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지나치게 운다면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2/23 [15:16]
지나치게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마이아미 의과대학 티파니 필드 교수의 ‘터치’(touch)에 관한 책을 읽도록 소개해주고 싶다.
 
필드 교수는 생후 6주-6개월 사이에 많이 우는 아기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다. 아기가 너무 지나치게 운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기의 발달에 크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콜릭(Colic)’이라고 하며, 최근 이를 위한 우유와 약들도 나오긴 했으나, 필드 교수에 의하면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어떤 방법도 뚜렷한 효과가 없다고 한다.
 
다만 아기가 콜릭 현상을 보일 때 공갈 젖쪽지를 빨게 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콜릭 현상을 보이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터치 연구를 실시했다. 기질적으로 짜증이 많은 아기는 깊이 자지 못하고 조그만 자극에도 곧잘 잠을 깨고 칭얼거린다. 이런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점점 지치게 되기 때문에 아기와의 관계도 나빠지게 된다.
 
너무 지친 엄마는 정신이 나가서 아기를 때리기도 하는데 이는 심한 자괴감과 부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콜릭 아기들에게 터치 치료를 해주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기들은 더 이상 보채지도 않았고, 한 번 잠들면 오랫동안 편안하게 잤다.
 
아기들의 부모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터치 치료가 우리의 결혼 생활을 구해 주었고, 우리 아기를 구박으로부터 구해줬어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기에게 해준 터치 치료는 특별한 처방이 아니었다. 다만 규칙적으로 아기에게 뽀뽀해주고 만져주고 잠자기 전에 부드럽게 온 몸을 마사지해 준 것이 전부였다.
 
오랫동안 터치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터치가 언어적인 또는 정서적인 접촉보다 10배 이상 강력하다’고 강조한다. 소아과 의사 준 트리플렛과 사라 아네슨은 소아과 병동에 있는 취학 전 연령의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일 때 단지 말로만 위로를 해 주었고,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언어적인 위로뿐 아니라 뽀뽀해주기, 안아주기, 토닥여주기, 흔들어주기, 쓰다듬어주기 같은 터치도 함께해 주었다. 그 결과 언어적인 위로만 해 준 그룹에서는 40명 가운데 겨우 7명의 아이들을 달래는데 성공했지만, 언어적인 위로와 함께 터치를 해준 그룹에서는 70명 기운데 53명에게 효과가 있었다. 이것은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할 때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거나 안아주는 터치가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부모와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길었던 아이들은 다시 부모와 함께 지내게 된 뒤에도 한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자다가 계속 깨는 수면 장애를 보였다. 이것은 어릴 때 경험하는 터치 박탈에 따른 수면 장애가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기의 성장과 수면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잠자는 동안 성장 호르몬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면 성장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고 화를 잘 내거나 쉽게 실망하는 등 감정 조절을 잘 못하게 된다.
 
필드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현대 사회의 청소년 일탈 문제도 부실한 터치와 깊은 관계가 있다. 최근 아동과 청소년 교육 현장은 성추행 소송 대책으로 ‘노-터치 정책’이 최우선이 되어버렸다. 결국 아이들은 맞벌이 하는 바쁜 부모로부터 유치원과 학교에서조차 터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나쁜 터치가 좋은 터치를 잠식해 버린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의사 하일링즈는 한 권위 있는 의학 잡지에 ‘노-터치 전염병 : 영국인의 병’이란 제목으로 글에서 “이 병의 증상으로는 외로움과 고독감,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 불안감, 억압된 감정, 거부감 등이다.”고 했다.
 
노-터치 전염병은 영국인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심각한 병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성경은 가장 뛰어난 터치 ‘거룩하게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고 말씀하신다.(롬16:16, 고전 16:20, 고후 13:11, 살전 5:26, 벧전 5:14)〠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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