창조주 하나님이 쉬셨다면 우리들에게 쉼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쉼표도 음표와 마찬가지로 음악이다. 음표를 쓰는 의미만큼 쉼표가 있어 더 훌륭한 명곡이 되듯이, 인생에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목회 상담학자인 웨인 오츠는 "쉼이 없는 삶은 탐욕이라는 주요 기제가 가져다 주는 불가피한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매일의 삶에 대해 감사하기보다는 더 많은 물질과, 더 많은 편리함과, 더 많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뿌리에 탐심과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내면에 숨겨진 탐욕 때문일까? 그래서 대부분 쉴 생각은 하지만, 쉬는 안식을 쉽게 갖지 못한다. 24시간 오픈 하는 편의점처럼 바쁘게 살다 보니, 삶의 깊이가 점점 사라지고 나이가 들어도 성숙미가 점점 떨어진다. 결국 탐욕은 쉼을 가로막고 영적 탈진과 우울증의 사지로 사람들을 몰아간다.

언제 쉼이 필요할까?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마음에 감동이 흐르지 않을 때, 식구들을 마주 보고도 살짝 웃어주지 못한다면 나에게 쉼이 필요할 때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도 마음에 아무런 감동이 없거나,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도 ‘바쁘다’는 말만하고 끊었다면 지금 우리에겐 쉼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에게 쉼은 어떤 의미일까?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대부분 쉼을 게으름으로 여기고 쉬고 있다는 것을 죄책감으로 여긴다. 그래서 인사할 때에도 "요즘 한가하시죠?" 라고 인사하기보다는 "요즘 바쁘시죠?" 이래야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모든 쉼이 게으름이 아니다.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쉼은 우리의 일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일의 완성이 나에게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둘째, 쉼은 연약함 때문에 갖는 것이 아니라 큰 일을 감당했기 때문에 필요하다. 엘리야가 탈진한 이유는 육체가 나약해서라기보다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았기 때문이었다. 갈멜산에서 큰 승리를 거둘 정도로 큰 일을 했기 때문이다. 산후 우울증이 나약한 여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생명을 출산한 귀한 일을 완수했다는 의미이듯이, 그리스도인의 영적 탈진은 때론 큰 일을 했기 때문에 오기도 한다. 이때 쉼이 필요하다.

셋째 쉼도 진정한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역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일의 사역’이고, 또 하나는 ‘쉼의 사역’이다. 헬라어 ‘아나포신(쉼)’은 다음 단계의 행동을 위한 ‘멈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은 쉼을 통해 재충전을 경험하고 제2의 사역을 준비한다. 그러기에 쉼은 사역의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사역으로 나아가는 충전 시간이요, 충전 사역이다.

그럼 어떻게 안식하면서 쉴 수 있을까?

먼저, 충분히 먹고, 충분히 마시고,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 특히 지치고 힘겨울 때는 충분한 육체적 휴식이 필요하다. 잠도 사역이기에 탈진한 엘리야가 잠들었을 때 하나님은 엘리야를 깨우지 않으셨다.

둘째, 가끔은 기도 시간에 마음을 열고 상한 마음을 하나님 앞에서 토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한 마음을 외면치 않으신다. 힘겨울 때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을 때 이것이 하나님 앞에 기도가 되기도 한다. 이런 엘리야의 기도를 하나님은 받으시고 마음 후련한 쉼을 허락하셨다.

셋째, 가끔은 사역지를 떠나야 한다. 사역의 현장을 잠시 떠나서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문화 체험을 하여야 한다. 소음 가득한 도시 문화에서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조용한 시골 문화로, 때론 그 반대로 삶의 모드를 조정할 때 하나님이 예비하신 진정한 쉼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자동차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듯이,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 사고가 생긴다. 사역의 쉼표는 사역의 브레이크이다. 사역하다가 지칠 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11:29)라는 말씀으로 초대하시는 주님을 신뢰하고 그 넓은 품 안에 거하여 새로운 사역을 위해 쉼표를 찍을 줄 아는 현명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

강승찬|시드니새생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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