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시드니 지회장 백영숙 권사

교회가 음주•흡연•도박과 마약 심각성 알려야

글|김명동, 사진|권순형 | 입력 : 2015/02/23 [15:38]
▲ 호주로 이민와서 20년 넘도록 절제운동에 헌신한 백영숙 권사.     ©크리스찬리뷰
 
20년 넘게 절제운동과 함께 다양한 지역봉사 펼쳐

한인사회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음 든든하게 여기는 사회 인사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다. 이들 인사 중 한 사람인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시드니지회(이하 절제회) 회장 백영숙 권사는 자신감과 이웃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다.
 
20년 넘게 절제운동과 함께 한인사회 구석구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백 권사는 “나는 정말 이런 일을 좋아한다. 이익보다는 손해보는 쪽을 택하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이는 백 권사의 돈독한 신앙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는 5대째 이어지는 모태신앙집안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 절제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찬양 콘서트를 개최했다.     © 크리스찬리뷰

김활란 박사와의 만남
 
절제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대단한 열정이 넘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 단체를 이끄는 회장이니 얼마나 열정적일까. 그러나 백영숙 회장은 달랐다. 부드럽고 조용했다. 포근한 인상, 편안한 말투까지 소박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랐을 것만 같은 그에게 절제운동에 헌신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김활란 박사를 회상했다.
 
“살림밖에 모르는 평범한 일개 주부였던 제가 처음 시작한 사회활동이 절제회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희교회에 김활란 박사님이 오셔서 강연을 하셨어요. ‘낭비와 사치를 일삼는 민족은 멸망에 이른다.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은 절약과 절제 밖에는 없으며 절제운동이 널리 퍼져야한다’는 이 말씀이 제 가슴에 불을 붙인 거죠.”
 
그때는 살아가는 것이 바빠 ‘봉사’는 그저 남의 일인 것 같았지만, 그는 막연히 ‘나도 저런 좋은 향기를 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 후 서울지회 부회장으로 10년간 절제운동을 했습니다. 용산 경찰서 유치장 선교를 비롯해서 병원봉사, 결핵요양원 방문, 그리고 서울역 광장에서 캠페인도벌이고 어린이집도 운영을 했지요.”
 
그런 그가 호주에 온 것은 1988년도였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절제회를 기억해냈고, 스스로 먼저 한국절제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한국절제회에는 연세대 교수였던 김정주 박사님이 사무총장으로 계셨었어요. 그분이 제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호주에서도 절제운동이 꼭 필요하다. 내가 열심히 도와줄 테니 절제회 활동을 생명을 다하도록 해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 한마디에 백만의 원군이라도 만난 듯 큰 용기와 무한한 힘을 얻었습니다. 그런 후 여성의 공간에서 박명화 목사님과 함께 절제회 시드니지회를 창립하게 됐지요.”
 
그렇게 맺은 한국절제회와의 인연으로 그는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됐다고 말한다. 그때까지 가족들과 자신에게만 맞춰져 있던 삶의 중심 추가 처음으로 내가 아닌 타인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힘들고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에서도 절제회 활동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적극적인 절제회 활동의 가장 큰 지지자는 가족이었다.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여자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남편과 아들이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저희 절제회 활동에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 12명의 회원으로 1994년 6월에 설립된 절제회 시드니지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나눔과 봉사를 통해 한인사회 곳곳에서 눈부신 활동을 펼쳐왔다.     © 절제회

기독교여자절제회- 현대 여성운동의 효시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는 1883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프란시스 윌라드(France E Willard) 부인에 의해 ‘하나님과 가정과 온 나라를 위하여’라는 모토로 창설된 초교파적 여성단체이다.
 
윌라드는 Northwestern 여자대학교 학장으로 봉직하던 중 알코올중독에 빠진 남자들이 부인을 폭행하며 아이들을 굶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주 목도하고 절제운동에 헌신하게 되었다. 윌라드는 당시 여성들은 참정권이 없어서 술 유통 금지법을 국회에 제안할 수 없음을 깨닫고 가정보호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여성참정권 운동을 벌였고,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온 세계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데는 절제운동에 힘입은바 컸다. 유엔 최초 NGO 단체이며 여성운동의 모체가 된다.
 
한국에서는 1923년 설립되어 금주, 금연, 축첩제도 폐지에 공헌했고, 현재는 성경연구회, 교도소 전도, 유아원 장학사업, 금주•금연, 마약퇴치를 위한 캠페인을 하며 절제 팸플릿을 제작하여 군대와 각 중•고등. 대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절제회 시드니지회는 1994년 6월 6일 12명의 회원으로 창립되었다. ‘담배와 술, 마약으로부터 가정과 사회를 보호하고 청소년 선도와 정체성 확립‘을 표어로 음악선교, 캠페인, 원주민선교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35명으로 적지만 그동안 한인사회 곳곳에서 눈부신 활동을 펼쳤다.
 
“저희 절제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한인사회에는 단체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한인의 날이며 3•1절 행사 등 한인회 행사 때마다 저희들이 가서 봉사를 하면서 금주•금연 계몽을 병행했습니다. 그 일들을 계속해오고 있고요. 직접 만든 금주•금연 피켓을 들고 팜플렛을 배포하면서 가두캠페인도 해오고 있는데 주로 센츄럴 역 주위와 스트라스필드 역 주위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또 시드니성시화대회와 교역자협의회 등 여러 단체행사 때마다 찬양과 꽃꽂이로 봉사해오고 있고, 청소년 음주•금연 교육 가이드를 만들어 공급하고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절제회는 특히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과 원주민선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이란 임신 중 여성이 술을 마실 때 태아가 치명적으로 손상되는 불치병을 가리킨다. 태아알코올증후군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나타나는데, 안면기형, 신체기관 장애, IQ 70, 과잉행동장애 등이 그것이다.
 
인류사회에 가장 큰 불치병 중 하나인 태아알코올증후군은 술이 그 원인이다. 모든 가임 여성들이 금주하게 되면, 태아알코올증후군을 100% 예방할 수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간암, 유방암, 위암 등은 물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살상,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환각, 환청, 자살, 음주 후 살인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게 만든다. 이 사실들을 정확하게 계몽하는 것이다.  
 
“원주민 선교는 연합교회 원주민선교회와 연합하여 3박4일 일정으로 Tingha, Grafton, Tarbulam, Tenterfield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첫째 날은 예배와 간증, 둘째 날은 축제, 셋째 날은 교육과 교제, 마지막 날은 예배와 성찬식을 합니다. 또 청소년 캠프가 있을 때는 찬양과 워크숍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옷이나 물건들을 가지고 가는데 전 회원들이 힘을 모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특히 그동안 모닝글로리 매니저께서 물품을 많이 후원해주셨습니다. 이런 오지 선교가 얼마나 힘든지 다녀오면 회원들은 녹초가 됩니다. 그런데 원주민들이 결실을 맺을 때 피로가 한순간에 싹 사라지더라고요.”
 
이러한 절제회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절제회에서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 팔고, 바자회를 열고, 길거리 장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회비도 있고 후원금도 있지만 주로 캠시 거리에서 장사를 하여 사업비를 충당했습니다. 안 쓰는 옷과 물건들을 수집해서 팔고 음식을 만들어 팔았는데 힘은 들었지만 참 보람이 있었습니다.”
 

▲ 한국의 날 행사장에서 금주•금연 캠페인 벌린 절제회 회원들     © 절제회

절제운동 불씨를 살려야
 
백 권사에게는 꿈이 있다. 젊은 30대, 40대 회원으로 구성된 ‘영 크리스찬 앤 프렌드’(영 절제회)와 절제회 멜버른 지부 그리고 퍼스 지부에 불씨를 살리는 일이다. 등록을 하고 구성은 됐지만 전혀 활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호주 NSW 절제회가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우리 한인 절제회가 그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됩니다. 물론 술, 담배, 마약, 가정폭력, 도박, 이런 것들을 근절시킬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로 인해 우리 삶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계속해서 알려야겠지요.
 
사실 한인사회에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이웃들이 있습니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도 또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사회를 걱정하고 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 그저 조그마한 수고를 보태면 우리의 이웃들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절제회는 한인사회에 더욱 힘이 되는 사회운동단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바탕에는 가족과 종교가 있다고 했다. 특히 가족에 대해서는 인터뷰 중 뭉클한 감정이 솟을 만큼 애틋함이 배어 있었다.
 
“제 고향은 이북 용천입니다. 어렸을 때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부모님께서 저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주신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마음속에는 항상 신앙심이 깔려 있어요. 누구나 어려움을 겪잖아요. 그럴 때면 항상 성경말씀을 기억해 스스로에게 들려줍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게 되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거든요. 제 아이들도 저한테 얼마나 잘하나 몰라요. 자식들을 위한 기도가 손자 대까지 벋쳐 손자 녀석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나를 잘 따라요.”
 
▲ 백 권사의 딸 이혜연(앞줄 왼쪽)사모가 운영하는 어린이 놀이방에서 아들 이현근 목사 부부(뒷줄 오른쪽)와 민재, 성모 군과 함께 한 백영숙 권사.     © 크리스찬리뷰

심는 대로 거두게 하시는 주님이시다
 
백 권사는 남편 이제항 장로(78) 사이에 출가한 남매를 두고 있다. 딸 혜연(49)의 남편은 시드니성광교회 배용갑 목사. 이들 사이에 아들 현모를 두고 있다. 아들 현근(47)은 호주인 교회인 베버리힐스연합교회 담임목사로 천진희 사모와의 사이에 민재, 성모를 두고 있다.
 
백 권사는 “나는 며느리를 딸이라 생각하고 ‘진희야’하고 이름을 부른다”며 독특한 고부관계를 이야기했다. 그만큼 며느리를 아낀다.
 
그는 “음주, 흡연, 도박, 마약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교회도 나서달라”며 “음주, 흡연, 도박, 마약, 성적 문란에 대한 절제운동과 절제교육이 앞으로 한국교회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할 것 중의 하나”라 고 말했다.
 
“한인교계나 한인사회에 지금도 술 담배 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교회들이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외부의 것을 받아드리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듣고 배워야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박이나 마약의 심각성도 알려야하는데 교회에서 너무 소홀하게 취급하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들을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가서 간증과 교육으로 섬기겠습니다.”
 
그는 성경에 술 마시지 말라는 말씀이 어디 있냐고 묻는 일부 신앙인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잠언 23장 31절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이것이 마침내 뱀같이 물 것이요 독사같이 쏠 것이며’의 성경구절을 제시하면서 마시지 말라는 것과 보지도 말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강한 명령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2016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 제40차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마다 세계대회가 열리는데 모두 자비로 비용을 충당합니다. 세계대회에서는 총회보고와 활동보고, 정보 나눔과 교제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그 대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회원의 나라에서 모임을 가지게 됩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 뉴질랜드, 미국, 멜버른 이렇게 네 곳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절제회는 김정주 회장님이, 세계절제회는 김영주 회장님이 섬기고 계십니다. 대한민국 여성으로 세계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아름답고 자랑스럽습니다.”
 
백 권사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어찌 혼자만의 일이었겠느냐며 회원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에 재차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자를 붙들어 차를 따라놓고 또다시 봉사의 진수에 대해 설명했다.
 
“사랑과 봉사라는 절제운동의 정신을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나눔과 봉사는 나 자신의 성숙을 돕는 삶의 활력소거든요.”〠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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