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안과 병원장 김선태 목사

어둠에서 빛을 찾은 사람

글|김충석, 사진|윤기룡 | 입력 : 2014/08/25 [11:20]
어릴 때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손뼉을 치는 친구들을 잡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답답할 뿐 아니라 전봇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웅덩이에 빠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잔인한 놀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 아니라 일평생 앞을 못 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행스러울까?
 
전쟁은 우리의 시력을 빼앗아 감으로 절망을 갖게 하고, 빛을 어둠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힘입어 희망을 찾고,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은 김선태 목사가 처음으로 호주 땅을 밟았다. 
 
▲ 실로암안과병원장 김선태 목사     © 크리스찬리뷰

시력을 잃은 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하늘의 소망과 이 땅의 희망을 안겨주는 일을 하는 김선태 목사를 만나 그의 사역을 나누어 보았다.
 
- 시드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방문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상은 어떠하신지요?
 
“저는 시드니한인연합교회에 집회를 하기 위해 왔고, 아울러 다른 교회들도 방문하기 위해 왔습니다. 물론 시드니는 처음으로 왔습니다. 후배 목사가 30년 전에 호주에 간다고 하길래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면 나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 이제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시드니의 공기는 너무 맑고 새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어 좋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목사님께서는 언제부터 시각장애를 갖게 되셨는지요? 목사님의 삶의 여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6.25 전쟁이 일어난 후 부모님을 잃게 되었고, 거지 신세가 되어 문전걸식을 하던 중 과일밭에 가서 과일을 따먹고 무언가 호기심으로 만졌다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제 몸은 하늘로 치솟았고 그때부터 눈은 화약으로 인해 실명되었습니다.
 
수류탄 불발탄이 터진 것입니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은 다 죽고 혼자 살아남게 됐지요. 그 이후 제 삶은 더욱더 처참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차라리 그때 친구들과 함께 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내오며 너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도대체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으로 나의 불행을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며 고뇌 가운데 지냈습니다.”
 
- 목사님께서는 소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것도 개신교 목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시각 장애인 중에서도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1958년 록펠러 재단이 공여한 기금으로 만들어진 국제적인 상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이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저는 상을 받은 기쁨 외에도 필리핀 여러 곳을 다니며 토론회와 강의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도전을 주었습니다. 제가 전한 메시지가 필리핀 전국에 퍼져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욱 기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손상 당한 그 지체만 장애를 입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장애를 입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신앙을 통해 장애인들을 영적으로 치유해야 하며, 그들의 불편함을 위해 의료 처우를 베풀어야 하고, 영적으로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함으로써 제 60여 년 외롭고 힘들었던 인생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맑은 물로 씻어내듯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그때 받은 상금으로 실로암 아이(Eye)센터에 기증하여 자손들에게 봉사의 지침이 되도록 기증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이고 또한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서울 강서구 등촌로에 위치한 실로암안과병원 전경     © 실로암안과병원

- 실로암안과병원이 태동하게 된 동기나 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실로암안과병원이 태동된 배경에는 한국의 별과 같으신 한경직 목사님이 계십니다. 한 목사님께서는 이미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제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해 보았지만 병원을 세우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그러니 김 목사가 꼭 병원을 세우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보다 먼저 개안수술의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충북대학교 이정순 교수가 청주에 있는 시각장애인 학교를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자유롭게 뛰어놀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눈동자에 흰 막이 덮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교수는 흰 막을 제거하면 밝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의 눈에 흰 막을 누가 제거해 줄 수 있겠습니까?” 울면서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 교수에게 “네가 해라. 네가 시작해라”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이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주님,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유복자인 외아들의 결혼 자금으로 준비해 놓은 500만 원을 들고 총회 전도부로 찾아가 빛을 못보는 사람들의 눈을 수술해 주는 기금으로 써 달라고 하고 드렸습니다.  이것이 개안수술의 기초석이 된 것입니다. 그때는 병실이 없어 여기저기 다니며 수술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각계각층에서 개안수술에 대하여 후원 성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안수술에 필요한 장비 구입이나 기계 설치 등 운영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희생적인 헌신과 봉사는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자들에게 영혼의 빛과 세상의 밝은 빛을 주는 밀알이 된 것입니다.”
 
- 영예로운 상을 수상하신 것보다 후손들을 위해 상금을 기증하셨다는 것에 더욱 감동이 됩니다. 목사님께서 세우신 실로암안과병원은 귀하고 선한 일을 많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다른 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실로암안과병원은 비영리 의료법이으로서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이라는  누가복음 말씀에 입각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어둠을 빛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는 것이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선교적 정신입니다. 
 
▲ 무료진료 장면     © 실로암안과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는 상담을 통해 무료 시술 혹은 진료비나 수술비에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매일 전직원 예배로 시작하고, 수술 직전에는 원목실장과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기도하고 수술을 합니다.  또한 간호사들로 구성된 엔젤보이스중창단이 있어서 부활절, 감사절, 성탄절과 같은 절기에 연주회를 열어 환자들을 위로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습니다.
 
또한 46인승 버스를 구입하여 농어촌, 섬지역을 1년에 40주간 순회하면서 지역적으로 낙후되어 도시로 나올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3만여 명 환자들에게  빛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90만 명 정도의 환자들을 진료해 오고 있습니다. 재정에 대해서 말씀 드리면 의료법인은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많은 후원자들의 재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어려운 이웃에게 빛을 주며 지상의 천국을 이루며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 실로암 안과병원의 개안수술 사역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개안 수술이란 어떤 수술이며 그 수술을 하게 되면 시력을 얼마만큼 되찾을 수 있는지요?
 
“개안수술이란 녹내장, 백내장, 각막질환 등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수술입니다. 각막에 인공수정체를 투입하여 수술하게 되는데 시력을 되찾을 경우 0.1에서 1.0까지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1986년 2월 병원 설립 이후 개안수술을 받고 빛을 찾은 사람들이 총 2만 6천여 명이 넘습니다. 개안 수술은 한쪽 눈은 30만 원, 양쪽 눈은 60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선교를 통한 실명 예방과 개안수술로 빛을 찾아주기 위해 다른 나라에도 실로암안과 병원이 있고, 또 계속해서 다른 곳에도 설립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네. 이미 중국 연길 지역에 16년 전 실로암안과병원을 설립하여 조선족을 비롯해 중국 본토인들에게 간접 선교를 하며 더불어 개안수술을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재정이 허락되면 필리핀 마닐라 지역 병원과 협약을 맺고 안과병원을 설립하여 필리핀 주민들에게 무료진료를 통해 실명을 예방하고 개안수술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닐라 지역 메리존슨 병원과 협력을 이루고 그 병원 내에 진료실을 마련하여 지난 5월부터 사랑의 무료 안과 진료와 개안수술을 마치고 돌아왔고, 계속적으로 진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실로암안과병원은 삼성 SDI로부터 '사랑의 안과 이동진료 버스'를 기증받았다. 전경     © 실로암안과병원

- 실로암안과병원 외에 다른 부설기관도 있는지요?
 
“안과병원 외에 실로암시각장애인 복지관과 실로암요양원이 있습니다. 복지관은 어느 신앙이 좋은 독지가가 전철역과 1분 거리에 있는 대지를 기증하여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을 설립하였습니다.
 
우리 복지관은 출생부터 임종 때까지 시각장애인들의 생애 동안 모든 복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되는 원인은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경우도 있지만 당뇨 등의 합병증, 혹은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실로암안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아도 빛을 찾을 수 없는 분들, 즉 중도에 실명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 보행, 컴퓨터 교육, 일상 생활훈련, 사회 적응 훈련, 직업 재활 훈련 등을 비롯해 기초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희망적 삶의 길을 열어주는 일을 복지관에서 하고 있습니다.  1일 평균 3백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실로암복지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로암요양원이 있는데 종파를 초월하여 입소할 수 있습니다. 한 독실한 불교 신자가 요양원에 입소하여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은 후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또한 역술을 하던 분들이 요양원에 입소하여 주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요양원에 효명교회를 세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영적치유와 영혼구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목사님께서는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들었고, 또한 음악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관현악단을 설립하신 계기가 되었는데 여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시각장애인 전문국악인 ‘관현맹인’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2011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이 예술단은 시각장애인 음악인을 양성하고, 새로운 직업창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전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악기를 공부해도 직업을 가질만한 기회가 없었는데 예술단이 창설됨으로 분명한 목적을 갖게 된 셈입니다. 미국, 카나다, 일본 등에서 공연을 실시하여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사절단이 되어 국위 선양을 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 실로암안과병원 호주 후원회를 결성한 장신대 호주동문회 임원들과 김선태 목사 부부, 이사장 홍길복 목사, 회장 황기덕 목사, 총무 배진태 목사(왼쪽부터)     © 크리스찬리뷰

김선태 목사의 시드니 방문을 계기로 장신대 호주 동문회를 중심으로 실로암안과병원 호주 후원회(회장 황기덕 목사, 총무 배진태 목사, 이사장 홍길복 목사)가 결성되어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 했다.
 
홍길복 : 기회가 되면 내년 즈음에 관현맹인전통 예술단이 호주에 와서 공연을 하고, 개안수술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금번에 조성된 ‘개안수술 후원회’ 임원진과 모아진 성금이 종잣돈(seed money)이 되어 널리 홍보되는 기회를 삼고, 그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황기덕 : 저는 아직도 개안수술에 필요한 30만 원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한국 상황이 그 정도인지요?
 
홍길복 : 우리 조국의 빈부 양극화 현상이라 봅니다. 또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최저 임금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대한 관심이 부족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호주 이민교회나 이민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선한 일에 동참하게 하고 나눔의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 이번에 결성된 개안수술 후원회가 시드니에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확대되어 빛을 못보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밝은 빛과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실로암안과병원이 보다 성숙한 안과병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계획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요?
 
“실로암안과병원이 개원한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있는 병원보다 좀 더 넓은 대지에 병원을 짓고, 다른 부대 시설도 확장하여 병원다운 면모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저뿐 아니라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기도함으로 이루어질 줄 믿습니다.
 
또한 진료실이나 신형기계를 도입하여 다른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안과병원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와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태국이나 몽골에 이르기까지 실로암안과병원을 세워 가난한 나라에서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이웃들을 치료하려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병원이기에 교회가 먼저 선교적 차원에서 후원하고 기도할 때 더 큰 일을 감당하게 될 것이며 영적으로도 치유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리라 확신합니다.”
 
- 오늘 말씀을 해 주신 김선태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박사 학위를 3개나 획득하시고 음악과 문학 부분에도 특별한 소질을 갖고 계신 것을 들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신앙적인 안과병원, 그리고 시설이나 재정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하나님의 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기쁨을 제공하는 주님의 병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김충석|몽골선교사, 전 크리스찬리뷰 편집위원
사진/윤기룡|크리스찬리뷰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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