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서 4만여 권 '한국인이면 당연히 할 일'

인물탐방 호주국립도서관 사서 박정옥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1/04 [12:52]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하나에서 열까지 치밀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호주의 행정 수도 캔버라.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하다. 깨끗하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친절하다. 캔버라의 등장은 호주 전체로도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호주 사람들은 "캔버라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호주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캔버라가 있음으로써 이질적 대륙국가인 호주가 통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캔버라국립도서관 한국과에는 4만 2천여 권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 Ⓒ크리스찬리뷰    


캔버라는 철저히 계획된 도시다. 1908년 수도로 선정돼 전 세계 도시공학자들을 대상으로 도시계획 공모를 거친 결과 미국인 벌리 그리핀의 작품이 새 도시의 모델로 선정됐다. 수도로 정해지기 전 캔버라는 건조한 초원지대로 모래먼지만 날리던 황량한 곳이었다. 겨울에는 무서운 칼바람이 불었고 여름에는 고온 건조해 사람이 살기에는 그다지 유리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 한복판에 인공호수를 만들고 꾸준히 나무를 심으면서 도시의 기온 자체가 바뀌어 사람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곳이 되었다. 동서로 흐르는 몰롱글로강을 이용해 만든 인공호수(벌리 그리핀 호수)를 중심으로 여러 모양의 광장과 방사선,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질서정연하게 배열돼 있다.
 

▲ 캔버라국립도서관 전경 Ⓒ캔버라국립도서관    


벌리 그리핀 호수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연방정부 의사당과 각 관청이 있고, 북쪽에는 교육기관과 시청 및 그 배후에 상업지구가 발달해 있다. 캔버라의 중심지는 반경 5km 이내에 집중돼 있는데, 큰 건물들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주택가가 발달해 있다.
 
모든 건물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통제된다. 우거진 나무 숲 사이에 듬성듬성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것도 이런 계획과 통제 때문이다. 도시의 끝에서 끝을 잇는 직선거리는 30km 가량. 이 넓은 곳에 31만 인구가 살다 보니 캔버라에는 교통체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자동차로 15-20분이면 갈 수 있다.

 

▲ 캔버라국립도서관 3층, 한국과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방에서 본지 김명동 편집인과 인터뷰 중인 박정옥 사서(왼쪽) Ⓒ크리스찬리뷰    


첫 방문자에게 캔버라는 시시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방문자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이 도시의 웬만한 건물 간판에는 어마어마한 형용사가 붙어있다. '국립(National)'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그것이다. 호주국립박물관, 호주국립수도전시관, 호주국립영상음향자료관, 호주국립식물원, 호주국립과학기술센터, 호주국립대학, 호주국립도서관 등이 호주 전체를 통틀어 오직 하나뿐인 캔버라에만 있는 기관들이다. 여기에 국회의사당, 전쟁기념관까지 들어서 있어 캔버라는 비록 작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라는 자부심이 넘쳐나는 곳이다.
 
팍스 플레이스에 위치한 호주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은 그리스 로마 양식의 장엄한 건물이 현대적인 건물들과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는 호주 최대의 도서관이다. 
 

▲ 호주에서 한글로 발행되는 전기간행물 중 크리스찬리뷰는 유일하게 창간호부터 최근호까지 캔버라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1968년 8월 15일 호주의회도서관으로부터 분리하여 개관하였는데 2,700만권의 장서, 40km 서가 길이를 자랑한다. 호주 역사 유물에 관련한 도서, 잡지, 저널, 신문 등을 비롯하여 지도, 음악, 사진, 육성 테잎 등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1800년 이전에 출판되었던 책을 포함한 호주 내에서도 희귀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전시장, 상점, 화려한 레오나드 프렌치(Leonard French)창문들이었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것 같았다.
'한국과' 호주국립도서관 속의 작은 도서관
호주국립도서관에서 한국과를 총괄하는 사서 박정옥 씨는 우리 취재진의 방문을 받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그가 맨 처음 꺼낸 말은 "이곳에 한국과가 있다는 걸 아셨나요?"이었다. 인사와 함께 이번에 출간한 몇 권의 책을 건네자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관심도 적고 워낙 방문자가 드물어서요."
 
그제서야 기자는 그를 휘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굴레가 바로 외로움인 것을 알았다. 미치도록 그리운 '한국사랑' 때문인 것을 알았다.
 

▲     © 크리스찬리뷰


"의외로 호주에서 오래 사신 분들도 호주국립도서관에 한국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들에게도 잘못이 있지요.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좋은 장서가 있다 할지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차분한 어투지만 한국인의 열정이 담겨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참여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으면 한국과를 지키기가 힘들거든요"
 
가슴이 저려왔다. 누구나 외치는 한국사랑, 그러나 나라를 위하여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3층 한국과. 장서가 있는 방에 들어서자 기자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끝없이 펼쳐진 책장, 한국 장서가 있어야 얼마나 있을까 했는데 이 정도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국 장서가 4만 2천여 권 됩니다. 이중에서 북한 책이 2천여 권 되고요.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는 장서가 만여 권 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중국, 일본 책들에 묻혀 초라할 정도였죠. 중국, 일본 진열장에서 더부살이 했다고 할까요."
 

▲ 한국과에는 '식객' '타짜' 등 한국 만화도 진열되어 있다. Ⓒ크리스찬리뷰    


"정말 수고하셨네요. 감사하구요."
 
"뭘요, 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인이면 당연히 해야 될 일이죠."
 
그는 한쪽 책장에 숨은 듯이 꽂혀있는 크리스찬리뷰 한 권을 꺼내들었다.
 
"보세요. 1990년 1월 창간호부터 모두 보관되어 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콧등이 시큰하면서 가슴이 떨렸다.
 
"사실 호주에서 발행되는 모든 인쇄물은 저희한테 의무적으로 보내주셔야 돼요. 현재 보내주시는 곳은 크리스찬리뷰와 교민잡지 뿐입니다. 보내주시면 국립도서관에 영구히 보존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치가 있는 건데 보내주시지 않아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곳에 보관이 되면 100년 후에도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들이 한국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잖아요."
 
서가에는 역사, 정치, 정부, 외교 관계, 문학, 음악. 미술, 종교, 논문, 통계 등 주제별, 영역별로 진열되어 연구자들과 일반인을 위한 열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로 되어있다. 영상물과 DVD 종류도 보관되어 있는데 모두 그녀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 박정희 시대를 연구하는 자료로 중요한 자료로 알려진 사상계는 창간호부터 소장되어 있다. Ⓒ크리스찬리뷰    


월간 사상계, 신동아, 주부생활, 여성동아가 눈에 띄고 동아일보, 한겨레, 조선일보, 노동신문 등도 진열되어있다. 만화 '식객'이 있고 '타짜'가 있다. 1910년 발행된 매일신보, 1897년 발행된 독립신문 사본이 있다. DVD '대장금' '겨울연가'가 진열되어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다 직접 구입을 한거에요. 한국의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매년 얼마간의 책들을 보내주고 있지만 대부분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 종류는 계속 받고 있고요, 월간 신동아는 1985년부터 구입을 해오고 있고 사상계는 박정희 시대를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창간호부터 구입을 했죠. 예술분야 책들은 문화를 알리는데는 뭐니뭐니 해도 예술 쪽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구입을 했고요, 주부생활, 여성동아같은 잡지는 바깥 독서실에서 재미로 많이들 봐요.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이것 역시 자료로 쓰일 수 있겠지요. 만화 종류는 그 나라에 관심을 갖게 하고 친숙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DVD 드라마는 한국의 드라마가 왜 유명하게 되었는지 공부하는 분들이 있고요, 영화는 관객을 많이 동원했다든지 외국에서 상을 받았다든지 하면 구입을 하게 되지요. 그러니까 문제작이면 모두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 한국어과 리딩룸 Ⓒ 크리스찬리뷰    

 

고서 '팔만대장경' 탁본 등 100여 권

- 오래된 희귀본이 있다면 소개 좀 해주시지요.
 
"고서가 많아요. 100여 권 되는데 그 중에서 15세기 발행된 '삼강행실도'가 있습니다. 부모 자식과의 지켜야 할 도리를 기록한 책입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 연보'가 있는데 조선총독부시대 때 중요한 자료들입니다. '역대 왕들의 친필'이 있고 특히 '고려대장경' 탁본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고려대장경은 1347년 해인사 원본 목판본에서 8개를 탁본했는데 그 중에 하나입니다. 1911년경 한국에서 활동하신 맥라렌 선교사님이 가지고 계셨던 사전도 있습니다. 두 권인데 하나는 1890년 발행된 한영사전이고 또 다른 하나는 1891년 발행된 영한사전입니다. 게일 선교사님이 가지고 계셨던 1924년 발행된 영한사전도 보관하고 있고요."
 

▲ 캔버라국립도서관 한국과에는 팔만대장경 탁본 등 100여 권의 희귀서적들이 보관되어 있다. 1347년 해인사 원본 목판본에서 8개의 고려대장경을 탁본했는데 그 중 한국과에 1개가 보관되어 있다.  Ⓒ크리스찬리뷰    


- 북한 책은 어떻게 구입하고 있습니까?
 
"직접 평양으로 이메일로 주문하면 전부 항공으로 보내줘요. 현재 노동신문은 창간호(1959년)부터 다 보관하고 있어요. 문학신문과 조선문학도 계속 구입하고 있고요, 1956년 발행된 '조선역대 도안집'은 현재 세계에서 세 군데 밖에 없는 귀한 책입니다.
 
북한판 '팔만대장경'도 희귀본이지요. 북한 책을 처음부터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는 홍콩을 통해서 구입했었는데 그 땐 돈 주고 사지는 않았어요. 무료로 보내줬는데 1993년도에 끝나버렸어요. 아마 김일성이 죽은 후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후 2003년 북한 대사관이 문을 열었거든요. 그 때 대사관을 통해 구입통로를 만든 거죠. 지금은 북한 책이 발행되면 리스트를 보내줘요. 사실 책 구입을 위하여 저는 한국의 신문이나 뉴스를 매일같이 접해야 돼요. 정보가 필요 한 거죠.

▲ 1956년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역대 도안집>은 현재 세계에서 세 군데 밖에 없는 귀한 책이다.Ⓒ크리스찬리뷰    


그런데 지난 번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있는 사서 한 분이 오셨는데 북한 장서를 보고 굉장히 놀라셨어요. 이런 장서를 보지 못했다고요. 하여튼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다 구입을 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이곳 한국과에는 4만 권이 넘는 책들이 있습니다. 거의 사서님의 손을 거쳐 간 책들이 아니겠습니까? 책의 내용을 다 알고 계시는지요?
 
그는 까르르 웃었다.
 
"어느 정도는요."
 
깔끔한 영어, 한국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한자를 술술 읽고 해석해 내는 실력, 그리고 사서 특유의 차분함이 진하게 풍기지만 한국과 전체를 총괄하자면 사서 생활이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다.
 

▲ 1890년 발행된 한영사전. 한국에서 활동했던 맥라렌 호주 선교사 후손이 기증했다. Ⓒ크리스찬리뷰    


"무엇보다도 호주에 살고 있는 분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언어 문제가 가장 힘들었고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더군다나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요? 언어가 제일 문제가 되더라구요.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나름대로 한국과에서 일을 하게 됐다는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호주에 살면서 한국 책을 선택하여 구입하고 한국문화나 언어를 여기 분들에게 알리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요. 보람도 있고요."
 
- 어쨌든 이곳에서 일을 하니까 책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겠습니다.
 
"(웃음) 책 볼 시간은 없어요. 일이 바빠요. 현재 한국과에는 저 말고도 또 한 분이 계시거든요. 서영혜 씨인데 책을 골라 주문해서 책이 도착하면 분류부터 시작하여 열람하여 보실 수 있도록 모든 정리를 두 사람이 다합니다. 문의 오면 상담도 해주고 바쁘죠. 
 
 

▲ 한국과 입구 전시관에 북한 책자들이 특별전시되어 있다.  Ⓒ크리스찬리뷰    


두 사람이 일하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이곳을 찾는 분들은 소수입니다. 정말 좋은 장서들이 많이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희 도서관을 이용해 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아쉬운 한국정부 지원

박정옥 씨가 호주에 온 것은 1983년이다.
 
"처음에는 가정에 매여 살림만 하다가 아직 젊은데 뭔가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마침 이곳에서 일하는 분이 아는 분이라 자원봉사를 시작했지요. 전 원래 책을 좋아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어요. 이후 인턴과정을 거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는 한국과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많은 동포들의 참여와 한국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꼽았다.
 

▲ 한국과 호주에서 발행된 호주를 홍보하기 위한 출판된 각종 책자들.  Ⓒ크리스찬리뷰    


"호주사회에서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학이란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수가 굉장히 적어요. 저의 희망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바라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란 나라를 이 호주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국가차원에서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본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고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호주에는 굉장히 많아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더니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자기나라 홍보를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현재 캔버라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가 굉장히 많거든요. 물론 학생들이 선택을 하는 거지만 일본어 선생님들이 일본에서 직접 나와서 가르쳐요. 월급도 일본에서 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일본어 가르칠 때 일본 문화도 가르쳐요.
 
그러니까 어린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잖아요. 음식이라든가 의상이라든가 공작이라든가 만화 등등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 대해 많이 주입을 시켜놓는 거지요. 그러면 그 아이들이 하이스쿨에 가도 일본어를 선택하게 되고 대학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죠. 
 

▲ 한국과에서 근무하는 서영혜 씨와 박정옥 씨(오른쪽)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방학 중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본방문도 하고요.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거에요. 그냥 앉아서 가르치는 것보다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하면 그 나라에 관한 관심이 훨씬 더 커지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정부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초등학생부터 한국에서 파견된 선생님들이 한국말과 문화를 가르치고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 훨씬 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거고요."
 
아무튼 호주 내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학은 절대적 열세이다. 중국의 경우 언제나 거대한 인구와 규모로 무시할 수 없는 아시아의 위력을 통해 동양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강한 인식으로 인해 한국 역시, 중국문화권의 일부일 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도 아니고.
 
그의 우려는 이어진다.
 
"사실 호주사람들 중 한국이란 나라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삼성, LG 회사가 한국 회사들이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삼성은 일본회사 LG는 중국회사 그럴 정도니까요.
 
그 나라를 알아야지 그 나라에 대한 문화를 알고 싶어지지 그 나라 자체도 모르면 문화도 흥미가 없겠죠. 그러니까 일단 국가 차원에서 홍보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고 이번 기회에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부탁을 드려 봅니다.
 
한국이나 한국학에 관심이 많아지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요.
 

▲ 캔버라국립도서관 한국과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정옥 씨는 한국학 활성화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한국인의 위상을 위한 한국문화 알리기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크리스찬리뷰    


아무래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야지 이곳 한국과가 발전을 하지 그렇지 않으면 또 일본과 중국 속에 파묻혀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사실 매달 통계가 나오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했으며 어떤 사람들이 이용을 했는지 매달 리포트를 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용을 하시면 여기에서도 아, 많은 활동을 하는구나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저는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내서 한국과 직원이 부족합니다 하고 건의도 할 수 있고 책도 더 많이 구입할 수도 있게 됩니다."

많은 이용과 지원을

그는 한국학 활성화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한국인의 위상을 위한 한국문화 알리기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호주국립대학에 한국학이 있는데 한국학을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대학교 안에 한국도서가 따로 보관이 되어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없어졌어요.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보면 그렇게 돼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한국정부 차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학제도 말입니다. 그러면 한국학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겠어요?"
 
모르면 차라리 입이라도 걸어 닫아 당장 면무식은 했어야 옳았다. 박정옥 씨를 찾아 나서기 전 기자가 사서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겨우 사전에 적혀 있는 대로 도서관에서 도서의 정리 보존 및 열람을 맡아보는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바로 그런 일 하는 사람이겠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실로 애국자였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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