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타락•구속의 저자 알버트 월터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책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초석을 제공

김석원/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10/26 [11:24]

 
작은 책이 큰 파장을 만들 때가 있다. 금년은 알버트 월터스(Albert M. Wolters)의 얇은 책 ‘창조, 타락, 구속’이 나온 지 30년째 된다. 그냥 봐서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책장에서도 눈에 띄기 힘든 평범한 소책자나 선언문처럼 보이는 이 책은, 원래 출판된 미주뿐 아니라 전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삶과 씨름하는 기초를 제공하면서 많은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공공 신학(신학이 교회나 학교를 넘어 실생활과 결합하는 면을 보여주는 신학 역주)’을 접하는 첫 경험이 되었다.
 
우리는 ‘창조 타락 구속’(창타구로 속칭) 출판 삼십주년을 기념하면서, 저자 알버스 월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담자 브라이언 디케마는 캐나다를 기반으로 한 기독교 세계관 운동 웹사이트 ‘카두스Cardus’의 프로그램디렉터이자 기독교세계관 잡지 ‘Comment’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크리스찬리뷰는 카두스의 정식 허락을 얻어 기사를 번역 편집, 몇 차례에 걸쳐 한국교회 독자들과 나눈다. 삶과 분리된 신앙에 빠졌다는 비판을 자주 듣는 한국교계에 도전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술의 예
 
브라이언 BD: ‘창타구’ 출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책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최고의 소개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문화와 사회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법을 깊이 다루는 입문서로 알려졌는데, 아직도 책을 읽지 못한 독자를 위해 ‘창타구’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월터스 AW : 이 책은 성경적 세계관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창조의 범위, 타락이 미친 영향,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란 창조의 모든 부분과 전 문화 영역을 그리스도안으로 회복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BD: 낯설게 들리는 문화 영역이란 무슨 의미이고, 모든 문화영역에서 창조 질서를 회복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AW: 창조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역을 포함 합니다. ‘창조’하면  보통(돌, 산, 강 같은…) 물질 세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문화 현상, 예를 들어 가족 조직, 인간 관계, 사회정의, 교회 조직도 포함됩니다. 이 모든 영역이 타락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의 부활 능력으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이 책은 저의 교육 배경인 신칼빈주의를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칼빈주의는 창조 세계가 “특정한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창조된, 다양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구조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란 (창조자에 의해) 의도된 방향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창조자의 원래 창조 의도에 더 가깝게 가도록, 구속받고 회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구조와 방향을 구분하는 관점은 제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에반 루너라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구조를 다른 말로 하면 창조의 원구조라고도 할 수 있고, 방향은 왜곡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될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통털어 가르치는 말로 이해하셔도 됩니다.
 
BD: 그럼 예를 들어 술이나 술 마시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되나요?
 
AW: 네. 그렇습니다.
 
BD: 술은 포도라는 창조물에서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문화를 포함합니다. 프랑스 와인을 말할 때는 프랑스인들의 음주문화를 떠올리게 되듯이 말입니다. 제가 사는 캐나다 나이가라 지역에도 독특한 환경과 토질 속에서 그 곳만의 포도가 자랍니다. 또 색다른 재배문화와 음주문화가 존재합니다. 이런 술을 가지고 우리는 즐거움이나 관계를위해 ‘적절하게’ 사용될 수도 있지만, 오용을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대강 이런 이야기를 하시려는 것 맞습니까?
 
AW: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성경도 술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술은 입에 대셨습니다. 동시에 성경은 과음같은 술의 오용에 대하여 경고합니다. 어떤 음주 문화는 그 자체로 선한 것이고, 창조자의 원래 의도를 잘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 인간의 죄 때문에 왜곡, 오용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주문화에도 창조질서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구조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술은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죄악된 방법을 피할 때 적절하게 즐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BD: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의도적으로 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네요. 월터스 댁에는 ‘창타구’ 인지세로 번 돈으로 술창고를 채워놓고 있지 않으신지? (웃음)
 
AW: 저장소가 있기는 한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내 앨리스를 위해 세리 한 병을 넣어두긴 합니다. 저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지만 아내는 저녁에 세리 포도주를 약간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술이 다 떨어지면 “저장소에 한병 있어”라고 말하기 위해 넣어둡니다.
 
BD: 좋네요. 제대로 ‘구조’를 갖춘 결혼이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실천하고 계시군요

 
출판 배경
 
AW: 그러길 바랍니다.(웃음)
 
BD: 본론으로 돌아가서 책은 어떻게 쓰게 되신 것입니까. 이 작은 책을 쓰게 된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나요?
 
AW: 제가 1974년부터 84년까지 교수로 있었던 기독교연구소 (Institute for Christian Studies ICS)에서의 강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당시 철학과 지도교수로서 철학 개론을 가르쳐야 할 입장에 있었습니다. 이 과목의 내용은  신입생들에게 신칼빈주의적 철학전통과 헤르만 도예베르트의 철학을 소개합니다.
 
당시 신입생들은 다양한 출신으로, 개혁주의 배경도 있었고, 비개혁주의 배경, 보다 보편적인 복음주의 전통 출신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회심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학생들에게 헤르만 도예베르트의 철학을 소개하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신칼빈주의 철학의 핵심 혹은 개괄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소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 과정을 ‘지옥캠프 boot camp’라고 부르는 학생도 있었지요. 주로 8월말에 시작된 이 집중과정에서 핵심이 ‘창타구’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당시 많은 학생들은 이런 세계관을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 성경 그리고 신칼빈주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가교’(도우미)가 필요했습니다. 도예베르트의 책을 읽어본 분은 동의하겠지만, 그의 대표작 ‘이론적 사상의 신비판 new critiques of theoretical thought’을 봐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BD: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AW: 이런 배경에서 책을 낸 뒤 저는 이 책이 많은 학생들에게 파라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을 감지했습니다. 매우 깊은 수준의 도전이었지요. 어떤 학생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 때문에 학교를 떠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사물을 보는 모든 관점이 바뀐 학생들도 있었지요.
 
기독교 세계관이 제기된 배경
 
BD: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관점을 거북해 했다고 하셨는데, 당시 기독교계 분위기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당시 ICS 혹은 더 넓게는 개혁주의 전통이 북미 기독교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다는 뜻입니까?
 
AW: 당시 기독교계는 주류였던 자유주의적 교회와 복음주의 교회, 그중 일부였던 근본주의 교회 간의 갈등이 심했습니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은 사회 정의와 환경문제 등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기본적인 정통신앙고백과 성경관 등에는 약했습니다.
 
한편, 복음주의자와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의 영감과 복음의 핵심은 강조하면서도, “세상 도피”적 사고방식에 젖어있었습니다. 성과 속을 나누어서 보는 이원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면에서 보면, 개혁주의 전통이란 정통신학이 가르치는 복음이 삶의 공적 영역에도 관련되어 한다는 깨달음, 그리고 성경의 권위에 대한 강조가 결합되어 나온 것입니다. 당시 ICS 학생 대부분은 복음주의 혹은 근본주의적 배경을 가진 매우 명석한 친구들로서, 학교에 와서 일종의 해방감을 누렸습니다. 자신들이 진심으로 결단해 믿게 된 기독교 신앙과 성경관을 특별히 학문세계에까지  관심을 넓혀서 접목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자랐던 신앙배경 속에서는 이런 방법을 배울 기회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창타구가’ 복음주의 세계에서 광범위한 ‘방향 전환 sea change’ 을 일으킬 만큼 성공적이 된 이유는, 앞에서 말한 성속의 분리라는 이원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미 그전부터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종의 영적 공백 상태도 역할을 했습니다. 포괄적인 문화와 정통 기독교의 기본요소를 결합시켜 세계를 봐야 할 필요가 커져가면서, ‘창타구’는 바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BD:  혹시 사회참여같은 문제에 익숙한 자유주의적 교회출신으로 성경의 권위와 정통 신앙고백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나요?
 
AW: 그건 있어도 매우 드문 경우였고, ICS 학생 대부분은 보수신앙 배경이었습니다. 물론 1984년 학교를 떠난 뒤에는 변화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드물었습니다.
▲ 창조•타락•구속의 저자 알버트 월터스     © 크리스찬리뷰
 
성경과 기독교 세계관의 관계
 
BD: 창타구의 부제목은 ‘개혁주의적 세계관의 성경적 기초’라도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통해 성경을 문화에 적용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창타구’가 성경에 기초했다는 점은 쉽게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철학적 틀을 설명하고 구성하는데 성경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습니까?
 
AW: 강의를 처음 준비했을 때부터도 그런 동기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책 시작부터 성경과의 관계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 책이 소개하고 제가 가르쳐온 매우 정교하고 심오한 철학 체계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나 어떤 생뚱맞은 천재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책의 내용은 오랜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궁극적으로 성경 자체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래서 창타구를 보면 상당히 많은 성경주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잠언과 베드로후서의 구절을 통해, 이런 식의 철학적 적용을 거부하는 이들과 이원론에 빠진 분들을 설득하려고 했지요. 한마디로 저는 의도적으로 이 책이 설명하는 철학적 전통이 분명한 성경적 기초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성경연구로 방향을 돌린 것도 이러한 연결점에 항상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계속)     

김석원|크리스찬리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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