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스 소로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4/27 [10:23]
“저희들이 꼭 읽도록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어느 해 사은회에서 졸업생들이 요청했다. 그때 E. B. 화이트의 "만약 우리의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과 더불어, 아니 졸업장 대신 이 책을 한 권씩 주어 내보낼 것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소개했었다.
 
소로는 하버드대학을 1837년 졸업하였으나, 당시 대학은 자기들이 받은 교육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 5달러를 내고 졸업장을 받아가도록 했는데, 그는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로 이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졸업장 찾기 위해 5달러 납부하는 것을 거부했다.
 
요즈음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학력인플레이션 시대에 신선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문명사회를 떠나 월든 호숫가 숲 속에 나무로 오두막을 짓고 2년 넘게 자급자족하며 소박한 삶을 살면서, 자연에 대한 경이와 영적 자아를 발견하고,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인 삶의 희망을 말한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재원인 그가 세속적인 출세를 버리고, 스스로 소박하고 원시적인 생활을 체험하며 기록한 책이 1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물질적인 부를 제한하고 내면의 성숙을 위해 정성을 기울일 때에 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법이다. 넘치는 풍요로움은 우리를 내면적으로나 영적으로 피폐하게 할 뿐이다.
 
 “나는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나에게는 일 년 내내 추수감사절이다.”는 소로의 말은 지금도 물질주의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데, 얼마 전 미국의 한 TV에서 방영한 <소박하게 살아가기>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제에 따라 계절별 시리즈로 모두 39회에 걸쳐 중산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검소하고 친환경적인 삶의 가치를 소개하였다.
 
"아주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표어로,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서류집게를 모으고, 60년대 어머니가 입던 치마를 커튼으로 재활용하고, 물 절약형 변기를 사용하는 등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로 출발하여, 물물교환, 공동구매, 천으로 만든 행주와 걸레 사용하기, 도시 녹지조성, 개인용 컵 소지하기, 한 가정 차 한 대 캠페인 등을 소개하여 낭비를 줄이자고 호소했고, 낡은 주택을 에너지절약 친환경주택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중계하기도 했다. "폐기되기를 거부하는 물품" 시리즈에서는 유통기한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용 중인 것들을 소개했다.
 
한 시골 이발소에서 사용 중인 1923년형 금전등록기가 소개되었다. 이런 물품들이 줄지어 등장했는데, 1920년대에 나온 포드 자동차와 1960년에 사서 50년 동안이나 입고 있는 옷들이 있었으며, 900년이나 존속하고 있는 소금광산은 "폐기되기를 거부하는 사업"으로 소개되었다.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려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라는 소박한 교회도 소개되었다. 매사추세츠 주의 웨이랜드의 한 교회는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 교회의 성도들은 예배에 참석하려면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와야 한다. 목사님은 '자전거를 축복'하는 순서로 예배를 마쳤다. 이 교회가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는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기’에 모범적이었다. 교회 수련회에는 <금식>이 빠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이런 소박한 교회를 추구하는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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