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고의 테너 김재우 씨,아시아인 첫 영국 국립오페라단 주연이 되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남자 주인공 에드가르도 역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1/04 [15:17]
▲ 호주 최고의 테너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김재우 씨. 그는 최근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사진은 모짜르트의 가장 대표적인 비극 오페라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중에서. Ⓒ크리스찬리뷰    
내년 2월 공연될 ‘루치아’에 한국 출신 성악가가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국립오페라단(English National Opera)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호주 무대에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온 테너 김재우 씨다.
 
영국 국립오페라단은 최근 웹사이트(www.eno.org)를 통해 내년 2월 무대에 올리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남자 주인공 에드가르도 역에 김재우 씨를 배리 뱅크스와 함께 더블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립오페라단은 왕립오페라단(The Royal Opera)과 함께 영국의 2대 오페라단이다. 여기서 아시아인이 단역을 맡은 적은 있으나 주연을 꿰찬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특히 이 오페라단은 오디션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외국인, 특히 동양인의 주연 발탁은 하나의 ‘사건’이다.
 
김재우 씨는 한국에서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1990년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퀸즐랜드 음악원 학장 캠댄 교수의 초청을 받고서다. 이후 지도교수의 권유로 호주국립대로 옮긴 그는 특별 장학금을 받으며 음대 학사과정과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인 96년 호주 국립오페라단에 정규 단원으로 들어갔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여 년간 활동하며 각종 오페라의 주연을 맡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호주와 뉴질랜드 무대가 좁다고 여긴 김 씨는 2007년 유럽행을 택했다. 그러나 유럽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낯선 동양인에게 유럽의 오페라단은 오디션 기회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2007년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오디션을 보긴 했지만 “영어 발음에 아시아계 특유의 악센트(억양)가 있다”는 이유로 오디션에 실패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며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에게 발음을 문제삼은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영어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개인지도를 받는 등 치열한 노력을 했다.길은 조금씩 열렸다. 지난해 초 영국 롱보로 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와 아일랜드 더블린 리릭 오페라단의 <마술피리>에서 주연을 맡았다. 다시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문을 두드린 김 씨는 오디션을 통과했고, 최근 2010년도 첫 작품 <루치아>의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김재우 씨는 “영국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선다는 건 영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보러 온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면서 “긴장이 되지만 서양인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신중히 공연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