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자유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08/25 [10:49]
스토아 철학자 중에서 에픽테토스는 강한 영적인 교훈을 남겨 초기 기독교 사상가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의 어록 중에 "당신이 소유한 것은 하나님이 잠시 맡겨둔 것일 뿐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에게 맡겨져 있는 동안 그것을 남의 물건인 듯 대하라. 마치 여행자가 하루 밤 숙소를 대하듯. 가진 것을 잃을까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참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라는 말은 광복 70주년에 회복해야 할 우리의 가치관을 말하는 듯하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경에 로마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더구나 그는 절름발이었다. 본래 절름발이가 아니었는데, 첫 주인이 그의 다리를 분질렀다는 설도 있다. 그는 참으로 가혹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인생은 멋지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았다. 억울하게 두들겨 맞고,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았다.
 
한편 많은 재산과 노예를 소유하고도 하루하루가 지긋지긋하던 그의 새 주인은 행복한 노예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는다. 주인은 절름발이 노예에게 행복해지는 법을 자기에게 가르쳐준다면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에픽테토스는 인간이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이 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보다 행복할 수 있을 것이요."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준다. 자유인이 된 그가 자신의 역경을 통한 삶의 철학을 가르치자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학파를 이룬다.
 
그는 책을 남기지 않았으나 제자 아리아노스가 그의 어록을 여덟 권으로 기록하였으며, 대중을 위한 요약판을 편집하여 "삶의 안내서"라고 했다. 이 책을 로마 병사들은 전선으로 떠나는 출정식에서 읽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월든>의 저자 H. 소로가 혼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 인적이 드문 호숫가로 떠나는 계기도 에픽테토스 철학이었다고 한다.
하버드의대 정신과 교수 E. 할로웰은 에픽테토스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인생은 멋지다’라는 생각을 기본자세로 삼으면 삶을 에워싸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다. 세련된 지성인 가운데는 이런 생각을 어리석고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여기며 비웃는 이가 많지만, 위대한 스토아 철학자의 삶과 교훈이 상징하는 것처럼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튼튼한 학문적 뿌리가 있다.”
 
그러나 에픽테토스 후에 스토아 철학은 곧 쇠퇴하게 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사도 바울의 복음 전파의 영향이었다. 기독교의 가르침이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이 바울 선교의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당시 1세기 스토아 철학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하여 라이트주립대학의 W. 어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스토아 철학자들과 기독교인들은 가르침의 유사성 때문에 서로 경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경쟁에서 기독교가 스토아 철학보다 우월했던 큰 이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영생이었다. 기독교는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영생복락을 약속했다. 반면 스토아 철학자들은 죽음 이후의 삶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최근 대단한 인문학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주제를 다루는 동서양철학의 고전으로부터 다양한 현대학문의 거성들의 강의에 청중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고, 사이버 공간을 달구고 있다. 어번 교수의 지적이 우리 세대에도 재현될 수 있을까? 행여나 해서 고개를 드니 시드니 하늘은 맑기만 하다.〠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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