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INSPECTION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5/26 [12:09]
호주에서 출생하여 멜버른대학교를 졸업한 피터 싱어는 지금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생명윤리학 교수이다.
 
그가 1970년대에 뉴욕으로 이주하였는데, 학계의 동료들 가운데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거의 날마다 심리치료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상담료를 내기 위해 많게는 연봉의 1/4까지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사람들이 멜버른에 있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 비해 더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심리치료를 받는 동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자기들이 억압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하거나, 심리적 긴장감이 풀리지 않거나,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무려 미국 성인의 20%가 심리치료 상담을 받았으며, 현재 3만 5천 명 이상의 정신과 의사와 15만 명의 심리치료사, 60만 명 이상의 심리 카운슬러가 개업 중이며, 자조모임(self-help group)에 나가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가히 심리학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 열풍은 호주와 한국 사회도 대단한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나는 심리학 열풍이 두렵다>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심리학적 지식은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 인터넷상에서 심리테스트랍시고 유포되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단편적으로 한 사람의 적성이나 성격을 단정 짓는다. ‘나’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가 엉성함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자칫 한 인간이 지닌 잠재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꼭 귀담아 들어야 할 심리학의 비밀이 있다. 최근 마틴 셀리그만은 매우 중대한 비밀을 공개했다. 현재 심리학을 주도하는 학자로 평가받는 그는 수많은 논문을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리치료의 효과를 약물치료를 포함하여 평균 65%인데, 플라시보 효과가 45-55%이니, 너그럽게 추정해도 20%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65%의 장벽’이라고 부르며, 심리치료와 약물의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고 공개했다.
 
그래서 65%의 장벽을 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 “내성(內省,introspection)에서 외성(外省,outrospection)으로!”라는 중요한 구호가 있다. 내성이란 20세기를 주도한 심리치료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예를 들어, 내담자의 우울증세를 경감시키기 위하여 무의식을 분석하고 의식의 신념체계를 변화시키려는 내적 성찰을 말한다. 그런데 내적 성찰만으로는 부족하니, 이제는 외부 내다보기를 통한 성찰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외성이란 자기 밖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서 자기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내성, introspection은 심리학의 오랜 학술용어이나 외성,outrospection은 신조어로서 outro+inspection이다. 호주 부동산 매매에서 자주 사용되는 inspection이니 이해가 어렵지 않다. 구매할 주택을 자세히 점검하는 것처럼 내적으로(intro) 그리고 외적으로(outro)를 자기 존재를 점검하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내담자들이 심리치료의 소파를 떨치고 일어나 가난한 방글라데시나 에디오피아, 아니면 가까운 곳에 사는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무작위 친절 행동을 한다면 자신의 문제에 신경을 덜 쓰고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텐데...” 피터 싱어의 말이다..
 
지금 고맙게도 지구촌에는 외성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애니메이션 동영상 <외성의 힘, The Power of Outrospection>을 50만 명 넘게 시청하고 있다.
 
이미 성경은 외성의 가치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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