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마 20:1~16)

정지홍/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12/01 [14:21]
예수님은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다고 하신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천국에 들여보내려고 이 세상으로 나가셨다. 천국은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들여보내시는 것이다.
 
하나님이 찾아다니셨다
 
그런데 하나님이 어떻게 하셨는가? 이른 아침부터 품꾼들을 찾아다니셨다. 당시에 포도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다. 보통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른 아침, 새벽 6시 종이 땡 치자마자 품꾼들을 찾아다니셨다.
 
하나님은 한시라도 지체하실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셨고, 한 사람이라도 더 천국에 들여보내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으셨다. 천사들에게도 부탁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이 직접 찾아다니셨다. 그만큼 사람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한 데나리온 즉 천국에서의 완전한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이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다. 우리가 두 발로 예배당을 찾은 것이 아니고,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이른 아침부터 직접 우리를 찾아다니셨다. 하나님이 이른 아침부터 우리를 먼저 만나주시고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다. 그래서 신앙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이른 아침에 품꾼을 찾아나선 집 주인은 또다시 제삼 시, 우리 시간으로 오전 9시에 장터로 나가보니 장터에서 놀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포도원 주인은 그들을 불러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그리고 주인은 또다시 낮 12시와 오후 3시에도 장터로 나갔다. 이미 하루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포도원 주인은 개의치 않고 품꾼들을 불러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오후 5시 인생을 찾아오셨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포도원이 너무 바뻐서 일손이 부족해서 오후 3시에라도 품꾼을 구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시간 뒤에 포도원 주인은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한다. 오후 5시에도 장터로 나간 것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때는 오후 6시, 그러니까 불과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오후 5시는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일을 마무리 할 때다. 그래서 어떤 주인도 그 시각에는 장터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포도원 주인은 오후 5시에 또다시 장터로 나갔다. 그랬더니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포도원 주인이 물었다.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그러자 오후 5시에 장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참으로 슬픈 이야기를 했다.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 말에는 자신의 무능함과 절망과 탄식이 짙게 배어 있다. 장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일꾼들이 몰려들고 여러 농장의 주인들이 찾아온다. 능력있고, 기술이 좋고, 신체가 건장한 품꾼들은 이른 아침에 다 불려간다. 하지만 능력이 모자라거나, 기술이 부족하거나, 신체가 허약한 사람들은 주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뒤로 밀리다가 오전 9시에, 낮 12시에, 그리고 오후 3시에 뒤늦게 불려간다. 그렇게라도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오후 5시는 늦어도 너무 늦은 시간이다. 얼마나 무능했으면, 얼마나 못났으면, 얼마나 허약했으면 그때까지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을까? 딱 봐도 왜소한 체격에 뾰족한 기술도 없고 그렇다고 빽이나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늦은 오후 5시까지도 선택받지 못했던 것이다.
 
즉, 오후 5시에 장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과 능력으로는 결코 포도원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포도원 주인은 직접 그 늦은 오후 5시에,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그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그들을 죄다 불러서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라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자격 없는 자들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오후 5시 인생이다. 이른 아침 인생인 것 같지만, 실상은 오후 5시 인생이다. 오전 9시 인생도 아니고 낮 12시 인생도 아니고, 오후 3시 인생도 아니다. 우리의 힘이나 능력으로는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오후 5시 인생이다.
 
이제 6시가 되면 포도원 문이 닫히게 되는데, 그때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셨다. 아무도 우리를 품꾼으로 쓰질 않는데, 아무도 우리를 눈여겨 보지 않는데,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며 우리의 손을 잡아주셨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복음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슨 능력이 있느냐 어떤 기술이 있느냐 무얼 배웠느냐고 묻지 않으셨다.
 
그냥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며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그래서 천국에 들어가는 능력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
 
오후 5시 인생의 대역전
 
오후 5시는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다. 그때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나? 갈릴리 바갓가에서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었을 때다. 그때가 베드로에게는 오후 5시였다.
 
그런데 그 오후 5시에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찾아오셨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랴"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의지해서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오후 5시에 베드로는 인생의 대역전을 경험했다.
 
하나님이 모세를 만나신 때는 또 언제였나? 애굽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나와 미디안 광야에서 숨어지내며 살던 때였다. 그때 모세의 나이가 80세 노인이었다. 애굽의 왕궁을 나온지도 벌써 40년이 지나 이제는 애굽의 왕자의 품위도 사라졌고 광야의 거친 바람에 볼품없이 늙어만 가고 있었다. 일구어 놓은 재산도 없고, 그저 마른 막대기 하나만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오후 5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런 모세를 하나님이 찾아가셨고, 그 모세를 출애굽의 전설적인 지도자로 세우셨다.
 
예수님이 수가성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도 다섯 번 결혼에 실패하고 여섯 번째 남편에게도 버림받을 지경에 처한 오후 5시 인생을 살고 있었고, 예수님이 만나셨던 눈 먼 자들, 귀신들린 자들, 문둥병자들, 앉은뱅이들, 다리 저는 사람들, 세리들, 죄인들 죄다 오후 5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만난 강도 역시 오후 5시 인생이었다. 이들 모두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인생이었다.하지만 예수님은 그 오후 5시에 그들을 만나주셨고 생수의 기쁨이 넘치게 하셨고 병을 고쳐주셨고 영원한 낙원에 이르게 하셨다. 절망과 패배가 짙게 드리웠던 오후5시에 인생의 대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
 
포도원의 일과가 끝나자  포도원 주인이 오후 5시에 들어온 자들이 한 데나리온을 받았다. 그렇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른 아침부터 온 사람들이 '나는 얼마를 받을까?'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온 품꾼들도 한 데나리온을 받았다. 그래서 주인을 원망하며 따진다. 주인의 계산은 누가 봐도 불공평한 처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도원 주인이 이른 아침에 품꾼을 불러서 포도원에서 들여보낼 때 약속한 보상은 애초부터 한 데나리온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포도원 주인이 부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허사다. 그래서 포도원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은혜다. 이른 아침부터 온 사람이나 낮 12시에 온 사람이나 오후 5시에 온 사람이나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포도원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른 아침에 선택받았다면 더 큰 은혜를 받은 것이다.
 
가끔 모태 신앙이라고, 믿음의 가문에서 자랐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모태 신앙이 마치 훈장이나 된 것처럼 뻐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알고 믿게 된 것, 하나님을 믿는 가정에서 자란 것은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다. 교회에 헌신할 수 있는 것도 은혜이고, 직분을 받는 것도 은혜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죄와 허물 속에서 상처와 무지 속에서 오후 5시 인생을 살아가던 우리를 찾아오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리 삼아서 우리를 찾아오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포도원, 천국에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 은혜를 누리며 감사하는 것 그것이 이 땅에서도 천국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 천국의 비유 시리즈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지홍|좋은씨앗교회 담임목사, blog.daum.net/goodseed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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