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마음

한마디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2/01 [15:23]

어느덧 훌쩍 커버린 큰 녀석과 얼마 전 사소한 문제로 다투었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 갔는데 큰 녀석은 아마도 그게 아닌가 보다. 아버지 얼굴 보기가 껄끄러운지 애써 낯을 피하는 녀석을 보며 이제는 다 컷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하지도 못하겠고,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한동안 고민을 했다. 그때 언뜻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저 녀석이 어렸을 때 어떻게 했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한테 많이 혼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내 모습이 이렇게 약해진 것일까? 녀석의 잘못을 보고도 야단치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무엇일까 ?

그렇게 한 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마음 저 한 구석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몰려왔다. 큰 녀석이 올해는 학교를 휴학하기로 결정 했다. 물론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이다. 아버지로서 더 이상 큰 녀석의 공부를 도울 수 없는 형편이 되어 부득불 녀석을 휴학 시키기로 결정을 했다. 그것이 그렇게 미안해서일까 ?

큰 녀석 앞에만 서면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얼굴도 잘 들지 못하고 말 소리도 어느새 조용해 지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이것이 아비의 마음인가 ?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분은 아는가? 이것이 목회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겪는 아픈 아비의 마음이라는 걸... 자식이 아파 누워 있을 때 그 자식을 대신해서 아플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프고 싶고, 홀로 깊은 잠 못 이루며 가슴앓이를 할 때 차라리 내가 그 자식의 가슴에 서린 시퍼런  아픔을 내게 옮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고,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못해 주어서 늘 미안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마치 죄인처럼 살아가는 분들이 바로 여러분들의 목회자들인 것이다.

겉으로 대범한 척 하지만 늘 조바심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고, 겉으로는 강한 척 가슴을 펴고 있지만 속은 두부보다 더 여린 것이 그분들이고, 항상 큰 소리 내어 호탕하게 웃지만 그 웃음 속에 진한 눈물을 가진 이들이 바로 여러분 옆에 있는 그들이다. 자신의 어려움보다 교회 가족들의 고통을 더 가슴 아파하고, 자신의 기쁨보다 그들의 행복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기에 여러 교회 성도들께 가슴 어린 부탁을 하고 싶다. 오늘 예배가 끝나면 여러분들의 목회자를 한 번 안아주라는 것이다. 조용히 그분 들에게 다가가서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도 좋으니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목사님 ^.^” 하고 말이다.

사막의 모래처럼 그렇게 알알이 부서진 그들의 마음을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적셔주었으면 한다. 그들도 여러분들과 똑같이 위로받고 싶어하는, 지쳐있는 가엾고 여린 목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걷고 함께 웃으며 함께 살아가자. 아마도 여러분들의 목회자는 이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종열
에쉬필드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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