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수의 이야기

성가사 박종호 찬양 콘서트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0/02/01 [15:57]

“박종호, 그 사람 돈을 조금 밝히는 것 같아요!”

“좀 까다로운 사람이죠.”

▲ 멜본과 시드니에서 열린 찬양 콘서트에서 간증하는 박종호 성가사(시드니온누리교회)     © 크리스찬리뷰


아,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한 난 주변의 이야기와 예전부터 보아온 광고 포스터에서의 느끼한 그의 이미지로부터 그에 대해 그림을 그려보았다. 음악을 전공해 어쩌다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아 복음 성가 가수가 된 한 매력 없는 남자. 대부분 그렇듯이 신앙도 없으면서 목소리 하나 의지해 하나님을 찬양한다고 하는 사람. 이게 그에 대한 나의 평가였다.

‘도대체 왜 아무 매력도 없는 저런 사람을 초청했을까?’

심지어 상대를 무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나는 콘서트가 열리는 멜번 대학교 음대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까지만 해도 선선했는데 오후 들어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별 기대가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주최한 교회 목사님에게 얼굴 도장이라도 찍을 겸 온 것이니 그리 달가울 리가 없다.

더구나 시작부터 그의 고음에 미처 준비되지 못한 스피커가 찢어질 듯 떨려왔다. 그런데 찬양 중간 중간에 전해지는 그의 간증이 내 마음을 겸손케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이태리로 유학가기 한 달 전, 성령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거죠. 그전까지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인생이 잘 살아야 백 년인데 백 년 잘 살기 위해 내가 살아야 하나?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복음 성가 가수가 된 것이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박종호는 장래가 총망한 음대 학생이었다. 서울대 음대를 들어가자마자 1학년 때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실기 올 A를 받게 되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동창으로 그녀와 쌍벽을 이루며 세계적인 성악가의 꿈을 피우고 있을 때였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마음처럼 한국 교회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세상의 유명 가수나 연애인들을 더 인정해주고 자신을 마치 반실패자처럼 바라보는 것 갔았다.

‘박종호 씨, 그렇게 잘 나가던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 시드니온누리교회당을 가득 채운 박종호 팬들이 함께 찬양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심지어 사람들은 조수미처럼 오페라 가수가 되지 못한 그를 안 됐다는 듯 바라보기도 했다. 자신이 실력이 없어서, 어디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을 찬양하고픈 마음으로 모든 것을 버린 것이었는데 그런 자신이 이렇게 홀대를 당한다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가끔 준비도 성의도 없는 집회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세상의 명예를 배설물로 여기고 선택한 길이었지만 사람들이 하나님의 일을 ‘싸구려’로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떠난 미국 유학 생활. 그리고 거기서 어느 날 그의 인생을 뒤바꾼 뇌출혈. 사선을 넘나들며 그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케 된다.

“예전엔 그렇게 하나님을 황소로 만들어 놓고 내가 원하는 방법대로, 방향대로 끌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은 변함이 없을지라도 이제는 황소가 이끄는 대로 쟁기를 끌고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배운 게 있다면 이제는 포기할 줄도 안다는 것이다. 안되면 끝까지 되게 하려고 고집 부리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또 다른 은혜로 채워주시겠지...’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죠”

그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은 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그는 아버지 마흔의 늦은 나이에 외아들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랐다. 그러나 그의 불우한 가족사를 알게 된 건 결혼 후 호적을 띠어보면서였다. 아버지에게 또 다른 여자가 두 명이나 있었고 그들에게 자식들이 다섯이나 있었던 거였다. 자신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세 번째 여자였던 거였다.

눈물을 머금으며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 아픔이 느껴왔다.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병으로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 열창하는 박종호의 다양한 모습들.     © 크리스찬리뷰


 “저는 예수님의 족보에 밧세바의 아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예수님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콘서트를 마치고 나오는 길은 한 복음성가 가수로부터 밀려드는 아픔과 외로움,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발견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느껴졌다. 한 사람을 알고 난 후에 그의 찬양이 어찌 그리 은혜스럽게 들려오는지. 이젠 난 박종호의 팬이다!

내 자신이 이렇게 변덕스럽고 유치할 줄이야. 그래도 어찌하랴, 이게 다 죄 많은 우리들의 모습인 걸.

지금 나는 그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느낀 감정을 곡으로 만든 <하나님의은혜>에 푹 빠져 있다.

 

글/정원준 멜번우물교회 담임목사
사진/권순형 (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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