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그리고 또 감사

김성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12/29 [10:54]
저도 한때는 부러운 것들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갖지 못한 예술적인 특별한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달란트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든지, 때로는 제가 갖고 있지 못한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시드니에서 좀 떨어진 승마장을 찾아 갔습니다.그리고 승마 교관에게 묻기를 ‘나도 훌륭한 기수가 되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 라고 심각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45세 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승마 교관이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당신은 기수가 되기에는 너무 키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는 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말을 한 것입니다. 저는 사실 큰 키가 아닙니다. 승마 교관은 저에게 내가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든지, 지금 승마를 배워 언제 기수가 되겠는냐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말을 타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말을 타는 사람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당시는 돈이 많은 재벌의 자제들이든지 아니면 부모가 그 어떤 재정적인 능력이 있어야 그 자녀들이 말을 타는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 말을 타지 못했고 말 대신 소를 탔습니다. 소는 그냥 장난삼아 타는 것이지 스피드가 나지 않는 동물입니다. 그러다가 시드니에 오니까 돈만 좀 주면 누구든지 말을 실컷 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꿈이 꿈틀거린 것입니다.
 
저는 다시 그 승마 교관에게 “나 몸무게는 얼마 안 나가는데 그래도 안 되겠느냐? 고 재차 물었지만 그 교관은 “기수는 하지말고 그냥 승마를 즐겨라”고 하면서 도망가듯이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 이후 저는 완전히 어릴적 기수의 꿈을 접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저를 위로했습니다. ‘목사가 기수되어서 경마장에 나갈 것도 아닌데 뭐.’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 그 어떤 부러운 대상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되고 싶은 것들도 많습니다. 한평생 그런 것들을 쫓아가느라고 돈도 갖다 버리고 시간도 투자하고 몸도 불사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기 인생이 꼬였다고도 하고 헛살았다고도 합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공연히 허전하고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탓하기도 하고 많은 후회들도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가 돌아오면 못 이룬 꿈들을 다시 꺼집어 내어서 그동안 쌓인 먼지도 털어내 보고 새롭게 각오도 해 보지만 얼마 못가서 작심삼일이 되어버리는 일들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을 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한 해, 한 해를 지내오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많이 흘러 버린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지지 않고 계속하여 이런 식으로 살아 간다면 우리의 남은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이제부터 생각을 이렇게 한 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우리의 남은 삶을 계수하는 것은 우리의 몫은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가 앞으로 자기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수가 있겠습니까?
 
얼마 전 시드니의 도심 마틴플레이스에서 아침에 커피 한 잔 사 마시러 카페에 들어간 사람들이 인질범에게 잡혀서 그날 인질범이 쏜 총에 맞아 죽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제 겨우 나이가 38세, 34세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말입니다.
 
아니 파키스탄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괴한들이 들어와서 쏜 총탄에 140여 명의 어린이들과 교직원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너무나도 황당하고 허무해서 우리 모두는 할 말을 다 잃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단 한 순간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 인간의 한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에 맡겨 놓지를 않으셨습니다. 미래는 철저히 하나님의 손 안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겸허허게 인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를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미래는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것입니다만 우리의 지나 온 삶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현재 나이가 얼마이든지 간에 그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과거의 삶을 살아 올 수 있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세심한 인도하심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겸손히 고백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남겼든지, 못 남겼든지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누가 얼마나 나를 많이 알아 주든지, 아니든지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나온 나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었든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긴 세월 동안 내가 살아 왔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니 하나님이 살도록 이 순간까지 인도하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로 감사할 거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제는 별로 부러운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 누가 어떤 천재적인 달란트를 가졌든지, 그 누가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그 어떤 능력을 가졌든지 더 이상 저의 부러움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 참으로 부러운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무슨 놀라운 업적을 남기셨다든지, 깜짝 놀랄만한 재주를 가지고 계셔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분들이 그렇게 긴 세월을 잘 참고 살아 내셨다는 그 사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것입니다. 제가 목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목회를 다 마치시고 은퇴하신 선배 목사님들이 너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목회를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은 장차  하나님이 하실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긴 세월 동안 목회를 해 내셨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귀하게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길을 가다가도 연로하신 분들이 지나가시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 긴 세월을 살아 내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누가 판단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에게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각기 자기 잣대를 가지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어르신들이 그 연세가 되도록 살아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 힘든 세월의 무게를 견뎌 내셨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칠순 잔치나 팔순 잔치를 자녀들은 성대하게 해 드려야 합니다. 자녀들을 위해 그 긴 세월을 살아내셨기 때문입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어르신들은 존경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 누구도 머리가 센 노인들을 홀대해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한 해 한 해는 눈물없이는 지내올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 힘든 이민의 삶을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오신 어르신들은 참으로 귀하신 분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새해가 돌아왔다는 의미는 지난해까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인도해 주셨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많은 새해, 새해들을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기에 우리가 또 다른 새해를 지금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무엇을 이루지 못했거나 남기지 못해서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갖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 살아 왔다면 하나님의 칭찬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새해가 될 때마다 우리는 두 가지 감사를 해야합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많은 새해 동안 하나님이 지켜주셨기에 이렇게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할 수가 있었음에 대한 감사입니다.
 
또 다른 감사는 앞으로 또 살아야 할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입니다. 이 두 가지 감사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드려야 할 감사입니다. 과거에 베풀어 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또 베풀어 주실 은혜에 대한 감사입니다.
 
2015년 새해가 돌아 왔습니다. 이 한 해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경험할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사실은 지나온 긴 세월 동안 함께 해 주신 신실하신 하나님은 또 새해에도 함께 해 주실 것임을 우리는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또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30년, 40년 이상을 살아왔다면 이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나간 긴 세월동안 그 가정을 지켜주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이렇게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민 교회가 20년, 30년 이상을 시드니에서 견딜 수가 있었다면 이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합니다. 그 힘든 이민 교회를 긴 세월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이 계셨기에 또 다른 새해를 맞이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새해를 감사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나온 세월을 감사하고 또 새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감사, 그리고 또 감사. 〠


김성두|시드니경향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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